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챙김, 명상, 마음공부] 히말라야를 넘어서 5장(1)
해발 5천 미터나 되는 큐러 고개를 간신히 넘어 한숨 돌리려다가 고개 기슭에서
'고상한 사업가들'(마적떼)을 만나 생각지도 않았던 기상천외의 연극까지 벌이는 통에
해발 4천미터인 담탄이라는 지점에 있는 산막에 도착한 것은 해질 무렵이었습니다.
티벳은 바닥이 평균 해발 3~4천 미터의 고원이고 그 둘레를 만년설을 인 준령들이 꽉 에워싸고 있어
대개 해발 5천에서 7천미터에 이르는 고개를 넘어서야 들어갈 수 있는데
그나마도 겨울에는 대부분의 통로가 막히고 맙니다.
티벳의 총면적은 약 1백60만 평방킬로미터이고 그 속에 2백만의 인구가 흩어져 살고 있습니다.
그 인구 가운데에는 연명하기도 어려울 만큼 가난한 자가 있는가 하면
엄청난 부자도 있어 빈부의 차가 매우 두드러진 것이 하나의 특색입니다.
아직은 낮이기는 하지만 8킬로미터 앞의 산허리에 숨어있는
텐첸 승원 배후의 산줄기 너머로 해는 곧 가라앉으려는 참이었습니다.
그 밤은 산막에서 묵고 다음날 아침에 얀탄에 닿기로 했습니다.
하인은 곧 불을 피우고 저녁식사를 준비했습니다.
로스트 치킨과 지진 감자가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날의 길고 험난한 여정을 우리는 거의 먹지 않고 걸었기 때문에 배가 고파 있었습니다.
배를 불리고 나서 생각지도 않은 음악을 즐겼습니다.
하인이 조그만 아코디언을 지니고 있었는데 제법 훌륭한 솜씨였습니다.
나는 그에게 그의 나라 국가를 켜보라고 했습니다.
그 노래는 아주 낭만적이고 주위의 풍경에 잘 어울리는 선율이었습니다.
산막 앞은 깊은 계곡이고 뒤가 산이어서 메아리 소리가 아주 또렷했습니다.
내가 온 세계 곳곳에서 들은 메아리 소리 중에서도 그곳의 메아리가 가장 또렷했습니다.
그것은 마치 두 사람이 마주 서서 한쪽 사람의 소리를
반대편 사람이 조금 작은 소리로 몇 박자 사이를 두고 그대로 계속 따라 소리 내는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노래를 즐기다가 11시를 훨씬 지나서야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나는 무척 고단했던 터라 눕자마자 말뚝처럼 곯아떨어지고 말았습니다.
다음날 눈을 뜬 것은 방금 해가 솟아오르는 찰나였습니다.
특히 이 나라에서는 나날의 해돋이와 해넘이는 어떻게든 빠뜨리지 않고 보도록 해온 나였으나
이 아침의 해돋이는 뭔가 또 새로운 것을 보게 예고하는 것 같았습니다.
매양 경탄을 금할 수 없는 그 색채의 파노라마는
나를 위하여 이 신비에 싸인 나라 티벳이 마련해 놓은 숨은 속내를 살며시 엿보게 해주는 듯했습니다.
이 나라에서는 가장 미신적인 것과 가장 높고 심오한 것이 뒤엉켜 있습니다.
참으로 티벳은 역겹도록 캄캄한 미망과 온갖 기적을,
숨을 쉬는 것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행하는 최고의 예지가 함께 널려 있다는 야릇한 고장입니다.
여기에는 또 사람의 발길이 닿은 적이 없는 원시 그대로의 땅, 변화무쌍한 자연,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하는 산과 골짜기들이 있습니다.
큰 것이 있고 작은 것이 있고 폭풍이 있고 고요가 있고 낮의 혹독한 더위가 있고
밤의 무서운 추위가 있습니다. 그것들이 서로 잇달아 오가며
하나가 끝나는가 하면 또 하나가 시작됩니다.
그리고 또 사람의 가장 더러운 것과 가장 깨끗한 것, 최악과 최선이 공존합니다.
극단과 극단이 뚜렷이 보이는 나라입니다.
이런 생각이 나의 마음을 스쳐갔을 때 햇살이 텐첸 승원의 정문을 확 비췄습니다.
