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릇 이 여덟 가지는 신하 된 자가 간악을 이루는 방법으로서,
군주가 그로 인하여 가리어지고 위협되어 그 세력을 잃고 혹은 그 지위까지도
위태로워지는 거이니 신중히 살피지 않으면 안 됩니다.
밝은 군주는 첫째, 궁정 안에서 여색을 즐길지라도 그 여자들이 신하에게 매수되어
청탁하는 바를 들어주지 않으며 사사로운 청을 못하게 해야 합니다.
둘째, 좌우의 신하에게 제반 용무를 시키되 지나치게 가까이해서는 안 되며,
그들의 말에 반드시 책임을 지워 단속하고, 불필요한 말을 함으로써
세력 있는 신하의 이익을 도모하는 일을 굳게 경계해야 합니다.
셋째, 친척이나 대산 등에 대해서는 그 말을 듣기는 하도,
옳지 않은 말을 했거나 나라에 손해를 입혔을 경우에는 가차 없이 벌하여
충분히 책임을 지워야 하는 것입니다.
넷째, 노리개나 진귀한 물건을 받았을 경우에는
반드시 그것을 제공한 자가 누구인지를 알리게 하고,
어느 신하이든간에 함부로 바치거나 물리치지 못하게 하며,
신하들로 하여금 군주의 기호를 헤아려 알게 해서는 안 됩니다.
다섯째, 은덕을 베풀 때에는 국고의 재물을 방출하고 쌓아둔 곡식을 방출하여
백성을 이롭게 하며, 밖으로는 반드시 군주로부터 나왔다는 것을 알림으로써
신하로 하여금 그 은덕을 사사로이 가로채는 일이 없도록 합니다.
여섯째, 타지로부터 와서 그 나라를 위한다는 구실로
군주에게 진언하는 자가 있습니다.
그러나 군주는 그의 논평을 곧이곧대로 믿지 말고, 그가 칭찬하는 자가
선이라고 하는 바와 비방하는 자가 악이라고 하는 바를 실지로 조사하고
그 허물을 살펴서 신하들로 하여금 서로를 위하여 이익되는 말을 못하게 합니다.
일곱째, 무용이 뛰어난 자에 대해서는 전쟁에서의 공로가 있을지라도
실제의 공을 초월한 상을 주어서는 안 됩니다.
또 고을 사람들의 사사로운 싸움에서 아무리 무용을 발휘한다 하더라도
그 죄를 용서하지 않으며, 신하들이 사재를 털어 용사에게 뿌려주지 못하게 합니다.
여덟째, 제후의 요구에 대해서는 법에 맞는 것이면 받아들이고
불법이면 거절해야 합니다.
소국이라도 부당한 요구를 무조건 받아들임으로써 자국의 체면을 손상시키고
다른 나라로부터 업신여김을 당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망국의 군주라 하여 그 나라를 갖고 있지 않다는 뜻은 아닙니다.
비록 나라를 갖고 있다 하더라도 그것은 명목뿐이고
실상 군주 자신의 소유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신하로 하여금 외국의 세력을 빌려 자국을 제어하게 한다면
이러한 군주는 멸망하게 됩니다.
대체로 대국의 말을 듣는 것은 자기 나라의 멸망을 구제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대국과 결탁한 것이 도리어 나라를 더욱 위태롭게 하는 경우가 있으니,
한번 청을 들어주면 또다시 다른 것을 요구하므로
결국 대국의 말을 들으면 듣지 않았을 경우보다 더 빨리 멸망을 초래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듣지 말아야 합니다.
임금이 듣지 않는다는 것을 신하들이 알게 되면
외국의 제후에게 나라를 팔지 않게 될 것이고,
제후도 그것을 알면 신하가 제 나라 군주를 무고하는 말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입니다.
밝은 군주가 관직과 상록을 설치하는 것은 현자를 등용하고
공로가 있는 자를 격려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므로 현자는 많은 녹을 받고 대관에 임명되고,
공이 큰 자는 높은 지위와 상을 받게 됩니다.
현명한 자를 위에 세울 때에는 그 재능을 헤아리고 그에 적합한 작록을 주고,
녹을 줄 때에는 그 공을 평가하여 베풉니다.
따라서 현자는 자기의 재능을 속여서 그 임금을 섬기려 하지 않고,
공이 있는 자는 그 직무에 진력하는 것을 기뻐합니다.
그런 까닭에 일은 이루어지고 공은 세워지는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의 세상을 보면 그렇지가 않습니다.
현과 불초를 구별하여 이를 이유로 일을 맡기지 않고,
공이 있어도 상을 주지 않는 일이 있습니다.
그리고 공로를 묻지도 않고 제후들에게 중시되는 자를 등용하고,
근신의 청원에 따라 처리하는 형편입니다.
그런 까닭에 부형, 대신은 위로는 군주에게 작록을 청하고,
아래로는 그것을 팔아 재리를 거두어들이며 파당을 결성합니다.
그리하여 재리가 많은 자는 뇌물을 써서 벼슬을 사들여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좌우의 측근과 연줄을 맺고 있는 자는 청원운동을 하여 큰 세력을 얻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공로있는 신하도 그 공을 인정받지 못하고,
관직의 승진이나 좌천에 있어서도 정실에 의하여 재능 있는 자를 올리지 않고
재능 없는 자를 물리치질 않기 때문에 오류가 많은 법입니다.
그리하여 관리는 그 직을 태만히 하고 군주의 눈을 속여 타국과 사귀며,
자기의 일을 버리고 사리사욕만을 추구하게 됩니다.
그래서 현자는 공이 있어도 상을 받지 못하므로 의욕을 상실하여 태만하게 되며,
공로 있는 자도 그 일을 소홀히 하게 되는데, 이것은 나라가 망하는 징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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