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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챙김, 명상, 마음공부] 히말라야를 넘어서 9장(1)

 

우리는 매일 학습을 계속했고 마침내 나의 마음은 수정처럼 투명해졌습니다.

나날이 나의 힘은 강해져 갔습니다. 감도는 분위기와 공기는 그저 맑고 고요하기만 했으며

우리들 사이에는 어떤 조화롭지 못한 생각이나 감정도 없었습니다.

잇따라 학습에 열중하기 때문에 조금 피로를 느낄 때는 있었지만

그렇다고 결코 과로하는 일은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과로는 오직 진보를 늦출 뿐이기 때문입니다.

 

마침내 나는 혼자서도 수련을 할 수 있는 데까지 왔습니다.

나의 훈련이 끝날 때까지는 나 스스로가 자기 훈련을 할 수 있게 되어야만 하는 것입니다.

나는 모르고 있었지만 린포체 대사가 어떤 모임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린포체 대사는 다추안 대사와 더불어 얀탄 승원으로부터, 머라파 대사는 건사카 승원으로부터,

토운라 대사는 다코우 승원으로부터 오셨으며, 나를 합하여 모두 8명이 모였습니다.

 

이만큼의 인물들이 한 자리에 모이니 어떤 일이든 일어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린포체 대사가 뭔가 추안타파 영매에게 말을 하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아무래도 그날 저녁에는 매우 뜻있는 모임이 있을 것 같았습니다.

사실은 오래 전부터 그런 예정이 세워져 있었지만 나를 놀라게 해 주려고

나에게는 아무말도 없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나는 그들이 말로 해주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들의 마음을 읽을 수가 있었습니다.

몇 달에 걸친 맹렬한 훈련 덕분에 그런 면에서는 이미 능통하다고 할만했습니다.

그날 저녁식사는 특별히 승원장의 거실에 차려졌습니다.

승원장실은 상당히 큰 방이고 가운데에 기다란 탁자가 있어

그 둘레에 우리와 또한 승원장의 제자들이 함께 앉았습니다. 정말 훌륭한 식탁이었습니다.

 

자리를 함께 한 사람들 사이에서 허물없고 활발한 대화가 오갔습니다.

티벳말로 하는 대화가 있고, 힌디어의 대화가 있고, 또 영어로 하는 대화도 있었습니다.

나는 영어와 힌두어는 원래 잘 알고 있었고 티벳말도 기회 있을 때마다

이곳 승원장이 알뜰이 가르쳐주어 상당히 능숙해지고 있었습니다.

승원장은 정말 훌륭한 어학 교사이고 말을 구성하는 쉬운 방법을 전부 알고 있었습니다.

 

티벳 사람들은 되도록 많은 말을 요리조리 꾸며서 까다롭게 말하는 버릇이 있습니다.

그들이 그런 식으로 나올 때는 나는 그들의 마음을 읽기로 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어떤 나라의 말을 배우는 데 있어서는 매우 미묘하고 중요한 점입니다.

왜냐하면 외국어를 배우는 데는 바로 그 말로 생각을 하게 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말을 배우려면 상대방의 마음을 읽으려 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또한 마음을 읽으려면 상대방의 말을 하나하나 듣고 있어서는 안 됩니다.

한 마디 한 마디의 말을 듣고 있노라면 이쪽의 수신이 일그러져서

마음을 정확하게 읽지 못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활발한 대화가 오간 끝에 침묵이 찾아들었을 때 나의 스승이 입을 열었습니다.

그 어조는 상당히 준엄했고, 오늘날의 이른바 종교적 은둔을 가차없이 비판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오늘날 은둔자라는 사람들은 모두가 쓸모없고 미망의 늪에서 헤매는 무리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렇게 된 것은 석가나 머라레파의 가르침을 라마승들이 정말로 이해하지 못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겉치례에 불과한 의식으로 길들여져서 인간 내면의 힘들에 대해서는 전혀 무지하다.

 

전에는 위대한 스승들이 꼭 알맞은 제자만을 골라 어느 기간 동안 훈련을 시키고

그것이 끝나면 그들은 마음을 떠나 홀로 독거하면서 큰 깨달음이 철저하기를 추구하고

아울러 티벳 요가의 힘을 개발하기에 힘썼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요가의 참된 지식을 전혀 갖지 못한 무리들 뿐이다.

 

이런 승려들이 무턱대고 은둔 생활에 들어가, 지금처럼 어리석게도

자기 자신의 몸과 마음을 깎아내리는 데에 그 생명을 낭비하고 있는 것이다.

거기서 얻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들의 은둔 따위는 단지 착각에서 오는 하나의 형식에 불과하다."

 

"그런 사람들은 무엇을 하는가요?" 내가 물었더니 다음과 같은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음, 라마승의 수행에서는 일생의 한 기간을 유폐된 상태에서 보내야 하게 되어 있다네.

그러나 참된 수련이 따르지 않으면 그런 짓은 전혀 어리석은 행위일 뿐이지.

그 유폐 기간은 3일이나 3주간이나 3개월이나 3년 간이어야 하는 것으로 되어 있지.

 

처음에는 3일 동안만 유폐되고 그 뒤는 3개월 또는 3년간 계속된다네.

자네도 보았듯이 산에는 많은 토굴들이 있는데 그 속에 들어갔다가

일생 동안을 그대로 유폐 상태로 마칠 결심을 했을 때는 일생을 유폐되기 전에

한 번만은 밖으로 나오는 것이 허락되지. 그러나 일단 마음먹고 들어가 유폐되고 나면

그 뒤는 완전히 암흑 속에 홀로 앉아 있게 되며 그 마음 또한 암흑이 되고 말지.