저 멀리서 총가 소리가 길게 꼬리를 끌며 징소리와 어울려
라마승들이 일제히 부르는 '옴 마니 받매 흠'을 싣고 흘러 왔습니다.
계곡을 내려다보면 산들의 그림자가 꼬리를 끌고 갑니다.
뭔가 모르게 신비로운 기운 그것은 그대로 놀라운 느낌입니다.
밤의 한기에 공기는 팽팽히 긴장되어 있고 어디서인지 바람은 그윽한 향기를 날아와
이런 정경에 한층 매혹을 더해줍니다.
해는 산봉우리들 위를 올라서고 강의 세찬 흐름은 골짜기를 누벼,
그 반짝반짝 눈부신 눈보라는 그대로 무지개입니다.
신비로운 음악소리, 라마승들이 진언을 외는 은은한 목소리의 다발과 향내음,
이것들을 보고 듣고 느끼는 것만으로도 이 땅을 찾은 보람은 충분합니다.
승원 안에는 입구의 계곡을 향해 거대한 향로가 높이 놓여 있고
거기에는 선향(線香)의 연기가 끊기는 법이 없습니다.
해가 높아짐에 따라 그 일대의 전체 모습에서 수천년에 걸쳐 비밀히 간직되어 온
그 어떤 신비의 힘이 계시되기를 고대하는 사람에게 찾아드는 그런 느낌이 피어나는 것이었습니다.
텐첸, 간도쿠, 얀탄의 세 승원들이 서로 몇 킬로미터씩 떨어져 있습니다.
얀탄 승원은 셋 중에서는 가장 멀고 그곳이 또 내가 가장 먼저 만나야 할
황모파(黃毛派)의 승원이었습니다.
우리는 도도히 흐르는 강기슭을 따라 뻗어있는 길로 내려갔습니다.
골짜기를 불어 올라가는 바람에 실려 물보라가 얼굴에까지 닿습니다.
겹겹이 에워싼 산들로 골짜기는 마치 하나의 동굴과 같고 그 속을 바람이 세차게 불어가니
조약돌마저 날려서 얼굴을 때립니다.
얼마 안가서 대나무를 다발 지어 만든 밧줄로 매단 아슬아슬한 다리에 이르렀습니다.
다리 위로 올라서자마자 양쪽으로 마구 흔들렸습니다.
다리라고도 할 수 없는 다리는 양쪽의 거대한 다리 사이를
거품을 물고 세차게 흘러가는 강물 위에 매달려 있습니다.
대나무 밧줄이 뚝 부러지기만 하면 끝장입니다.
끊임없이 바위와 부딪쳐 끓어오르는 그 빙하의 엄청난 분류 속에서
살아남을 사람은 있을 수가 없는 것입니다.
겨우 맞은 편 강가로 건너가 얀탄 승원까지 3킬로미터가 넘는
험준한 오르막길을 힘겹게 올라갔습니다.
승원이 서 있는 바위를 깎아낸 가파른 계단을 올라오는 우리들의 모습은
라마승들에게는 아마도 신기한 구경거리였을 것입니다.
그런 일은 그들에게는 전대미문의 사건이었을 터이니까 말입니다.
이번에는 나의 스승이 되는 분도 함께 오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래도 승원으로 들어가는 절차를 거치기가 불편할 것 같았습니다.
그저 린포체 대사가 써주신 편지에 모든 것을 맡길 수밖에 없습니다.
승원에 닿자 마중나온 승려에게 통역을 거쳐
린포체 대사의 다추안 대사 앞으로의 편지를 건넸습니다.
이때는 나도 이미 '인내의 덕'을 충분히 익히고 있었습니다.
이 외부세계와는 완전히 격절된 신비의 땅에서는
무슨 일이든 빨리 진행되기를 기대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다추안 대사를 만나게 될 때까지 기다리는 사이에
승원을 둘러보아도 좋다는 허락을 받았습니다.
안내를 해주게 된 라마승은 매우 지적인 용모의 노인이었습니다.
그가 나를 보았을 때의 표정은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그것은 그야말로 놀라고 의아한 표정이었습니다.
"이 사람은 대체 어떤 사람일까? 어디서 무얼 하러 왔을까?
린포체 대사는 무엇 때문에 이자를 보냈을까?"
그런 생각이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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