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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챙김, 명상, 마음공부] 히말라야를 넘어서 5장(2)

 

 

얀탄 승원의 벽은 한 개가 한 아름은 될 것 같은 거치른 바윗돌로 되어 있습니다.

보기에도 우람한 이 가람(伽藍) 전체의 무게는 짐작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벽두께는 2미터가 넘습니다.

수도 없는 불규칙한 바윗돌이 참으로 교묘히 짜 맞추어져 있는 것입니다.

그런 기술과 구조는 나에게는 그야말로 하나의 신비였습니다.

 

지붕은 두께가 5센티미터가 넘는 돌판으로 되어 있고, 표면은 온통 노란색이었습니다.

이 승원이 황모파의 승원이기 때문입니다.

채색은 노랑 안료를 잔뜩 만들어서 지붕 위에 쏟아붓는다는 것입니다.

벽은 흰색인데 마찬가지의 방법으로 채색을 했다는 것입니다.

 

승원 한가운데의 넓은 현관으로부터 1층으로 들어갔습니다.

사면에 여러 가지 물건을 저장하는 방들이 있고, 그 위에는 빙 둘러 조그만 예배소가 여러 개 있는데,

그것들이 그대로 여러 신과 부처를 모시는 제단이 되어 있습니다.

그 안에는 순금이나 은으로 만든 신불의 상들이 수없이 놓여 있습니다.

값으로 친다면 짐작도 할 수 없는 금액입니다.

 

가운데의 대법당 위에는 갖가지 기구나 제기들을 보관하는 방들이 있었습니다.

라마승들이 기거하는 숙사는 본당건물 둘레에 따로 지어져 있었습니다.

대법당의 문은 린마톤 승원의 그것과 비슷한 거대한 문이고

옆에는 금실 술이 달린 현란한 금색 비단 장막이 묵직이 걸려 있습니다.

 

대법당 벽에는 굉장한 벽화가 그려져 있습니다. 모두가 수호신과 이상한 모습의 그림입니다.

왼쪽으로는 '생명의 바퀴'가 있는데 표면에는 기도문들과

'옴 마니 받메 흠'의 진언이 꽉 새겨져 있습니다.

기도바퀴는 높이가 3미터 지름이 2미터가량 됩니다.

기도바퀴에는 손잡이가 달려있고 한 번 돌릴 때마다 종이 울리게 장치되어 있습니다.

그 소리는 바로 돌리는 사람의 죄가 사함을 받았다는 표시라고 합니다.

 

법당의 벽 둘레에는 그보다 작은 기도바퀴들이 여기저기 놓여있고

그 앞을 지나가면서 승려들은 손으로 한 바퀴씩 돌리는데

그렇게 함으로써 공덕이 쌓이는 것이라고 합니다.

 

승원 안에는 굉장한 값어치의 각종 보석을 속에 채운 순금의 신불상과

수도 없는 명주 스카프와 비단 깃발들이 즐비했습니다.

정말로 돈으로 친다면 이루 계산할 수도 없을 금액일 것입니다.

 

본당 둘레는 죽 복도로 둘러져 있고 복도의 천장은

내 몸의 거의 배가 되는 보기에는 육중한 나무 기둥들로 받쳐져 있으며

그 기둥에는 이상한 그림이 그려져 있는 기다란 명주 깃발들이 걸려있습니다.

그 그림은 모두가 라마승들이 그린 것이고 내용은 부처들, 성자들, 승원의 수호신들입니다.

 

본당 끝에는 제단이 있고 제단 밑에는 수백 개의 금 또는 은으로 만든 버터 등잔들이 놓여 있습니다.

등잔들은 담당승려들이 항상 채워놓는 야크버터가 끊임없이 타고 있습니다.

등잔의 불을 꺼트려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제단에는 가운데에 옥좌가 있고 옥자의 위는 눈부신 황금의 천개(天蓋)로 덮여 있는데,

이 옥좌는 달라이 라마만이 앉는 자리입니다.

그 바른쪽 한 단 낮게 사제의 자리가 있고 왼쪽에는 승원장이 앉는 자리가 있습니다.

 

사제는 의식을 집전하고 승원장은 설법을 합니다. 계단 앞은 고승들의 자리이고

그 뒤로 바닥에서 약 15센티미터 높이의 방석들이 줄줄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물론 서양에서처럼 옆으로 줄지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세로로 늘어놓여 있고

그 위에 승려들은 각기 결가부좌를 하고 있습니다.

 

내가 구경했을 때에는 의식이 진행되고 있는 중이었고

틈틈이 시중드는 승려들이 차를 돌아가며 따라주곤 했습니다.

승려들은 각자가 자기의 찻잔을 지니고 다닙니다. 차는 온종일 무시로 마신다고 합니다.

그을음으로 시커멓게 된 주방에 어떤 것은 높이가 2미터 가깝고 지름은 1.5미터나 되는

무쇠솥이 몇 개씩 걸려 있는데, 그 솥에서 물을 끓이고

거기에 주로 중국에서 수입해 오는 차(茶)를 부수어 넣고

또한 냄새가 역한 야크 버터를 듬뿍 넣고 소금으로 간을 하여

밤낮없이 달인 것을 무시로 마시는 것입니다.

