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챙김, 명상, 마음공부] 히말라야를 넘어서 2장(4)
자세히 보니 은은한 동양인의 모습.
이마는 수려하고 눈빛은 쏘는 듯 빛나는 얼굴은 그저 거룩하기만 했습니다.
두 눈은 많이 떨어져 있는 편이지만 얼굴 전체의 모양은 훌륭했습니다.
입술이 움직이는 것이 보였지만 말소리는 들리지 않았습니다.
너그러운 미소를 머금고 한참을 서 있더니 이윽고 그 모습은
고요히 사라져 보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나는 원래가 매우 냉철한 편이고
무엇이든 충분히 생각해 본 다음이 아니고는 받아들이지 않는 성정입니다.
그래서 환영을 본다거나 스스로 상상을 해대는 일이 별로 없습니다.
그러니 이것은 내가 일찍이 알지 못한 어떤 수수께끼임이 틀림없습니다.
아무려나 이 또한 언젠가는 반드시 해명될 일일 것이라고 스스로 달래며 잠들었습니다.
다음날 야툰에 도착하자 그이가 나타나 맞이해 주었습니다.
그이는 자신의 이름을 밝히지 말도록 당부했고 또 자신을 '친구'로 여기라고 했지만
나에게는 말할 것도 없이 친구 이상의 존재입니다.
나는 그이에게 나의 체험을 이야기했지만 그이는 거기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없고
그저, "오늘은 여기서 쉬도록 해요. 내일은 자네가 만나야 할 분이 있어.
그분은 자네를 이미 알고 있다네." 할 뿐이었습니다. 이상한 말이었습니다.
이 금단의 땅에 나를 이미 알고 있는 사람이 있을 가능성은 거의 없었으니 말입니다.
다음날 그이와 둘이서만 길을 떠났습니다.
나를 이미 알고 있다는 사람을 만날 기대로 나의 가슴은 설레고 있었습니다.
"얼마나 가면 그 분을 만나게 되나요?" 그이는 골짜기를 가리키면서,
"저기에 린마톤이라는 곳이 있다네, 저기에 자네가 만날 분,
자네를 이미 알고 있는 대사가 계시지, 승원(僧院)에 살고 계시지만
이미 오래전에 승려들이 지니는 신조나 교리, 의식 따위는 넘어서버린 분이야.
그러나 거기에 머물러 계시는 것이 그분의 사명이라네.
그분은 모든 라마승들에게 아니 실지로는 온 나라 사람들에게서
위대한 스승으로 섬겨지고 있지. 그러나 그 분은 자네에게 말씀하실 것이야.
'필요한 것은 스승이 아니다. 가장 높은 스승은 자기 자신 안에 있으며
거기에서나 자기가 구하는 해답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이야."하고 대답했습니다.
그러고 나서는 입을 다물며 승원에 닿을 때까지 한 마디도 없었습니다.
산허리에 그 승원은 세워져 있었습니다. 그러나 승원 바로 앞까지 가기 전에는
승원의 건물이 보이지 않도록 교묘하게 배치되어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신기하고 장엄한 느낌을 주는 광경도 흔하지는 않습니다.
우리는 둘이 다 동시에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 산허리에 그렇게 당당한 건물이
대체 어떻게 세워질 수 있었는지 상상할 수도 없었습니다.
나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이제부터 무슨 일이 일어날까?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거대한 바위 계단을 올라 승원의 적어도 10미터는 될 것 같은 대문 앞에 이르렀습니다.
그러자 그 육중한 대문이 마치 정교한 기계장치라도 되어 있는 듯
소리도 없이 스르르 열렸습니다.
아무래도 안에서 우리를 보고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았습니다.
왜냐하면 문이 열리면서 몇 사람의 라마승이 우리를 맞아 정중히 안내해 주었으니까요.
몇 개의 넓은 홀을 지나 복도로 나왔습니다.
복잡한 복도를 이리저리 돌아 금으로 칠해져 있는 어떤 문 앞에 닿았습니다.
문 곁에는 금색 장식술이 달린 기다란 금빛 비단띠가 늘어져 있었습니다.
우리를 안내한 라마승이 그 띠를 잡아당기자 안에서 징이 울리는 듯한 소리가 났습니다.
문이 열려 우리는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들어서는 나의 면전에 바로 이틀 전 밤에 산막에 나타났던
그 거룩한 모습이 서 있지 않은가요! 그분이 바로 위대한 '게시 린포체'대사였습니다.
나는 대사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이 만남은 나에게 참으로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그분은 나를 동기간으로 환영해 주셨습니다.
그분의 따뜻한 마중을 받는 순간 나는 뜨거운 정감(情感)이 온 몸속을 스쳐감을 느꼈습니다.
전에도 그 정감을 느낀 적이 자주 있었습니다.
그것은 오랫동안, 그러니까 몇 년이나 지속되어 온 것입니다.
나는 말할 수 없이 기뻤습니다.
우리는 곧 어울려서 내가 해온 여행이라든가
내가 떠나온 세계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분 자신이 온 세계를 여행했고 수개국어를 구사했습니다.
이미 식사준비가 되어 있어서 우리는 별실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회식이 끝나자 나는 나를 위하여 마련된 쾌적한 방으로 안내되었고
이제는 쉬고 내일 다시 이야기하자는 그분 말씀에 따라 곧장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그날밤은 전에 없이 편안히 잘 수 있었음은 더 말할 나위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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