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챙김, 명상, 마음공부] 히말라야를 넘어서 7장(3)
아무튼 그 여자의 집을 나와 다시 다른 집으로 갔는데
그 집에서는 한 남자가 죽어가고 있기 때문에 친척들이 린포체 대사를 모셔온 것입니다.
우리가 도착하고 얼마 안 있어 그 남자는 숨을 거두었지만
대사가 거기에 계시는 것만으로도 가족들의 슬픔은 훨씬 누그러지는 모양이었습니다.
나는 그런 광경을 본 적이 없었습니다. 하나의 인간이 죽었는데도 마치 새 생명이 탄생한 듯이
각자 퍽 명랑하게 자기 할 일을 해나가는 것이었습니다.
"이제부터는 어떻게 하는 것인가요?" "아아, 내일이나 모레 시체는 처리장으로 보내지지"
"그럼 거기서 화장을 하는가요?" "아니, 서양에서는 하는 식과는 다르다네.
저기 저 앞 언덕 중턱에 독수리들이 날아다니는 것이 보이지?" "네"
"저 독수리들은 살을 뜯어 먹으려고 기다리고 있는 것이야.
저 언덕에 보이는 사람들은 라갸파라고 불리는 시체 처리인들이고.
그들은 시체를 잘게 토막내어 독수리에게 주는 일을 한다네. 그러고 나면 아무것도 남지 않지.
그렇게 하는 것이 보통사람의 시체를 장사지내는 방식이라네"
나는 그 현장을 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정말 보고 싶은가? 기분이 나쁠 텐데"
"실지로 보아두지 않으면 어떻게 하든지 그저 상상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좋아, 그럼 가보지. 거기에는 언제나 누군가의 시체가 있어서 동물들이 뜯어먹고 있다네"
그렇게 하여 우리는 언덕 중턱으로 올라가 이 고장 사람들이 '해골'이라고 부르는 장소에 가서
정말 무서운 장면을 보았습니다. 그들은 먼저 큰 바위 위에 시체를 눕히고 날카로운 연장으로
뼈만을 남기고 고기를 말끔히 갈라내어 살을 떼어내는 대로 독수리에게 던져주었습니다.
그러면 무리 지어 기다리며 날고 있던 육식조(肉食鳥)들이 소리치며 내려와서
라갸파들의 손을 쪼을 듯이 살을 물고 날아가 먹어치우는 것이었습니다.
살을 다 떼어낸 뼈는 잘게 부숴서 개에게 줍니다.
시체에서 잘라낸 머리가 여기저기 뒹굴고 있었습니다.
라갸파들은 두개골을 깨고 눈알과 골을 손으로 끄집어내어 독수리에게 줍니다.
두개골은 부수어 가루로 만들어 죽은 사람의 친척이 희망하면 넘겨주고
그렇지 않으면 개에게 줍니다.
"기분이 별로 좋지 않은 광경이기는 했습니다만 보아두길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대는 무엇이든 피하지 말고 있는 대로를 보아야 한다네. 그렇지 않으면 해탈이 되지 않는 것이야"
"말씀하신 대로입니다. 저에게는 아직도 많이 해탈해야 할 것이 있지요."
"자, 그건 그렇고. 다시 죽은 사람의 집으로 가서 그 자리를 정화하는 의식을 해주는 것이
라마승으로서의 일반적인 계율이라네" "그것도 보아 두어야 할 것 같은데요."
"그것도 보고 싶은가?" "네, 전부 봐두는 것이 좋겠다고 여겨집니다.
결혼, 죽음, 장례 지내는 것을 차례로 보아왔으니까 이젠 정화의 의식도 보아야지요.
앞으로 탄생하는 것까지 보게 되면 사람의 일생을 다 보게 되는 것이 되고
티벳 사람들의 생활 전체(탄생, 생활, 죽음)를 본 것이 되지 않겠습니까?"
"이젠 라마승들이 와 있을 거야"
그리하여 우리는 죽은 사람의 집으로 다시 돌아갔는데 과연 라마승이 와 있었습니다.
정화의 의식은 아직도 시작되지 않고 있었습니다.
라마승들은 그 의식을 집정하는 역할을 린포체 대사에게 양보하려 했지만
대사는 손을 들어 그들에게 그대로 집전을 하게 했습니다.
그 의식에는 여러 가지 재미있는 과정들이 있었습니다.
라마승은 먼저 종이 한 장을 꺼내어 사자(死者)의 인형(人形)을 만들고는
그것을 불에 던져 태우면서 다 탈 때까지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종이인형이 환하게 타오르면 사자의 혼이 가장 높은 하늘로 올라간 것이고,
붉게 타면서 퍼지면 혼이 집에서 나간 표시라는 것입니다.
활활 타오르지 않고 있으면 혼은 아직 집안에 떠돌고 있는 것이며,
그러면 라마승이 그 영혼에게 집에서 나가 가족을 더 이상 괴롭히지 않고
좋은 안식처를 찾아 다시 태어날 때까지 기다리도록 타이르는 것입니다.
"제 마음에 드는 것이 한 가지 있군요. 그것은 이 땅의 사람들이 죽음이라는 것이
없음을 알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렇더라도 종이를 태우는 것은 한낱 미신이 아닐까요?"
"그야 그렇지. 그러나 유족들은 그것으로 위안을 받는다네. 그들은 그것을 굳게 믿고 있으니까.
그들은 우리들처럼 진리를 아는 데까지는 와 있지 못하는 것이야"
"그렇겠군요. 진짜와 가짜를 분별하는 데까지 진화하기 전에는
무엇인가 종교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잘 알겠습니다.
거짓된 것을 알 때 비로소 참된 것도 알 수 있는 것이군요."
"자, 그러면 여태까지 보통사람들의 사망, 장례, 사자의 집을 정화하는 의식도 보아왔는데,
도승이 죽었을 때는 전혀 방식이 다르다네. 그 시체는 안치소에 보존을 하고 그 위에 무덤이 세워지지.
무덤은 금으로 씌우고 속에 보석을 채워 넣으며 그 속에는 값을 매길 수도 없을 만큼
엄청난 금불상이나 비단을 함께 넣는다네. 보통 사람들의 경우와는 너무도 다르기 때문에
그런 일이 있다고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라네.
그대도 그런 무덤을 승원에서 많이 보았을 터인데 그중에서도 가장 놀라운 것을 보려면
달라이라마의 무덤을 보아야 한다네"
"네, 귀국할 때까지는 꼭 한번 찾아보겠습니다. 그런데 얼마 되진 않지만
티벳에 입국이 허용된 고관들은 어찌하여 아무것도 아닌 표면적인 것 말고
생명의 진실한 이치를 탐구하지 않는 것일까요?"
"그 대답은 그대 자신이 가지고 있을 터인데 내게 미룰 것까지도 없지 않은가?"
나는 아무 말도 안 했지만 정말 대사가 말씀하시는 대로라고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원래 그런 것은 묻는 것이 덧없는 일이었습니다. 그 까닭은 나에게는 자명한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그들이 가짜에 젖어 있어 참 실재(實在)에 대하여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겉에서 살고 있는 자는 겉에 있는 사물밖에는 보지를 못합니다.
삶의 진실을 파악하지 못한 그들이 가는 곳은 바로 인류의 비극뿐입니다.
우리는 잠시 침묵에 잠겨 있었습니다. 나는 나대로, 대사는 또 대사대로의 생각에 잠겼습니다.
그러나 두 사람의 생각이 같은 차원에 있었다고 여겨지는 것은
대사가 이렇게 말씀하셨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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