 

매년 티벳으로 수입되는 차는 수천 톤에 이르며

한 사람이 하루에 마시는 양은 평균 20~30잔이라고 합니다.

승원에서는 의식이 진행되는 사이에도 차를 계속 마시는 것 같았습니다.

 

법당 중앙에는 총가와 징이 놓여있습니다. 총가는 길이가 3미터도 넘습니다.

징도 지름이 2미터 가까웠습니다. 총가는 금으로 도금한 받침에 걸쳐져 있고,

징도 역시 도금한 두 기둥 사이에 매달려 있습니다.

 

총가는 담당하는 라마승들이 조로 편성되어 한 조가 불기를 마치기 전에

다음조가 뒤를 잇는 식으로 계속 불어 그 우렁찬 저음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사이사이에 징을 쳐서 법당이 그 굉음으로 진동합니다.

 

승려들이 일제히 외우는 '옴 마니 받메 흠'의 '아-음'과 '흐-음' 소리를 낼 무렵에

이 악기들을 소리 내며 거기에 승려들이 흔드는 수백 개의 요령소리가 찌렁찌렁하고 간간이 섞입니다.

소리를 내는 것은 모두 사제의 지휘에 따르는 것 같았습니다.

 

법당에서 의식을 지켜보고 있는데 드디어 한 승려가 와서

나를 다추안 대사의 방으로 데려다주었습니다.

방안에 들어서며 놀란 것은 그분이 아주 젊어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그분은 힌두스턴어(힌두語)로 말을 걸어오셨습니다.

힌디어는 나도 웬만큼은 자신이 있었습니다.

 

다추안 대사의 힌디어는 거의 완벽해서 우리의 대화가 매우 원활했습니다.

통역을 거치지 않고 대화할 수 있음이 기뻤습니다.

다추안 대사는 나를 무척 반겨주시는 눈치였습니다.

아마도 린포체 대사의 편지(티벳어로 적었기 때문에 나는 무슨 말이 적혔는지 알 수가 없었지만)로

내게 호감을 가지시게 되었을 것입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 나라에서 이런 높은 도인들을 찾으면 대개 당하는

냉담한 대접을 나도 받을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다추안 대사에게 어떻게 힌디어를 배우셨냐고 물었더니

그분의 스승이 인도의 요기였다고 하셨습니다.

나도 인도의 요기에게서 가르침을 받은 일이 있었기에 더욱 친근함을 느꼈습니다.

 

"승원에서는 대사님보다 훨씬 연로한 분들이 계시던데

대사님은 그렇게 젊으시면서 어떻게 승원장이 되셨나요?"

"허어, 나는 그들 누구보다도 나이가 많다네, 겉보기엔 그렇지 않겠지만"

 

"그러시면 대사님은 물론 신이니 지옥이니 하는 것은 믿지 않으시겠지요?"

"그야 그렇지. 그러나 저 사람들은 그런 것밖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자라온 것이라네.

투모를 완전히 익힌 나의 제자들은 그런 의식이나 그릇된 믿음이

그저 마음에 감명을 주는 방편일 뿐임을 알고 있지.

 

그러나 자네도 알다시피 그렇다고 해서 모두에게 그런 것을 말해줄 수도 없고

말해준들 아직은 알아듣지도 못한다네. 만약 그런 것을 자꾸 말한다면

대개의 라마승들은 거의 모두가 나 같은 것은 살려둘 필요가 없다고 할 걸세.

말만이 아니라 실지 그런 말을 분별없이 하다가는 살아남지를 못해.

이것이 이 나라의 종교의 현상이라네.

그러니 이곳은 지금도 마치 서양에서의 스페인의 종교재판시대의 상태에 있지."

 

그분이 기독교 성직자들의 잔혹성을 잘 알고 계신다는 것이 내게는 놀라왔습니다.

"법률이 없다면 서양에서도 아직 미신이 판을 치고 참혹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지도 모르지요.

사실 오늘날에도 일부 남아있는 종교적 광신(狂信)이 많은 현대인들의 반발을 사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서양에서는 교회들이 대개 텅텅 비고 있습니다.

 

인류는 종교, 국적, 인종, 조직집단, 신조, 사상에 의해 갈래갈래 찢겨 있습니다.

그러한 것들이 얼마나 어리석고 미망에 찬 것인지를 깨닫지 못하기 때문이지요.

그 어리석음의 진상을 깨닫기만 하면 선뜻 버리게 될 것입니다.

그때 비로소 인간은 모두 하나라는 것을 깨달을 것입니다.

 

그리하여 존재하는 모든 것 속에 들어있는 생명이 오직 하나의 대 생명이라는 진리로

사람마다 스스로의 해탈을 이룩할 것입니다.

이것이 진리, 이것을 전해주고 깨닫게 하는 것만이

모든 인류의 해탈을 위해 필요한 일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뭉뚱그려 말한다면 그렇게 되지." 하며 다추안 대사는 말을 이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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