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챙김, 명상, 마음공부] 히말라야를 넘어서 2장(5)
이튿날 아침 나의 스승과 린포체 대사 그리고 나 셋이서 야생의 꽃들이 만발한 사이를
천천히 산책하면서 개천가의 아주 호젓한 곳에 이르렀습니다.
몇 세대에 걸쳐 소리 없는 흐름이 갈리고 닦인 들과 바위 위를
개천의 물이 끊임없이 살살 미끄러져가고 있었습니다.
주위의 분위기는 마치 전기를 띠고 있는 듯 짜릿짜릿 몸에 느껴져 왔습니다.
린포체 대사가 그 산막으로 나를 찾아주셨을 때를 말씀하셨습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는 영체이탈(靈體離脫)이 매우 수월하다네."
"그렇습니까? 제게로 와주신 것은 그때가 처음이 아니시지요?
저는 사실 오랜 세월에 걸쳐 그때와 같은 감동을 느껴왔습니다만,
여기에 와서 비로소 그 참 뜻을 알았습니다."
나의 입에서는 스스로도 놀랄 만큼 거침없이 분명한 말이 튀어나오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은 아마도 내가 뭔가 완전히 만족한 느낌에 젖어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 일을 위하여 제가 어떻게 뽑혔나요? 그 까닭을 알고 싶습니다."
"이 사람아, 자네는 그것을 위하여 태어나 있는 것이야"
그러고는 아무리 들어도 좋은 목소리로, "우리가 바라는 것이 아주 넓은 범위에 걸쳐
창조주의 뜻이기도 한 경우도 흔히 있다네. 따라서 그런 경우에는 그 뜻을 실현시키기 위하여
하늘땅의 모든 힘이 동원되는 법이지. 이런 까닭으로 어떤 지극히 높은 힘을 지니신 이가
자네를 여기까지 데려오도록 계획하신 것이야."
잠시 잠잠하다가 다시 말을 이으셨습니다.
"무엇보다도 자네는 스스로 계획해서 이곳으로 왔는가?"
"환생(還生)이 진실이라고 믿는 사람도 있지 않습니까?"
"오오, 자네는 다른 사람이 자네에게 말한 것을,
또는 책에서 읽은 것을 무턱대로 그대로 받아들여서 그것이 참인지 아닌지를 모르고
또 실은 그런 것은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것도 모른다.
생명은 오직 하나일 뿐이며 그것은 쪼개어질 수가 없는 것이야.
자네가 지닌 생명과 나의 안에 있는 생명은 같은 하나의 생명이야.
원래 하나인 생명에 갈라짐이 있을 수 있겠는가?
이 육체 속에 있는 생명은 육체를 초월한 대 생명과 그대로 하나이지.
생명 전체가 자네나 나의 안으로 갈라져 들어간다는 일은 있을 수가 없어.
자네가 보거나 느끼거나 하는 것들 사이에 조차 분리(分離)란 있을 수가 없다.
물질이란 이른바 물질계에 사람들이 붙인 이름들이지만
과연 물질이란 무엇인가를 자네는 알고 있을까?
물질의 실태(實態)를 규명하려고 들면 그것은 벌써 다른 것으로 바뀌어 있다.
다시 그 '다른 것'의 실태를 규명하려 들면 그것은 또 '다른 것'으로 바뀌어 버리고,
이렇게 물질은 무한히 바뀌어가면서 끝이 없지. 무한에는 끝이 없다.
마음은 본래 마음을 초월하여 있는 진리를 결코 알지 못한다.
마음은 그저 진리에 대한 어떤 생각이나 관념, 사상, 진리에 대한 이미지(心象),
진리에 관한 신앙으로 만들어낼 수 있을 뿐, 그것은 분명히 진리 그것은 아니야.
따라서 진리가 무엇인지 결코 알지 못한다.
그러나 진리가 가르침으로서 실존한다는 것은 알지.
더구나 진리는 안에서만 찾아질 수가 있다."
"잘 알았습니다. 진리가 무엇인가에 대하여 풀어대는 책이 수없이 나돌아 다니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책을 쓴 사람 자신이 실은 자기가 모르는 것을
찾아 헤매고 있을 뿐임을 알았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것은 관념이나 말뿐이고,
그것이 또 더욱 많은 관념이나 말의 그칠줄 모르는 홍수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로군요."
"바로 그렇지. 그러나 그것은 그것대로의 가치는 있는 셈이지.
그것은 그들이 제 힘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다는 증거야.
다른 것에 대한 그들의 가치도 마찬가지이지."
"그러나 자네가 이제부터 할 일은 생각, 관념, 사상이란 무엇인가?
이미지란 무엇인가?를 밝히고, 마음 속에 만들어 낸 것은
진리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명백히 아는 일이라네.
그러나 생각내지 관념이 무엇인지 이해하게 되기에 앞서
사실은 먼저 어떤 생각, 관념을 가져야만 하지.
자네 자신은 스스로 진리라고 여겼던 여러 가지 관념에 가득 차 있었어.
그러나 자네의 마음 속에서 만들어낸 것은 진리가 아니야.
왜냐하면 진리는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지.
이제부터 자네는 이말을 거듭거듭 듣게 될 것이야."
"알겠습니다. 이제부터는 저는 다른 사람이 진리 그것이 아닌,
그저 생각과 관념을 지닌 것뿐이라고 해서 비난하는 일을 결코 않겠습니다."
"그래야지. 그런데 진리는 생각이나 관념이 아니고 이미지도 아니니
관념이나 사상이나 심상은 진리가 아님을 자네는 잘 알고 있지만,
이제는 자네가 진리에 대한 관념, 사상,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자네를 비난하는 사람이 나오기도 할 것이야.
관념, 사상, 심상 따위는 본디 마음이 만들어 낸 것이고, 진리는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야.
진리는 모든 피조물(被造物)의 배후에 있는 창조의 본원(本源)이야.
만들어진 것은 진리가 아니며, '만들어지지 않은 것'만이 만드는 것이요,
그것은 자네에게도 아니 우리 전체에게도 그대로 해당되는 참이라네.
왜냐하면 모든 것속에 '하나인 존재'가 있고 '하나인 존재'속에 모든 것이 있기 때문이야."
라마승들에게 기도 시간을 알리는 총가(일종의 나팔)소리가 울렸을 때
대사의 말씀이 끝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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