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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챙김, 명상, 마음공부] 히말라야를 넘어서 11장(1)

 

모닥불 둘레에 앉아 잠시 정답게 이야기를 주고받노라니

서로 완전히 조화되어 있는 느낌이 아련히 솟아났습니다.

막상 육체로는 처음 만나는 자리이지만 전혀 아무런 어색함이나 긴장됨이 없었습니다.

어느 때보다도 크고 깊은 계시가 내릴 것만 같았습니다.

 

우리는 엿새씩 걸려(그래도 보통 소요되는 시간의 반도 못된다고 함)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러나 피로는 없었습니다. 그만큼 말할 수 없는 평화의 분위기가 우리를 감싸주었던 것입니다.

오히려 나는 새로운 기운이 솟는 느낌이었습니다. 이런 때 목욕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상쾌할까...

 

은자님은 나의 이런 생각을 느끼신 듯 호수로 나가는 소로를 손으로 가리키면서,

"저 길을 따라가면 호수로 나가니 거기서 목욕을 하게나. 물이 따뜻하지. 섬 끝에 온천이 있다네.

호수 가장자리에 목욕할 곳을 만들어서 거기로 온천물을 끌어놓았다네.

그러나 온천이 솟는 쪽은 물이 펄펄 끓고 있으니 너무 가까이 가면 안 되지.

자네들이 목욕을 하는 사이에 저녁 식사를 준비해 놓겠네"하시는 것이었습니다.

 

나의 스승과 둘이서 그 소로를 따라 나갔습니다.

길 양쪽은 온통 야생의 꽃들이 어우러져 있었습니다.

그 가운데서도 유난히 크고 화려한 양귀비 꽃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호수에 닿아보니 한 옆에 거품을 품으면서 끓어오르는 온천이 있고

그 뜨거운 물이 호수 속으로 흐르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옷을 벗고 물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어떻게 만들어 놓았는지 널찍한 간격을 두고 벽이 쳐져 있어

그 벽 사이의 물은 온천의 뜨거운 물이 흘러들어 그대로 목욕탕이었습니다.

온천에 가까운 물은 뜨거웠지만 호수쪽으로 나감에 따라 점점 온도가 내려가고

끝내는 호수의 찬물 그대로였습니다.

 

물은 아주 투명하게 맑아 속에서 물고기들이 무리 지어 돌아다니는 것이 또렷이 보였습니다.

"더운물, 찬물을 마음대로 언제나 쓸 수 있다니 얼마나 놀라운 곳입니까.

은자님은 무엇이든 마음대로 다 가지시는군요. 정말 놀라운 곳이에요.

이런 곳이 영국이나 미국에 있다면 그야말로 사람들을 주체하지 못하겠지요."하고

나는 나의 스승에게 말했습니다. 우리는 그 목욕탕겸 수영장에서 기분 좋게 헤엄을 쳤습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모르겠는데, 은자님이 "저녁을 먹자!"하고 외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저녁 식사는 무엇이 나올까요?" "그야 놀라운 것이 나오겠지" 정말 그랬습니다.

식탁 위에 놓여 있는 것은 구운 물고기, 신선한 버터와 그릇에 가득한 우유,

그리고 은자님이 손수 구운 빵이었습니다.

 

"아니 어떻게 이런 빵을 만드시나요?"하고 나도 모르게 큰 소리로 물어보았습니다.

"응 나의 옥수수밭과 보리밭, 그리고 거두어들인 것을 빻는 방앗간을 나중에 보여주지"하고

은자님은 웃으며 대답하셨습니다. 물고기의 맛은 참으로 담백하고 감칠맛이 있었습니다.

빵은 보리와 옥수수를 거칠게 빻은 가루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마치 호두껍질 같은 색깔이었습니다.

 

그렇게 맛있는 빵은 처음이었습니다. 버터는 방금 천에서 꺼낸 것처럼 신선했습니다.

