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에는 정해진 법이 있게 마련이므로 어느 누구를 막론하고
위법행위를 할 수는 없으며, 자기가 할 일을 다른 사람에게 밀어버린다든지,
다른 사람이 할 일을 대신 처리한다든지 하는 일들을 엄히 금하여야 합니다.
특히 주의할 것은 한 나라의 대신의 집에는 그 세력을 힘입기 위하여
많은 사람이 모여들게 마련인데, 이는 항상 두려워하고 경계해야 할 점입니다.
대체로 잘 다스려지는 나라에서는 아랫사람이
천하의 일을 멋대로 처리하는 등의 일은 생기지 않습니다.
군주가 바르게 상벌의 권한을 쥐고 있으면 신하 된 자는 모두 그 분수에 응하여
자기의 직을 다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나라를 다스리는 법을 져버리고 다시 다른 법을 구하는 것을 이름하여
대혹이라고 합니다. 만일 법에 의하지 않으면 자연히 교활한 백성이 많아지고
간사한 신하가 군주의 좌우에 넘치게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신하에게 많은 봉록을 주어 부유하게 하는 것은 좋지만
군주의 권력, 즉 상벌의 권한까지 내맡겨서는 안 됩니다.
또 신하의 지위를 귀하게 하는 것은 좋으나
이로 인하여 군주가 위협당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또 오직 한 사람만을 믿다가 나라를 멸망시켜서도 안 됩니다.
비유컨대 종아리가 허벅지보다 굵다면 밑이 무거워 빨리 달리고자 하더라도
달릴 수가 없는 것처럼, 신하의 세력이 군주보다 크다면
나라는 붕괴를 면할 수 없습니다.
군주가 그 위력을 잃으렴 신하는 호랑이가 되어 뒤에서 군주를 노리게 되고,
군주가 그것을 눈치채지 못하면 신하는 호랑이의 이빨을 감추고
잠시 동안 개처럼 행세합니다. 군주가 빨리 이에 대한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개의 수효는 증가하게 됩니다.
그리하여 끝내는 호랑이가 무리를 이루고 군주를 물어 죽입니다.
한 나라의 주인 된 자를 신하가 배반하고 그 명을 받들 자가 없다면
그 군주는 나라를 보전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군주 된 자는 굳건한 태도로 법을 시행하는 데 힘써야만 하는 것입니다.
법률을 엄히 시행하고 상벌을 공정하게 하면 큰 호랑이에 비유할 신하도
반드시 두려워할 것입니다. 또 군주가 추호도 용서함이 없이 형벌을 엄하게 하면
큰 호랑이도 스스로 그 지위에 만족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와 같이 법률과 형벌이 바르게 행해질 때 호랑이도 사람이 되어 순종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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