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챙김, 명상, 마음공부] 히말라야를 넘어서 7장(2)
내가 서 있는 곳에서 신부가 화려하게 장식된 조랑말을 타고 신랑집으로 가는 것이 보였습니다.
신부는 머리에 화려한 색깔의 스카프를 두르고 있었습니다.
"저 스카프는 무엇 때문에 하는 건가요?" "아, 저것은 신부가 부끄러움을 감추기 위해서라네"
결혼 식장에서는 세 군데에서의 다과 접대가 베풀어지고 있었습니다.
세 군데가 다 서로 가깝게 붙어 있었으며 결혼식장 바로 곁이었습니다.
여러 가지 과자들을 세 군데에서 직접 만들고 신부와 그 일행이 먼저 그것을 시식했습니다.
신부가 신랑집 문에 도착하자 누군가가 신부 얼굴에 "톨마"를 던졌습니다.
톨마라는 것은 보리가루를 반죽하여 그것을 빚어서 조그만 칼모양으로 만들어 삶아가지고
빨갛게 칠을 한 것입니다. "왜 저런 짓을 할까요?"
"아, 저것은 만약 악령이 신부에게 붙어 오면 그것을 쫓으려는 예방이라네"
"별난 풍습이군요." 하고 나는 웃었습니다.
신랑과 그의 모친이 대문까지 나가 신부를 맞아들였습니다.
신랑의 어머니가 신부 머리 위에 거룩한 오색리본이 달린 화살을 하나 얹었습니다.
그 이유를 대사에게 물었더니
"그것은 어머니가 신부를 받아들인다는 뜻이고 말하자면 신부의 대한 결혼 승낙서 같은 것이야.
사실 결혼을 증거하는 것으로는 저 형식 밖에는 이 고장에는 없다네"
참석자 모두가 집안으로 들어가 신랑은 신부 바른편에 앉았습니다.
친구와 친척들이 두 사람 발 밑에 선물을 갖다 놓았습니다.
린포체 대사는 두 사람의 목에 명주스카프를 걸어주고
그것으로서 두 사람은 떳떳한 부부가 되었음을 선언했습니다.
신랑 어머니가 앞으로 나와 신랑 신부 목에 다시 한 장의 스카프를 각각 걸어주었습니다.
그것으로 결혼식은 끝난 것이며 모두는 연회장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연회는 밤늦게까지 계속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나도 조금 잔치 음식을 먹었지만 온갖 종류의 설탕과자라든가
굉장한 양의 보리로 담근 맥주 같은 술을 포함하여 열여섯 번이나 다른 요리들이 나왔습니다.
오래지 않아 술에 취해서 비틀거리며 의자에 가만히 앉아있을 수도 없게 된 사람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린포체 대사는 다른 볼일도 있어서 우리는 잠시 후에 그 자리를 떠났습니다.
다른 볼일이란 어떤 아가씨를 방문하는 일이었습니다.
한 여자가 형제 두 사람 가운데 형쪽과 결혼을 했는데 실은 그 아가씨는 그렇게 함으로써
자기가 정말로 사랑하고 있는 동생과도 함께 살 것으로 생각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아가씨의 예상과는 달리 동생은 형과 함께 그 아가씨와 살기를 거절했기 때문에
아가씨는 비탄에 젖어 있다는 것입니다. 대사의 용무란 그 문제를 해결해 주는 일이었습니다.
"저는 그 동생의 심정을 충분히 알 수 있을 것 같군요. 선생님은 어떻게 하시렵니까?"
"두고 보게나" 그 집에 가보니 아가씨는 현관에 앉아서 꿈이라도 꾸고 있는 양
먼 하늘을 멍청히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우리들이 온 것을 알고 그녀는 정신을 차리며 린포체 대사 앞으로 달려와
대사의 옷자락에 입술을 댔습니다. 대사는 여자 머리 위에 한 손을 얹고
그녀를 축복해주고나서 티벳말로 "딸아, 일어서라. 이제는 안심해도 된다." 하고 다독거려 주었습니다.
그녀의 아름다움에 나는 놀랐습니다.
정말로 반듯하고 입 언저리의 선이 단정하여 입술 모양도 곱습니다.
웃을 때는 반듯한 치열이 빛납니다. 이름은 놀부라고 하며, 이 이름은 아름다운 보석이라는 뜻이고
그녀에게 꼭 맞는 이름이었습니다.
대사의 말씀으로는 티벳 사람들의 이름은 아름다운 산, 아름다운 계곡, 꽃, 보석 같은
어떤 장소나 귀한 물건의 이름이 대부분이고 각자 말 뜻에 따라 이름을 고른다는 것입니다.
놀부는 결혼을 했지만 아이가 하나도 생기지 않았습니다.
그녀에게 있어 그것은 큰 타격이었습니다.
티벳여성이 이 세상에서 가장 바라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아이를 갖는 일입니다.
아이가 없는 결혼은 그들에게는 결혼이 아니며,
스스로 그 결혼을 취소해도 되는 것이 이 나라의 풍습입니다.
그녀는 탄리(평탄한 고개라는 뜻)의 소식을 린포체 대사로부터 들으면서 차츰 흥분했습니다.
탄리란 바로 남편의 동생입니다. 그에 대해 말하는 그녀의 목소리는 떨렸습니다.
"왜 돌아오지 않는지 모르겠어요."하고 말하면서 그 큼직한 푸른 눈에서는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나오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너를 사랑하고 있단다. 그러니까 너를 형과 함께 가질 마음이 되지 못하는 거야"
"저는 그 사람에게로 가겠어요." "좋지. 가보아라. 그는 저 산너머 다즐링에 있단다.
히말라야가 너희들 둘 사이를 갈라놓고 있지만 어디 산을 넘어갈 수 있겠느냐?"
"있고 말고요." 하면서 그녀는 집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그 후 그녀는 히말라야를 넘어서 다즐링으로 가 그곳의 불교 승려의 주례로
다시 결혼했다는 소문을 나는 들었습니다.
몇 달 뒤에 그녀의 소식을 린포체 대사에게 물어보았습니다.
티벳에서는 희귀한 사랑이야기였기에 그녀의 일은 내게 큰 감명을 주었던 것이다.
대사의 말씀으로는 둘이 다 매우 행복하게 살고 있으며
이미 임신을 했고 지금은 매우 명랑하게 살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둘의 사랑은 잘 되어갈 걸세. 참된 사랑의 유대는 언제나 잘 되는 법이니까"
"형 쪽은 어떻게 되었나요?" "아하 그쪽도 잘됐다. 형도 재혼했다네"
"정말 이상한 나라도 다 있군"하고 나는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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