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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챙김, 명상, 마음공부] 히말라야를 넘어서 2장(1)

 

캐러밴의 준비가 끝나고 보니 짐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그러나 내용은 앞으로의 여행을 위한 최소한의 필수품을 갖추었을 뿐이었으며,

조금 색다른 것이라면 1파운드 캔에 포장된 영국제 고급 비스킷 50 통이었습니다.

 

티벳 사람들, 특히 라마승들이 그것을 좋아해서

선물로 쓰기 위하여 준비한 것이었습니다.

따로 실크 스카프를 여러 장 마련했습니다.

그것은 티벳에서는 전통적으로 모든 의식에서 선물로 주고받는 물건입니다.

 

명주 스카프를 증정할 때 상대방의 목에 걸어주면

그를 자기와 동등한 사람으로 본다는 표시이고, 그저 넘겨주기만 하면

상대방을 아랫사람으로 본다는 표시입니다.

나는 언제나 스카프를 상대방 목에 걸어주었습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실지로 나는 많은 덕을 보았으며

특히 높은 라마승들이 나에게 많은 원조와 특권을 주었던 것입니다.

 

카린퐁의 조그만 거리를 벗어나 티스터 강 계곡으로 내려갔습니다.

이 강은 세계에서 가장 물살이 빠른 강으로 알려져 있으며

물은 푸른 기가 도는 흰 빛깔입니다.

히말라야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그러나 에베레스트보다 등반이 어렵다는

칸쳉쥰가에서 흘러내리는 거대한 빙하의 얼음과 눈이 섞여드는 강이기 때문입니다.

 

계곡은 차츰 깊어지면서 길도 거의가 좁은 오솔길의 연속입니다.

그런 소로가 한량없는 세월에 걸쳐 끊임없이 떨어지는 물로 땅이 패어서 생긴 수로를

윙윙거리면서 달리는 티스터 강 줄기를 겨우겨우 따라가고 있었습니다.

 

늪지대의 공기는 숨이 막힐 지경이고 끈적끈적한 냄새가 사면의 통과불능인

깊고 깊은 정글로부터 풍겨 나오고 있었습니다.

이 진녹색의 짙은 숲 속에는 코끼리, 물소, 사나운 벵갈 호랑이, 표범, 원숭이, 구렁이 등

수백 종의 야수들이 득실거리고 있습니다.

 

오르막길로 접어들어 겨우 그 무서운 지대를 뚫고 나섰을 때에는 저절로 한숨이 나왔습니다.

고지로 올라감에 따라 여기저기에 환히 열린 공지가 나타나면서

좀처럼 보기 드문 웅장한 경치가 펼쳐지는 것이었습니다.

 

푸른 하늘은 초록의 숲을 덮은 천장 같고 산허리에는 철쭉이 선명합니다.

한편으로는 시작도 끝도 보이지 않는 티스터 강이 울툭불툭 튀어나온 바위 위를

특급열차처럼 포효하면서 달려가고 있습니다.

그런 경관이 나의 기억에 박혀 있어 이렇게 글을 쓰는 지금도 생생히 떠오르는 것입니다.

 

산맥, 정글, 강, 소로. 나무들, 녹지대...... 그것들이 하나로 어울려

아름다우면서도 엄숙한 파노라마를 구성하니,

그 넘치는 자연과 야성에 나는 매료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소로에서 자칫 빗나가면 정글 속에서 피할 수 없는 죽음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에 정신이 퍼뜩 들곤 했습니다.

 

소로에서 한 발짝 헛디뎌 저 포효하는 티스터 강의 흐름 속에로 떨어지기만 하면

그때는 영락없이 일막의 끝인 것입니다.

천망이 터지면서 저 멀리 영원한 백설을 인 히말라야의 봉우리들이 바라보였고,

며칠 사이에는 저 봉우리 가운데 어느 고개를 넘어야 하는

나의 여정에 생각이 미치는 것이었습니다.

 

이제야말로 일생에서 가장 거창한 모험으로 접어든 나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들뜨고 이제부터 겪을 일들에 기대와 기쁨이 저절로 솟았습니다.

나의 마음속에는 한 가닥의 두려움도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모든 것이 잘 된다는 말을 이미 들었고

어떤 위험에도 자신 있게 직면할 각오가 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어딘지는 모르지만 그 위대한 히말라야 산맥 저 너머에

내가 풀어야 할 신비가 숨겨져 있음은 분명했습니다.

첫날을 30 킬로미터를 걸었습니다.

그 정도가 그 고장에서는 하루의 알맞은 행정이었습니다.

 

우리는 강가에서 멀지 않은 작은 마을에서 묵었습니다.

주민들의 집은 땅에서 2미터가량 떼어 기둥 위에 얹어 지은 오두막들이고,

집 둘레는 말뚝으로 에워싼 꽤 넓은 빈터여서

밤에 습격해 오는 맹수들로부터 가축을 지킬 수 있게 되어 있었습니다.

 

도중에 행정기관의 경비원들을 위한 조그만 경비초소도 있었지만

밤이 되면 경비원들이 와서 묵기 때문에 우리는 다른 장소를 찾기로 했습니다.

나는 마을 뒤 언덕 중턱에 있는 동떨어진 오두막을 쓰기로 했습니다.

그것은 풀로 엮은 거적을 씌운 산막이었습니다.

 

나를 돌보는 호위역이 걱정이 되는지, "나리 괜찮겠습니까?"하고 묻는 것입니다.

"뭐 노새와 함께 자는 것보다야 낫겠지. 거기도 사람이 잘 곳이 아니겠나."

언덕 중턱 돌출부를 깎아내고 그 오두막은 세워져 있었습니다.

호위역이 침낭을 꺼내서 잠자리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내게 할당된 작은 물통과 대야 하나분의 물로 세수를 하고,

저녁식사를 마치고는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상쾌한 피로감으로 나는 이내 잠에 빠졌습니다.

그런데 한밤중에 그 허술한 산막 둘레로 찾아든 짐승이 나를 깨운 것입니다.

 

그 짐승은 분명히 냄새를 맡고 나직이 으르렁거리면서 돌아다니고 있었습니다.

호랑이나 표범이 틀림없었습니다.

그 짐승이 더 대담해지기 전에 겁을 주어 쫓아야 했습니다.

나는 아직 물이 들어 있는 대야를 들어 짐승이 있다고 여겨지는 쪽으로 냅다 던졌습니다.

이어서 물통도 던졌습니다. 요란한 소리가 났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짐승은 굉장히 놀란 모양으로 무서운 소리를 내면서 도망쳤습니다.

 

얼마 후에 조금 떨어진 곳에서 돼지의 비명이 들려왔습니다.

결국 그 짐승이 먹이를 찾은 모양이었습니다.

물론 그 일이 나의 마음을 어지럽히지는 못했습니다.

나는 그것을 즐기는 기분이었으니까요.

 

아침에 호위역에게 그 이야기를 했더니,

"아슬아슬한 고비를 넘기셨군요, 나리. 참 다행입니다."하고 칭찬하여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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