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실 세 번째에 있어서 군주 된 사람의 일신에 결점이 있는데도
반성할 줄 모른다는 것은 무엇인가?
옛 초나라의 영왕이 신 땅에서 제후와 회합했을 때,
송나라 태자가 늦게 도착한 것을 트집 잡아 감금했습니다.
그리고 작은 나라인 서의 군주를 업신여기고,
제나라의 대부 경봉을 구금하여 돌려보내지 않았습니다.
이에 오거가 간하여 말하기를 '제후의 회합에는 예가 있어야 합니다.
국가의 존망이 예에 달려 있는 것입니다.
옛날 걸왕이 유융에서 회합을 가진 일이 있었는데,
무례하게 처신한 탓으로 유민국과 등지게 되었습니다.
또 은나라 주왕은 여구의 수렵터에 많은 사람을 모이게 하여 회합을 했습니다.
그러나 그가 무례했기 때문에 융적이라는 서방 국가와
반목하는 사이가 되었던 것입니다.
원컨대 군주께서는 이 점을 깊이 성찰하십시오.'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영왕은 이 말을 듣지 않고 자기 뜻대로 했습니다.
그 후 1년도 채 못되어 신하들은 영왕이 남방으로 떠난 틈을 타서
왕을 위협하고 도중에서 억류하여 버렸습니다.
때문에 영왕은 나라로 돌아갈 수가 없게 되어 건계의 강변에서 굶어 죽었습니다.
그러므로 그 성품이 모든 일을 자신의 고집대로 행하고,
제후를 대함에 있어 예를 잃는 것은 몸을 망치는 원인이 되는 것입니다.
과실 네 번째의 음악을 즐긴다고 함은 무엇인가?
옛 위나라 영공이 진나라로 가는 도중 복수가에 이르러 묵게 되었습니다.
그날 밤 어디선가 악기에 맞추어 아름다은 노랫소리가 들려오자
영공은 크게 기뻐하며 사방을 찾아보도록 명령했으나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악사인 연을 불러 말했습니다.
'지금 색다른 음악소리들 들은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하니
이렇듯 나의 귀에만 들린 그 소리는 신선의 음악이라고 생각되는구나,
그대는 나를 위하여 그 곡을 들어보고 악보로 옮겨달라.'
그리고는 영공이 거문고를 퉁겨 그 음악을 들려주자 연은 악보를 만들었습니다.
다음날 연이 왕에게 말했습니다.
'신이 그것을 만들기는 했습니다만 아직 완성시키지는 못했습니다.
원컨대 하룻밤만 더 기다려 주십시오.'
연은 왕의 허락을 받고 악보를 완성하여 그다음 날 진나라를 향하여 떠났습니다.
진나라 평공은 영공을 위하여 주연을 베풀었습니다.
술이 몇 순배를 돌자 영왕이 자리에서 일어나
'마침 이곳으로 오는 길에 신기한 음악을 들었는데
한번 연주하게 함이 어떠하십니까?'라고 물었습니다.
평공이 좋다고 청하자 영공은 연을 불러 거문고를 연주하게 했습니다.
그런데 곡이 채 끝나기도 전에 진의 악사 광이 연의 손을 잡으면서
'이것은 망국의 음악이니 끝까지 해서는 안 됩니다.'라고 했습니다.
이때 평공이 '이 곡은 어디로부터 나온 것이냐?'라고 묻자 광이 대답하기를
'이것은 주나라의 악사인 연이 주왕을 위하여 지은 음탕한 음악입니다.
무왕이 군주인 주를 토벌하자 연은 동쪽으로 달아나
복수까지 와서는 물에 빠져 죽었습니다.
그러므로 이 곡은 반드시 복수 강변에서만 들을 수 있습니다.
최초로 듣는 자는 반드시 그 나라를 빼앗긴다는 전설이 있으므로
이 곡을 끝마쳐서는 안 됩니다.'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평공은 '과인이 좋아하는 것은 음악이다.
어떻게 되든 이 곡을 끝까지 연주하게 하라'고 했습니다.
그리하여 연은 그 곡을 끝까지 연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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