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챙김, 명상, 마음공부] 히말라야를 넘어서 20장(3)
어느 날 내 친구는 노르부 없이 우리 둘만 남아 있을 때 이렇게 말했습니다.
'네가 이곳을 떠나게 될 때 네가 느끼는 것보다 노르부는 훨씬 더 자네를 그리워하게 될 것이란다.
너란 사람은, 만나는 모든 사람들의 가슴에 들어가 어느새 자리 잡고 있지.
그리고 바로 이 점 때문에라도, 나 역시 자네를 그리워하게 될 것이야.
네가 몸을 입고 이곳에 온 이후로 너는 만났던 모든 사람들의 가슴에 들어와 자리를 잡고 있단다.'
'여기, ' 그는 말했습니다. '오크 수도원장의 편지란다. 다른 편지들은 하나는 게쉬 림포체로부터,
다른 하나는 퉁 라(Tung La)로부터 온 것이지. 그들 모두 자네에 대해 이야기할 때면
거기에는 깊은 애정이 담겨 있는 것을 알 수 있단다.'
'네.' 나는 말했습니다. '저 역시 스승님과 그분들 모두를 사랑합니다.
그리고 저도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이별의 아픔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지금도 이별을 생각하기만 하면 가슴 깊이 저려 옵니다.
사실 저는 종종 제 자신에게 묻곤 합니다.
나의 진정한 친구들이 있는 이곳을 내가 왜 떠나야 하는 거지?
그러나 스승님(you)께서 뭐라 말씀하실지 알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해 한 마디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단다. 내 아들아. 나도 네가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알고 있단다.
그러나 우리 역시 너를 사랑하기 때문에 여기에 붙잡아두고 싶은 마음이 많듯이
네가 온 세상으로 돌아가 해야 할 일도 많단다. 그래서 너를 여기에 둘 수 없는 것이지.'
그 순간 나에게 부어주시는 그분들의 무한한 신뢰를 받기에
나 자신은 참으로 보잘것없다고 느꼈습니다.
그 순간 내 자신이 저 수평선에 떠다니는 작은 한 점과도 같이 작게 느껴졌습니다.
그때 내 친구가 다시 말을 했습니다. 내 생각을 읽었음에 틀림없으리라.
'기억해라.' 그는 말했습니다.
'자아는 아무 것도 아니야. 참으로 일을 하시는 분은 바로 영(the Spirit)이시란다.
자아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지. 그것은 오히려 장해물이 될 때가 더 많지.
이 사실을 깨닫고 나면 자아는 영께서 일하시는 것을 방해하지 않게 된단다.'
그 말을 듣자마다 나는 안도감을 느꼈습니다.
그 순간 내가 이 모든 감정과 내 일들을 다루어야 한다는 책임감에서 자유로워졌습니다.
이 일 뒤에는 훨씬 더 거대한 힘이 뒷받치고 있었으며
내가 자아를 벗겨낼수록 더욱 더 큰 힘이 따라붙게 되는 것이었습니다.
두려움은 나에게서 떠나갔으며 나 자신을 하찮게 보는 느낌도 떨어져 나갔습니다.
그리고 그가 오래 전에 나의 자아의 껍질을 벗겨주었을 때의 나로 다시 돌아와 있었습니다.
두려움이란 자아가 있을 때에만 존재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때 나는 그 사실을 알게 되었으며, 그도 내 얼굴을 보면서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그날 밤 노르부가 우리에게 왔고, 우리는 그녀가 리자 지방까지 갔다가 돌아온 경험을
이야기하는 것을 들으며 거의 자정까지 앉아 있었습니다.
이야기의 마지막 부분에서 그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고향으로 다시 돌아오게 돼서 기뻐요. 숱한 종교 물품들과 종교 예식에 둘러싸여 있다 보니
자신감을 모두 잃어버리는 듯 했거든요.'
'그렇단다. 노르부.' 내 친구는 말했습니다.
'두 가지 종류의 자신감(confidence)이 있단다. 하나는 사람이 기술자로서
어떤 기술을 숙달했을 때 느끼는 자신감이란다.
너도 알게 될 테지만, 이런 자신감은 피상적인 것에 지나지 않아.
그리고 이와는 다른 종류의 자신감도 있는데, 이 자신감은,
마음의 활동적인 영역 또는 의식적인 영역,
그리고 잠재되어 있는 영역 또는 무의식적인 영역 모두에 걸쳐
자기 자신을 알게 될 때 나오는 것이란다.
마음이 활동하고 있는 표면적인 영역과 잠재되어 있는 영역 전체를 다 이해하게 되면,
거기에 자신감이 있게 된단다. 그 자신감은, 독단적이지도, 약삭빠르지도 않으며,
또한 뭔가를 성취했다는 기억에서 나오는 자신감도 아니야.
그 자신감은 사물을 실제 있는 그대로 보게 될 때 나오는 것이란다.'
'자기는 구원을 받을 것이라든지, 자신은 대단한 사람이라든가
뭔가를 성취할 수 있을 거라는 등의 믿음을 전제로 하고 있는 자신감은
그 안에 두려움도 반드시 있기 마련이지.
그러나 종교의 예식이 무엇인지 그 실체를 이해하고 나면,
자신이 맺고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 사물과의 관계, 관념과의 관계를 이해하게 되고,
그 이해가 모든 권위로부터 너를 자유롭게 할 거야.
그렇게 되면 스승도 제자도 존재하지 않으며, 강단에 앉아 있는 구루도,
저 아래에 앉아 있는 입문자(chela)도 존재하지 않게 된다네.
이 사실을 이해하게 되면, 너는 모든 시간 감각과 권위로부터 자유롭게 될 것이야.'
'이런 자신감은 사랑과 애정으로 충만하단다(pregnant with).
그리고 네가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그때에는 높음도 낮음도 존재하지 않아.
사랑은 그 자체로 영원함을 갖고 있기 때문이지.'
'사랑과 친절과 관대함과 자비가 있는 존재의 상태 속에서는 내적 평온함이 자리를 잡게 되지.
존재의 이런 상태가 바로 아름다움의 본질(the essence of beauty)이지.
이러한 가치들이 없이, 스스로를 종교 예복이나 종교 물품들(paraphernalia) 따위로 치장한다면
결과적으로 감각의 가치만 강조하게 되어 버리지.
높고 낮음의 환상, 갈등과 분열로 이끄는 감각의 가치로 말이야.'
'그리스도 또는 붓다의 자신감이란 신속하고 유연하게 움직이는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란다.
이 자신감이 특권을 받은 소수에게만 한정되어 있는 것도 아니야.
다만 하나의 생명이 있을 따름이고, 그 생명은,
생명이 일하는 것을 방해하고 있는 것들을 자각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게 누구라 할지라도 그 사람 안에서 충만하게 일하게 될 것이야.'
그때 나는 노르부가 어떻게 이해로부터 나오는 자유로움을 얻었는지,
그리고 그녀가 그 순간 뿜어내고 있던 존재의 향기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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