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챙김, 명상, 마음공부] 히말라야를 넘어서 10장(10)
"자, 다시 전진하자" 고개 정상까지의 3분의 2쯤의 지점에 다다랐을 때에 스승은 멈추어섰습니다.
그리고는 "저기를 보라"고 합니다. 비스듬히 눈 아래 약 100미터,
암반 위에 서 계시는 은자님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가요!
은자님은 우리에게 더 이상 위로 올라가지 말고 이 위로 내려와 바른쪽으로 꺾이면
바람이 없다고 소리쳐 알려주시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그 말씀대로 하여, 산허리를 따라 거의 100미터쯤 튀어나온 바위에 닿았습니다.
거기서 골짜기가 내려다 보입니다.
그것은 정말 여태껏 어디서도 본 적이 없는 말할 수 없이 화려한 경관이었습니다.
저 멀리 자그마한 그림 같은 호수가 있고, 그 한가운데에 달랑 섬이 하나 떠 있습니다.
섬 위에는 얌전한 집 한 채, 바로 내가 명상 속에서 영시한 그 집입니다.
골짜기는 온통 연두색으로 피어나고 색색가지의 야생꽃들이 융단처럼 깔려 있습니다.
호수 수면에는 둘레의 설산과 골짜기가 비치어 이 또한 연두색입니다.
산들의 기슭은 야생의 장미와 민들레의 무리가 한창 피어나 있습니다.
"이건 정말 말 못 할 경치로군요. 더구나 은자님 외에는 누구도 본 일이 없는 곳을…"하고
나는 스승에게 말했습니다. 골짜기 여기저기에는 야생의 야크나 당나귀가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곳이 보였습니다.
나는 어서 아래로 내려가고 싶었는데 그때 다시 은자님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조심하라, 서둘러서는 안 돼. 바위가 떨어진다. 산양들이 가끔 발을 헛디뎌 떨어뜨리는 돌멩이가
바위사태로 되어 밀려내려오는 수가 있다. 그렇지만 자네들은 지켜지고 있으니까 걱정 없어"하고
말씀하시는 것이었습니다. 만사 잘 된다는 자신감이 그 말씀으로 나에게도 솟아났습니다.
우리는 어렵지 않게 은자님이 계시는 곳으로 내려갔습니다.
드디어 살아서 그이를 뵙게 된 것이 말할 수 없이 기뻤습니다.
"여기에만 바람이 없는 것은 어째서입니까?"하고 물었더니 은자님은,
"자 바위들을 보라. 자네 위 쪽에 큰 바위가 여러 개 튀어나와 있는 것이 보이지?"
올려다보았더니 거대한 바위들이 튀어나와 있습니다.
"저 바위가 바람을 튀겨내기 때문에 이 일대는 평온한 것이야.
살아서 저 고개를 넘은 사람이 없는 것도 그 때문이지.
이것이 나의 골짜기로 들어오는 단 하나의 길. 비밀 통로이지"
"반대쪽의 지형은 어떤가요?"하고 물었습니다. "그쪽은 더 어렵지"
"이 골짜기 전체가 은자님의 것이라니 참 놀랍군요."
"이 골짜기에도 사람이 사는 시대가 오래지 않아 온다. 결국 여기로 들어오는 길을 찾아낸다.
그러나 아직은 성역이야. 여기서는 하늘과 땅이 하나로 이어져 있다.
영적인 사람이나 유체 여행을 할 수 있는 자만이 여기로 올 수가 있는데
그런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은 말해 주어도 되겠지"
우리는 함께 호수를 향하여 걸었습니다. 나머지 길은 참으로 편안했습니다.
호숫가에 닿았습니다. 이 세계에서 이곳보다 더 아름다운 땅이 있을까요?
푸른 나무들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아름답습니다. 전체의 색조는 부드럽고 엷은 연두색입니다.
호숫가에는 가죽배 하나가 메어져 있었습니다.
우리는 그것을 타고 은자님이 섬까지 노를 저어 주셨습니다.
그 풍경을 나는 결코 잊을 수가 없을 것입니다.
인공이 가해지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나무들의 푸르름,
역시 자연 그대로의 푸른 잔디가 빈틈없이 퍼져 있으며,
그 부드러운 풀을 야생의 짐승들이 맛있게 뜯어먹음으로써 너무 자라는 것을 막고 있습니다.
야자나무가 우뚝 솟아 있습니다. 일부러 심어서 특별히 손질을 한 것이리라,
둘레의 수풀 속에 여기저기 서 있는 나무가 야자와 같은 종류임이 얼핏 보아도 알 수 있었습니다.
은자님 말씀으로는 처음에 삽목을 하여 키워냈고,
제대로 모양을 갖출 때까지 특별히 보살펴 가꾸었다는 것입니다.
야자의 무리 밑동 언저리에는 야생의 꽃들과 이상하리 만큼 파아란 양귀비가 널려 있습니다.
그런 풍경 한가운데에, 교묘히 돌을 짜 맞추어 지은 집이 서 있습니다.
대나무 뼈대 위에 야자 잎을 겹겹이 씌운 것이 지붕입니다.
집 안은 청결하고, 바닥에는 가까이의 바위를 떼내어 다듬은 고운 바위 판이 깔려 있습니다.
가구는 대나무와 풀을 엮어 만든 것들이고, 구조 또한 아주 단단하게 되어 있습니다.
음식을 만드는 기구도 있었습니다. 그것은 은자님이 이따금 바깥 세계로 여행하실 때
조금씩 가지고 돌아오신 것들입니다. 침대나 긴 의자도 대나무와 풀줄기로 단단히 짠 것들이고
디자인은 여러 가지입니다. 그 하나에 앉아 보았습니다.
나도 모르게 "아아, 이것 참 편안하군!"하고 탄성을 올렸습니다.
은자님이 마른 나뭇가지들을 쌓아놓고 부싯돌로 불을 붙였습니다.
잠시 후에 불길이 일어나기 시작했고 곧 즐거운 모닥불이 되었습니다.
"은자님은 무엇이든 다 잘하시는군요."하고 내가 말하자,
"응, 그러나 나는 일 때문에 온 세계를 돌아다니지. 오크 계곡에서 만났을 때에도 말했지만,
나는 사람들의 마음을 다스려주고 편안해지도록 여러 곳을 여행한다네.
그런 일을 이제 자네는 여기서 나와 함께 배워 나가는 것이야"하고 말씀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은자님의 긴 머리카락과 수염, 지혜에 번쩍이는 깊은 눈은
그이의 모습과 동작에 인간을 넘어선 위엄을 더해주고 있습니다.
키는 2미터 가깝고, 정신으로서만이 아니라 육체적으로도 거인의 느낌을 그대로 풍깁니다.
"그야말로 이 분은 아시아에서도 가장 높은 현인이시다!"하고 나는 혼자 중얼거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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