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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챙김, 명상, 마음공부] 히말라야를 넘어서 7장(1)

 

다음날 아침잠을 깨어서도 나는 아직 전날의 린포체 대사님의 이야기에

매료된 상태 그대로였습니다. 대사의 이야기를 더 듣고 싶었습니다.

창문으로 다가가보니 대사께서 발코니에 서 계시는 것이 보였습니다.

곧 해가 떠오를 동녘을 바라보고 계셨습니다.

 

주변은 아직도 어둡고 시커먼 담요 같은 검은 구름이 골짜기를 뒤덮고 있었으며

무엇인가 심상치 않은 기운이 감돌았습니다. 티벳에서 이런 모습은 여태껏 본 적이 없었으며

대체 이제부터 어떤 일이 일어날까 생각을 하는 찰나에

갑자기 뇌성벽력이 치면서 요란한 소리가 골짜기 속에서 전후상하로 메아리치는 것이었습니다.

 

그 소리는 겹겹이 둘러싼 산들에 부딪쳐 마치 거대한 포탄이

차례차례 터지는 것처럼 울려퍼졌습니다. 비는 아직 내리지 않습니다.

나는 대사가 계시는 발코니로 나가 보았습니다. 대사는 깊은 명상에 잠겨 있었습니다.

 

"나는 자연이 자아내는 여러가지 느낌에 대하여 생각하고 있었다네.

어젯밤은 푸른 하늘에 구름 한점없이 별이 빛나고 있었는데

지금은 이렇게 골짜기와 언덕이 어두워 큰 비가 쏟아질 것 같은 구름이 가득 차 있고

금시라도 호우가 쏟아져 강을 범람시키고 사나운 물결이 소용돌이칠 것처럼 보이는군"

 

"그렇군요, 오늘 아침은 정말 날씨가 사납군요."

그 찰나에 앞서보다 더 큰 번개가 터지면서 백 미터쯤 떨어져 있는 큰 바위에 벼락이 떨어졌습니다.

몇 십억 볼트는 될 것 같은 엄청난 굉음이 귀를 찢으며 섬광이 순간적으로 사방에 퍼져나갔습니다.

 

"승원에 맞지 않아서 다행이군요."하고 나는 말했습니다.

"응"하고 대사는 일단 동의를 하고 나서 "그러나 사람들의 기억에 남아있는 역사에는

승원에 벼락이 떨어진 일은 없었다네"하고 말을 받으셨습니다.

바로 그 때 구름들이 쫙 갈라졌습니다. 나는 아직껏 그런 광경은 본 적이 없습니다.

 

그것은 비가 온다는 따위의 말은 해당이 되지 않습니다.

마치 엄청난 그릇을 뒤집어 폭포처럼 물을 내리 퍼붓는 것과 같았습니다.

골짜기 밑의 강에서는 갑자기 솟구친 분류가 벼락소리에 못지 않은

요란한 소리로 울부짖기 시작했습니다.

 

"얼른 그쳤으면 좋겠는데요." 대사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자연은 토라지기도 잘하지만 또 풀리기도 잘하지" 그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구름이 물러가면서

우리를 둘러싼 히말라야 산맥 등 뒤로부터 태양이 얼굴을 내밀었습니다.

폭풍이 그치자마자 벌써 주변은 정적 그것이었습니다.

"이렇게 어지러운 변화는 본 적이 없습니다. 정말 극단적인 대조로군요."하고

나는 탄성을 올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잠시후에 아침식사로 나는 삶은 달걀 두 개에 토스트와 홍차를,

린포체 대사는 참파(보리를 볶아 가루로 만든 것, 티벳의 주식)를 조금 하고

차 한 잔을 드시고 나서 다시 발코니로 나와 앉았습니다.

 

"이 나라 사람들의 풍습을 좀 더 알고 싶습니다." 대사는 느릿느릿 고개를 끄덕이셨습니다.

"복장은 어떤가요, 자주 변화가 있나요?" "아니, 아니. 여기서는 복장의 변천이라는 것은 없다네.

지금도 몇백년 전의 남녀와 똑같은 모양의 옷을 입고 있으며 전혀 변화가 없다네"

"서양사람들의 변하기 쉬운 기분에는 잘 맞지 않겠군요." "그렇겠지"

대사는 내가 생각하는 바에 대답하시는 것처럼 말했습니다.

 

"티벳인의 의복양식은 몇 세기동안 변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지만

하층계급과 상층계급 사람들의 의복 사이에는 그 모양과 헝겊의 질에 있어 커다란 차이가 있지.

이것은 이 나라의 법률이 정하고 있다네.

이 나라의 법률은 각 계층마다 의복의 질과 색을 규정하고 있다네"

 

"입는 것까지 일일이 지시를 받는 것에 사람들은 반발하지 않나요?"

"아니, 이런 일은 모두 몇 세기에 걸친 습관이라네. 상층계급 부인의 복장 같은 것은 대단히 매력적이지.

집안일을 할 때에도 결코 몸단장을 소홀히 하지 않는다네.

부인들은 모두 보석이나 그 밖에 많은 장신구를 몸에 달기를 좋아하고,

몸에 부적이 든 갑이 달려 있는 목걸이를 하고 있는 것을 자네도 보았겠지"

 

"네, 노약자나 빈부의 차별 없이 거의 모두가 목걸이를 하고 있더군요."

"그 목걸이의 조그만 갑 속에는 말하자면 기도문이 들어 있다네.

그것이 재난으로부터 몸을 지켜준다고 그들은 믿고 있는 것이야.

상층 계급이 하는 목걸이는 금으로 만들고 보석을 잔뜩 채워 넣지.

만약 그 부적이 든 갑을 매달고 있는 보석 구슬에

어떤 자국이 나 있으면 행운이 들어온다고 여긴다네. 그래서 아주 비싸지.

 

또 옷에 아주 품질이 좋은 비취를 단다네. 개중에는 옷 등에 보석을 수놓기도 하는데

어떤 것은 수백만원짜리도 있다네. 그리고 온통 화려한 수를 놓은 옷을 입지.

손가락에는 보석이나 또는 자기가 좋아하는 귀한 돌을 박은 금반지를 낀다네.

비취 귀걸이는 언제나 달고 있고, 그러면서도 이 나라처럼 오물에 대해 무관심한 곳은

세계 어느 곳에도 없을 것이야. 부인들은 정말 현란한 의상을 입고 있으면서

우리들이라면 자기가 탄 말까지도 밟지 않게 할 오물 속을

그 의상을 질질 끌면서도 걷고 있는 모습을 보는 수가 흔히 있지.

오늘 아침에는 자네도 그 부인들의 의상을 직접 보게 될 것이야"

 

대사는 날 이 지방의 한 명문가의 굉장한 결혼식에 주례를 하게 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자네도 함께 가면 좋을 것이야. 자네를 귀빈석에 앉히도록 신랑 양친에게 말해두었으니까.

귀빈석에서는 전부 똑똑히 볼 수 있다네" 이런 경위로 우리는 마을로 가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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