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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챙김, 명상, 마음공부] 히말라야를 넘어서 6장(8)

 

린포체 대사님과 해짐의 현란한 모습을 즐기고 나서 우리는 밖에서 저녁식사를 들었습니다.

그것은 나의 기호에 맞도록 특별히 마련된 식사(구운 감자와 닭고기)였습니다.

배가 고팠을 때에 더구나 시원한 마당에서의 식사는

나에게 잊을 수 없는 육체적 만족을 주었습니다.

 

"티벳인들의 풍습을 선생님에게서 듣고 싶습니다.

제가 머물 기간은 짧고 이렇게 광막한 나라의 모습을 제대로 볼 수도 없으니까

선생님이 말씀해 주시는 것은 모두 저에게 큰 공부가 되겠습니다."

 

"그렇겠지.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을 느꼈군 그래. 이제부터 그대가 앞으로 나가면서

다른 방법으로는 얻을 수 없는 지식을 얻을 마음가짐이 더 잘되도록

티벳 사람들이나 그 관습에 대해 조금 이야기를 해 주어야겠다고 생각했었다네.

그런데 고단하지 않은가?"  '아닙니다. 선생님이 말씀해 주신다면 몇 시간이라도 좋습니다."

 

"티벳 사람들은 대체로 밝은 편이지. 그건 자네도 이미 느꼈을 터인데"

"네. 그들은 늘 웃고 있지요. 제가 만났던 부인들은 특히 그렇던데요."

"정말 잘 웃지. 그러나 그건 아마 자네를 그들이 남편으로 삼고 싶어서일 것이고,

또 그대가 동족들과 다르기 때문일 거야"

"그런가요. 하긴 얀탄으로 들어올 때 아가씨들 십여 명을 만났는데

저를 보자마자 서로 떠들면서 웃는 것입니다.

통역에게 물었더니 '좋은 서방님'이라고 한다는 거예요.

하나가 '내 것'하니까 다른 아가씨도 '내 것이야'하고는 웃어대는 거예요."

 

"그렇다네. 여기에는 일처다부(一妻多夫)인 집도 얼마간 있는데

이 풍습은 급속히 사라져 가고 있지. 여자가 여러 남편을 거느리는 풍습인데

장남을 남편으로 맞으면 그 동생들도 다 받아들이니 아이들의 아버지가 누군지를 모르지.

그런데 막내아들과 혼인을 하면 그 사람만이 남편이고 위 형제들은 받아들이지 않는다네"

 

"그런가요? 이 나라는 남자보다 여자가 많은 것 같던데요."

"그건 그렇지. 그런데도 일처다부의 풍습은 그치지를 않아.

또 한편으로는 일부다처의 풍습도 있어서 부자들은 아내를 여럿 두는 사람도 있는데

이 풍습도 근래에는 급속히 사라져 가고 있다네.

 

이 나라에서는 어린이의 사망률이 대단히 높다네. 독감으로 죽는 어머니와 아기가 많아서이지.

외딴 시골에서 라마승의 의사가 가까이 없을 때는 남편이나 이웃사람들이 해산을 돌보고

태어난 아기를 목욕시키는 일도 드물다네.

갓난아기는 보통 온몸에 야크버터를 발라주는 것이 풍습이야."

 

"선생님도 많이 해산을 돌보아주셨겠군요?"

"음, 많이 했지. 실지로 나는 내가 담당했던 지역에서는 상당한 숙련자였다네.

해산 때 어머니들이 겪는 아픔은 그대도 알겠지.

물을 끓이는데 드는 땔감도 그렇거니와 여기서는 밥을 짓는데 쓸 땔감도 아주 얻기가 힘드니 말이야.

숲이 가까이 있는 곳에서는 나무를 해올 수가 있어서 다행인 편이지.

또 아기를 낳고 어머니가 하루 이틀 누워있는 일도 드물다네"

 

"승원 근처를 아가씨들이 많이 돌아다니던데요?"

"그래. 라마승들은 일단 독신을 지킨다는 서약은 하지만 개중에는 계율을 지키지 않는 자도 있어.

자네가 보는 아이들 중에 많은 아이들이 제 아비를 모른다네.

