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챙김, 명상, 마음공부] 히말라야를 넘어서 8장(2)
승원의 식사는 고기, 보리가루, 참파, 감자, 야크버터, 야크젖과 치즈…… 아주 풍성했습니다.
로스트 치킨도 며칠에 한 번씩은 나왔습니다.
저녁이 되어 나는 쵸모리하리로 가라앉는 해를 보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말했더니 모두가 함께 나서서 승원 옥상으로 올라갔습니다.
승원의 평평한 옥상에서는 계곡이 눈앞에 내려다 보이고
그 너머에 쵸모리하리의 봉우리들이 늘어서 있었습니다.
언제 보아도 도무지 이 세상의 것이 아니라는 느낌밖에는 나지 않는 이 경관을
말로 나타낼 수 있을 턱이 없지만 그러나 그것이 그렇게 아름답기 그지없기 때문에
자꾸만 말로 어떻게든 나타내보려는 충동이 감히 일어나는 것입니다.
해는 이미 쵸모리하리의 등 뒤로 내려가고 있었습니다.
그 연분홍에 가까운 색감을 뭐라 표현할까요? 이런 미(美)를 세계 어디서도 보지 못했습니다.
핑크가 붉음으로 옮겨감에 따라 골짜기에서 보랏빛 안개가 솟아오르고,
그 안개의 색도 차츰 짙어지면서 마침내 구름이 되어 산을 기어오르며 차례차례 산들을 뒤덮고,
이윽고 태양이 타오르는 빨강을 반사하는 것은 산꼭대기 뿐,
그 꼭대기도 차츰 엷어져 가고 눈 앞에는 보라에서 빨강까지의 스펙트럼의
모든 색깔이 반짝이는 융단이 나타나 계곡도 산도 모조이 감싸버렸습니다.
참으로 말은 힘이 모자라고 묘사는 초라한 것이 될 뿐입니다.
해가 돋아날 때도 마찬가지의 현란한 변화이지만 일몰때와는 색깔의 배열이 반대였습니다.
참으로 그것은, 전율할 만큼 잊지 못할 체험이었습니다.
해야 할 일은 잔뜩 있습니다. 모두가 날이 새기 전에 이미 일어나 있었습니다.
나는 처음이라 건물 구조도 서툴고 생활방식도 익숙지 않았지만
만사 잘 될 수밖에 없다는 안심과 만족이 저절로 솟아났습니다.
이 날 아침 나의 스승은 정식으로 '스승'으로서의 법의(法衣)를 입고 있었습니다.
그이의 예지와 그리고 현실적 지식은 깊고 깊어 린포체 대사와 같은 깨달음의 차원에 있습니다.
맑은 목소리로 스승이 말씀을 시작했습니다. 뭔가 깊은 말씀이 나온다고 느껴졌습니다.
우리는 모두 가만히 귀를 귀울였습니다.
"진리는 마음 속에서 만들어 내어지는 것이 아니다.
자기를 지배하는 종교, 인간, 그것이 먹이가 되어버리는 문명을 만들어 내는 것이
지금의 이 세계 일반 사람들이 하고 있는 짓이다.
그들은 '참'을 아직 모르기 때문에 뭔가 의지할 것, 이끌어 주는 것을 바란다.
그리하여 결국 그들은 스스로 만들어 낸 것의 노예가 된다."
나는 이 때 추안타파가 자신이 속한 교단의 종교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나서
그의 얼굴을 힐끗 쳐다보았습니다. 나의 이런 마음의 생각을 읽은 듯 스승은 말했습니다.
"추안을 염려할 것은 없다. 그는 벌써 오래전에 노예의 사슬을 풀어 던져버렸어"
스승은 말씀을 이었습니다. "사람들은 '하나 됨'이라는 이상(理想)을 일단 내걸고 있지만,
사실은 모두가 어떤 분별이나 구별에 매달려 있다. 현실로 갖가지 신조(信條)나 국적,
종교상의 믿음, 정치적 이념의 차이를 버리기를 거부하고 있다.
그렇게 되는 것은 그런 것들에 꽉 얽매어 있기 때문이다.
또 그 때문에 그런 것들 모두가 가짜임을 깨닫지 못한다.
'참으로 있는 것(實在)'에는 구별이 없다. 따라서 종교든, 국가든, 이상이든, 신앙이든,
인간과 인간을 갈라놓는 것은 모두 가짜일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사람들은 '평안'을 찾아내고 '해탈'을 얻으려면 '기도'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평안이나 해탈을 명상한다. 그 때문에 사람들은 더더욱 묶이게 되는 것이다.
자기 마음 속에 있는 것에 어떻게 얽매여 있고 그 마음속의 생각이
어떻게 형성되어 왔는지를 알지 못하면 명상이든, 기도든 아무 소용이 없다.
어떻게 해서 '갈라짐'이 생겼는지를 모르면 이른바 '하나 됨'이든 '평안'이든 '해탈'이든
그 밖의 어떤 이름으로 불러본들 그것은 그저 머릿속에서 만들어 낸 한낱 관념에 불과하다."
"린포체 대사와 같은 말씀을 하시는군요." 하고 내가 무심코 말하자,
"아들아, 해탈에의 길은 단 하나 뿐이다. 그것은 사람들이 어떻게 얽매여 있는가를 보여주는 것이다.
내가 그대를 풀어 놓아줄 수는 없다. 그대가 그대 스스로를 풀어놓아야 한다.
그때 비로소 그대는 일체의 '만들어진 것' 뒤에 있는 거대한 창조력,
그대의 마음 저 너머에 있는 가장 높은 사랑과 예지를 볼 수가 있다.
그대 자신의 마음은 다만 그 지고의 사랑과 슬기가 스스로 나타나는 도구요, 수단이다.
그 지혜와 사랑과 슬기가 어떻게 가짜로 가득찬 마음을 거쳐 스스로를 나타낼 수 있겠는가?
그런 마음의 상태는 그리스도인 영의 슬기와 사랑이 아니라
그저 자기한정(自己限定)으로 만들어낸 것만을 나타낼 뿐이다.
그대를 여기에 데리고 온 것도 그 때문이다. 그대의 마음은 주(主)의 통로가 되기에 알맞게,
'신이 들리기(over shadowing)'에 알맞게 깨끗하고 맑아져야 한다.
그러지 않는한 그대 스스로 자기한정한 것을 비춰내는데 그치고 말 것이다.
그대가 이 땅을 나간 뒤에도 그대의 마음은 우리가 그대에게 기대하는
'봉사'(곧 '신이 들리기' 위해 마음과 몸을 바치는 일)의 준비는 완전히 되지 않은 채로일 것이다.
세상 사람들 틈에 끼어 아직도 여러 해를 더 '후보(候補)'의 일을 계속해 나가야 할 것이다.
우리가 하려는 것은 그대에게 마음 속에서 만들어내어 진 것은 '참'이 아님을 보여줌으로써
그대를 '신이 들리기'에 맞는 사람이 되게하는 것이다.
그대 자신의 일상생활과 일 가운데서 이것을 터득하는 체험을 갖는 것이
여기에 오래오래 머무는 것보다 훨씬 더 그대의 마음을 청소하는데 도움이 된다.
그대가 속세에서 일을 할 때 우리는 그대를 원조해 주겠다.
그대뿐이 아니라 그대가 도와주려는 사람들까지도 도와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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