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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챙김, 명상, 마음공부] 히말라야를 넘어서 7장(5)

 
 

나는 오크 계곡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 다정한 나의 벗이요 스승인 그의 생각을 떠올렸습니다.

그도 틀림없이 흥미 있는 이야기를 많이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린마톤을 뒤로 하여 소로를 더듬어 고츠아라는 곳에 닿았습니다.

 

린마톤에서 약 30킬로미터 되는 곳이고 거기에 산막이 있어 하룻밤을 보냈습니다.

길은 형편없고 산의 눈이 녹아내려 강이 범람하고 있었으며,

마치 미친듯이 소용돌이치며 계곡을 흘러갑니다.

 

우리는 강가로 나가는데 매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산 허리는 가파르기 이를데 없고 깎아 세운 듯이 내리치는 벼랑도 여러 군데 있었으며

전체의 행정(行程)이 험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홍수로 불어오른 강줄기를 따라 겨우 돌멩이 투성이의 소로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나 군데군데 강물이 덮치고 있어 위험합니다.

강 위에는 여기저기 야생의 장미와 그 밖의 꽃들이 한창 피어나고 있어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그때까지 나는 여러 번 스냅사진을 찍어왔지만 사진 찍기에도 이젠 지쳐가고 있었습니다.

아름다운 경치가 너무 많고 또 날이 가면서 여러모로 촬영 대상을

딱히 결정하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어떤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 "이 앞에는 더 아름다운 풍경이 있을 것이야"하고 혼잣말을 하게 됐습니다.

 

사람은 수확이 너무 많이 되는 때는 그렇게 되는 법입니다.

산 허리에 라마승의 암자가 몇 채 보였습니다.

나는 린포체 대사가 말씀하신 것을 상기했습니다.

"은둔하는 것으로 진리가 찾아지는 것은 아니다."

 

나는 그 암자들에는 아랑곳없이 앞으로 앞으로 걸음을 재촉했습니다.

이따금 잠시 발길을 돌려 그 암자들을 한번 들여다보고 싶은 생각이 나기도 했지만

시간이 없기 때문에 그대로 전진했습니다.

 

얼마 안있어 다시 오르막의 산길을 올라가기 시작했지만 줄곧 내려갔습니다.

올라갔다 하는 길이어서 지루한 여행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윽고 전망이 확 트인 곳으로 나왔습니다. 수목 사이에서 평원이 바라보였습니다.

평원은 우거진 풀로 뒤덮여 푸르르고 수백 마리의 야크가 무리를 지어 풀을 뜯어먹고 있었습니다.

 

야생의 꽃들이 현란하게 피어나 평원의 아름다움을 더하고 있었습니다.

그 아름다움을 필름에 담을 수 있을까 생각해 보았지만 그것은 불가능이었습니다.

물론 몇 장 사진을 찍기는 했지만 필름에 담긴 것으로는 도저히 그 풍경의 맛이 나오지 않으며,

다만 지금도 나는 마음 속에서만 생생하게 그 한없는 아름다움을 되새길 수 있을 뿐입니다.

 

잠시 지나 우리는 다시 삭막한 풍경 속으로 들어섰습니다.

참으로 삭막하다고 밖에는 할 수 없는 풍경,

조금 전과는 너무나 대조가 심해 믿을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길이라는 것부터가 그랬습니다. 폭이 겨우 1미터도 못되며 그것이 산허리를 누비면서

끝없는 계곡의 윤곽이 되어 있는 것입니다. 그 계곡 속에서는 강이 울부짖고 있었습니다.

때때로 한적한 들판이 나오고 들판에는 어김없이 야생의 꽃들이 피어

또 많은 야크들이 풀을 뜯고 있었습니다.

 

삭막하기 짝이 없는 풍경과 말할 수 없이 아름답고 평화로운 경관이 엇바뀌면서

이윽고 우리가 하룻밤을 보내게 되어 있는 산막이 강 건너에 보이는 곳에 이르렀습니다.

저 산막에서라면 색색가지의 야생꽃들이 융단처럼 깔린

아름다운 골짜기의 들판이 좀 더 또렷이 보일 것입니다.

 

그러는 사이에 강에 걸린 외나무 다리에 이르렀습니다. 조심조심 그 외나무다리를 건넜습니다.

그날 걸은 길은 그다지 먼 거리는 아니었지만 대부분이 오르막길이어서

산막에 닿았을 때는 상당한 피로를 느끼는 상태였습니다.

 

즐거운 저녁식사(하루의 여정을 마친 뒤에는 언제나 식사가 가장 큰 즐거움을 줍니다.)뒤에

이제는 아예 버릇이 된 듯 하인이 아코디온으로 몇 곡의 노래를 켜주었습니다.

잠자리에 들자 이 짧은 여행 중에 나에게 닥쳐온 여러 가지 일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새삼스럽게 나는 '꿈이 아닐까'하고 몸을 꼬집어 보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대체 그 모든 일들이 정말로 내 눈 앞에서 일어났을까?

그 몇주 동안에 내가 보고 들은 일들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한 권의 책이 될 만합니다.

그러나 나의 저서에서 무엇인가 진리를 공부해보려는 독자들에게는 별로 큰 가치가 없을 것입니다.

내가 보고 들은 견문기 이상의 것을 찾아내려는 독자들은

생명과 그것이 의미하는 것에 대하여 보다 깊이 알고 싶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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