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주는 안으로는 좌우 신하의 동태를 관찰하여 사들 도모하는 자를 없애고,
밖으로는 간사함을 방지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반드시 군주 자신이
상벌권을 장악하고 있어야만 합니다. 그리하여 신하 가운데 공에 비하여
지나치게 부귀한 자가 있으면 이를 깎아내려야 하며,
공에 비하여 상이 박한 자가 있으면 이를 더 두터이 주어야 합니다.
그런데 상을 깎거나 더하는 일에 있어서는 정도에 맞게 하여 신하가 파당을 결성하여
군주를 속이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합니다.
군주가 신하의 부귀를 깎아내리는 일은 마치 만월이 기울듯이 서서히 하고,
박한 자를 더해주는 일은 불을 지펴 방을 따뜻하게 하듯이 천천히 하여
신하들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또 법령이라는 것은 되도록 간단해야 하며,
과실을 범한 자를 처벌하는 경우에 있어서는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죄 없는 자를 벌한다면 그 뒤로는 아랫사람이 이에 복종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죄 있는 자를 벌줄 경우에는 결코 정실에 의하여
이를 용서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최초에 잘 조사하여 죄가 있으면 반드시 엄중히 벌해야 합니다.
즉 군주는 형벌이라는 당긴 활시위를 늦추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만약 그 힘을 늦추면 군주의 위엄이 서지 않게 되므로,
군주를 위협하는 유력자가 나타나게 됩니다.
한 나라에 군주와 필적할 만한 권신이 있는 것은,
한 우리 안에 두 마리의 수탉이 잇는 것과 같아서,
한 우리에 두 마리의 수탉이 있으면 서로 싸우게 마련입니다.
만약 시랑(승냥이와 늑대)이 양의 우리에 들어가게 되면
양은 결코 번식할 수가 없습니다. 나라도 이와 마찬가지여서,
음흉한 간신이 백성을 지배하게 되면 백성은 참살당하고 말 것입니다.
한 집에 두 주인이 있어 부부의 의견이 함께 행해지게 되면
아이들은 어느 쪽의 말을 따라야 할지 몰라 문란해질 것입니다.
군주는 이따금 나뭇가지를 잘라내듯 신하의 세력을 제어하여 약화시켜야 합니다.
나뭇가지가 지나치게 무성하면 궁궐의 문을 가로막게 마련입니다.
세력 있는 신하의 집을 출입하는 발길이 잦고 궁전은 텅 비게 되면,
결국 군주와 백성의 사이는 막히고 마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군주는 때때로 나뭇가지를 쳐서
그것이 더 이상 밖으로 뻗어나가지 못하도록 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장차 군주가 있는 곳은 침범을 당하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나뭇가지를 치되,
가지만 크고 줄기는 작아지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가지만 크고 줄기는 작아진다면 봄바람에도 나무가 부러질 것입니다.
봄바람처럼 부드러운 바람에도 나무가 부러지고 만다면,
가지 쪽이 나무의 중심을 헤치려 들 것입니다.
(곧 신하 된 자가 군주를 시역하고 나라를 탈취할 염려가 있다.)
또 군주에게 서자가 지나치게 많으면 본가는 위태롭게 됩니다.
이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때때로 그 가지를 쳐서
가지가 지나치게 무성해지지 않도록 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 가지를 잘라내면 대신이나 공자의 도당은 흩어지게 됩니다.
또 웅덩이를 메워 물이 괴지 못하도록 하듯이,
신하의 부귀와 권세를 빼앗사 사람들이 모여들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이와 같이 군주가 신하의 마음속을 간파하고 위력을 지니지 못하도록 하는 모습을
번개처럼 신속히 하여 상대에게 대비할 틈을 주지 말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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