티벳 사람들은 아이를 참 좋아해서 처녀가 아기를 데리고 시집을 와도

남편은 그 아이를 자기 자식으로 받아들이니 아이는 그 집 성을 받고 자란다네"

 

"그것 참 관대하군요." "이곳 사람들은 서양의 자네들처럼 성 문제에 까다롭지를 않다네.

결과적으로 서양인들보다 명랑하지" "이혼 같은 것은 없나요?"

"거의 없어. 그런 것은 모두 라마승들이 처리하지. 이 나라에서는 아들을 참 좋아하지.

내가 아는 어떤 사내는 한 집안의 세 자매와 결혼을 해서 겨우 아들 하나를 얻었다네."

 

"그래 지금도 그 셋을 아내로 거느리고 있나요?" "「그럼. 그것이 법도니까"

"여자들끼리 다투지는 않나요?" "아니, 인간은 그렇게 키워지면 그걸 당연한 것으로 알게 된다네"

"서양에서는 생각도 못할 일이군요." "그렇겠지. 여기서는 자기들의 풍습을 알고 있을 뿐이고

서양의 풍습은 모르니까. 그런데서도 여러 가지 차이가 나오지" "그렇겠군요"

 

 "일처다부일 경우에는 여자가 살림의 실권을 잡고 있다네.

티벳에서는 여자가 가정뿐만 아니라 장사를 하는데도 주인 노릇을 하는 일이 허다하다네.

이곳 여자들은 모두 아주 활달하다네. 아시아에서도 다른 나라들과 달라.

내외가 거의 없고 그러면서도 남편을 잘 보살피지. 여기는 여자들이 유능하고 자유롭다네"

 

"서양도 그렇게 되어가고 있지요." "농사를 짓는데도 여자가 일을 잘한다네.

사실 여자들은 모든 점에서 남자와 다른 데가 없지.

남자들도 자기의 아내가 다른 남자에게 관심을 보여도 별로 질투를 하는 일이 없다네.

처녀가 혼전에 아이를 낳아도 부끄러운 일이 아니니까"

 

"그런 일처다부의 생활을 어떻게 말썽 없이 해 나가나요?"

"한 남편이 아내와 함께 방에 들 때는 제 신발을 문 밖에 벗어 놓는 거야"

나는 웃음이 나왔다. 대사님도 따라 웃으셨다.

"과연 아주 멋진 꾀로군요. 서양이라면 어림도 없지요.

일부다처든 일처다부든 사회가 용납을 안 할 거예요. 아내 둘을 갖는 것은 우선 법률 위반이니까요."

 

"나도 알고 있다네. 나는 젊었을 때 여러 나라들을 다녀보았지.

나는 한 지역의 족장(族長) 아들로 태어났지. 그래서 인도에 있는 영국 학교에 보내진 거야.

그때 요기 한 분을 만나게 됐고, 그 스승이 나에게 생명의 신비를 가르쳐 주셨다네.

그렇게 해서 승원장이 되었고 투모를 비롯한 밀교과학도 대개 다 배웠다네"

 

"선생님이 투모술에 통달하셨다는 것은 저도 들었습니다."

"인간의 힘은 빛을 받지 못한 사람에게는 숨겨져 있지.

터득한 사람만이 그것을 쓸 수 있게 되어 있는 것은 창조주의 지혜야"

 

대사가 그렇게 말씀하실 때 나를 보는 눈길은 사랑하는 자식을 보는 아버지의 그것이었습니다.

어느덧 한밤중이 되어 있었습니다. "자, 이젠 좀 쉬어야지. 내일 또 이야기를 하기로 하고.

그대는 오크 계곡으로 가면서 직접 그런 풍습들을 많이 보게 될 것이야.

거기에서 그대의 스승이 기다리고 있다네. 그러니까 자네는 린마톤을 빨리 떠나야 한다네"

 

"저는 린마톤이 좋아졌습니다. 여기가 저의 고향 같아요."

"그럴 테지. 자네가 오고 싶을 때는 언제든지 오게나.

린마톤은 자네의 고향으로서 언제나 문을 열어줄 것이야"

그 말씀은 끝없는 정을 담고 있었습니다.

린포체 대사 같은 대성자에게서 그런 말씀을 듣는 것은 나의 더없는 영광이었습니다.

나는 엄청난 감격을 주체하지 못하면서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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