 

토굴 한 구석에는 배설을 위한 홈이 파여 있고 또 한구석에는 밖으로 향하는 구멍이 나 있지만

그것은 돌로 완전히 가려져 있고 돌은 밖에서만 움직이게 되어 있다네.

그 돌을 비껴놓고 매일 차와 참파를 넣어주는데 그것을 받을 때는 반드시 장갑을 끼고

손을 내밀어야 하게 되어 있어. 왜냐하면 안에 들어간 사람은 몸 어디에도

빛이 닿아서는 안되는 계율이 있기 때문이야.

 

그러나 이렇게 유폐 상태에 든 사람은 대부분 오래지 않아 정신에 이상이 생기는 경우가 흔히 있지.

그들은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도 완전히 폐인이 되고 마는 것이지.

결국 별다른 수련도 되지 않고 또한 티벳 요가의 술법에 대해서도 무지로 끝나고 마니

그 생애는 전혀 낭비이고 아무것도 얻는 것이 없다네"

 

"그렇지만 산 속이나 한적한 곳에 은둔하여

인간 본래의 힘을 바르게 개발하는 사람도 있기는 하지 않습니까?"하고 나는 말했습니다.

"그야 그렇지. 그러나 그런 사람은 먼저 참된 요기인 스승의 훈련을 받는다네.

그런데 겉치례에 불과한 의식에 대하여 얼마간의 지식을 가지고 승원에서 나오는 자들은

하근기(下根氣)인 사람들이어서 은둔 생활에서 비정상적인 것 밖에는 해내지 못한다네.

그들은 진정한 스승들이 해오신 수행을 모독하는 것이야.

따라서 자기 자신의 영적인 힘을 개발할 수는 없지"

 

이 때 린포체 대사가 입을 여셨습니다. 그이가 얼마 전부터 눈을 감고 명상 상태에 들어 있음을

나는 알고 있었습니다. 그이의 음성은 잔잔하고도 상쾌했습니다.

"여러분, 나는 종교나 진리의 탐구를 비판하는 것이 아니지만 조직된 독단적 교리,

그 꾸며내어진 의식들, 기도와 영창, 만트라(嗔言)를 되풀이 외우기,

바가바드 기타나 성서의 말을 인용하기, 그런 것은 종교가 아니다.

자기를 라마교도라고 하고, 불교도라 하고, 기독교도라 하고, 힌두교도라 하며,

혹은 어떤 의식에 참가하는 것 따위로 진리가 발견되는 것일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와 같이 산산조각으로 분리된 것의 영향을 받아 사람들은 조직된 신앙의 그물 속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다.

그것은 마음을 둔화시키는 마약이며, 현실 도피의 온상이며,

그로하여 사람의 마음을 멍청하게 하고 약하게 만들어버린다."

 

모두가 숨소리조차 죽이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린포체 대사가 이렇게 말씀하실 때

그 내용이야말로 신의 예지임을 모두가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사께서는 말씀을 이었습니다.

"여러분은 온갖 권위, 승려, 그리고 이른바 구루(師)등의 조직 전체의 노예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여러분은 자기 자신을 알지 못한다. 그러므로 여러분은 스스로 규명하고 탐구하려 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것으로 시종하고 있다. 여러분의 할아버지들이 어떤 의식을 행해 왔으니까라든가,

따라서 여러분도 그대로 하지 않으면 어머니가 울기 때문이라든가 하는 따위는

참으로 어리석기 짝이 없는 생각이다. 가짜를 꿰뚫어보지도 못하고 그저 두려워하는 것은

여러분이 뭔가 다른 것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짜를 모르는한 진짜를 알 수 있을 턱이 없다.

 

신에 대해 말하고, 신의 이름을 천 번 만 번 불러본들 진리가 열리는 것은 아니다.

자기 자신의 온갖 잡다한 편견이나 공포 속에 갇히어 있는 한, 진리는 여러분에게서 멀리 숨어 있으리라.

동양, 서양을 막론하고 이 조직된 종교의 오류가 판을 치는 원인은 인간 자신의 무지에 있다.

인간이 권위를 찾는 것도 인간이 혼란되어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입을 여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린포체 대사는 우리를 뭔가 중요한 것에 눈뜨게 하려 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대사는 계속하셨습니다. "종교에서든 또는 정치에서든 일단 그와 같이 권위를 만들어내면,

진리가 찾아지겠지 하는 희망을 안고 그 지시에 순종해 나간다.

여러분이 남의 권위에 의지하여 실재에 대하여 배워 알았다고 하는 것은 진리가 아니다.

그리하여 여러분은 여전히 무지인 채로 있다.

 

실재는 말로 알아지고 배워지는 것이 아닌데도

어떻게 한낱 환상인 권위를 통하여 그것을 찾아낼 수가 있겠는가.

권위를 추구하는 한 여러분은 그저 하나의 모방자가 될 뿐이며 자기 자신에 대한 확신을 잃고 만다.

지도자를 만들어내는 것도 신념을 잃었기 때문이다.

여러분은 눈에 뜨이는 모든 경전을 읽고, 그저 모순을 낳기만 하는 온갖 사상과 관념을 추구하며,

그리하여 모방하면 할수록 자기 자신에 대한 확신은 줄고,

자기의 한 평생을 그저 남의 생각과 말을 복사해 놓은 잡기장이 되는 것으로 끝내고 만다."

 

이것은 승원장에 대한 교훈이기도 하였지만

동시에 또 나에 대한 교훈이기도 하다는 것을 나는 깨달았습니다.

아니 사실은 이 자리의 모든 사람이 이 말씀으로부터 문을 열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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