나는 나의 스승을 향하여 "이렇게 맛있는 것을 드셔본 적이 있나요?"하고 물었을 만큼

정말 놀라운 식사였습니다. 더구나 이른 아침 이후 우리는 아무 것도 먹지 않았던 것입니다.

저녁을 마치고 우리는 다시 모닥불 곁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때까지의 우리들의 행동과 경위를 말씀드렸더니 은자님은 기뻐하시면서,

"자네들 두 사람은 나의 이 암자로 들어온 첫 인간들이라네"하시면서 눈길을 나에게로 못 박고,

"자네는 외부세계에서 들어와 위대한 대사들에게 밀교과학 전반에 대하여

가르침을 받는 특권을 얻은 최초의 인간이기도 하지"하고 말씀하시는 것이었습니다.

 

"네, 정말 큰 특권입니다. 더구나 은자님까지 이런 놀라운 곳에 저를 불러주셔서

뭐라 고마움을 나타낼 길이 없습니다."

"무엇하나 우연히 되는 일이 없지. 부름을 받는 자는 많지만 막상 맞아들여지는 자는 적은 법이야.

자네는 자네 자신이 태어난 목적에 따라 예까지 오게 되었지.

그러나 꾸준히 자기의 길을 가는 사람은 거의 없다네. 모두가 세속에 휘말려 버리고 말지"

 

나는 속으로 "정말 그렇다. 나도 자칫하면 휘말려 버릴 찰나였으니까"하고 혼잣말을 했습니다.

"자네가 이곳까지 온 것도 그 목적을 위해 필요했기 때문이야.

자네가 하는 일은 세상의 평범한 일이 아니고 세계는 자네의 일을 필요로 하고 있다.

그러나 또한 자네는 앞으로 해야 할 보다 큰 일에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해.

자네는 아직껏 세상에 나오지 않은 종류의 책을 몇 권인가 쓰게 될 것이야.

물론 세상에는 좋은 책들도 많이 있지.

그러나 그 모두가 인간이 자기 자신을 아는데는 그다지 큰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들이야"

 

"저에게 그런 일을 할 만한 값어치가 있다고는 여겨지지 않는데요."

"우리는 자네의 값어치에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야. 자네는 좋은 그릇이야.

이제부터 더더욱 좋은 그릇이 될 것이 틀림없어"

 

잠시 침묵 후에, "자네가 이곳에 머물 기간은 한정되어 있어.

그러므로 시간을 낭비하게 하지 않을 작정이야. 곧 공부를 시작한다.

그런데, 공부에 들어가기 전에 이제부터 하는 일에 대해 자네가 먼저 알아두어야 할 것을

오늘 저녁에 말해 주겠네. 명석한 의식에 필요한 것은 일체의 그릇된 것, 허위인 것,

미망에서 풀려나 자유로운 마음만이 아니라 창조하는 의식이다.

 

마음은 연장이고 창조작용을 하는 힘은 의식이다.

그대의 의식은 배후의 모든 창조성 전체를 함유하는 '점(點)'과 같은 것이니,

표현된 그대의 상념은 그대의 의식상태에 정확하게 대응하는 것이다.

만약 그대의 의식이 온갖 이미지나 신앙 및 그런 종류의 생각에 사로잡히고 만다면

그대의 창조성은 움츠러들어 숨어버린다.

 

왜냐하면 그대가 멋대로 만들어낸 온갖 믿음이나 생각, 이미지, 권위,

그리고 또한 여러가지 형식에 의식이 사로잡혀 버리기 때문이다.

그런 것들에는 창조성이 없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그대의 의식은 공간을 원하는 대로 이동할 수가 있는 것이며,

자기가 원하는대로 공간의 어떤 점에서도 창조성을 발휘할 수가 있다.

 

왜냐하면 일체의 창조성 전체가 그 배후에 있기 때문이다.

이 진리를 그대로 여기서 온전히 터득해야 하는 것이다.

그대는 아직 의식이 무엇인지를 모른다. 그러므로 창조성이 무엇인지를 모른다.

그러나 그대의 의식은 우주에 편만하는 전체 창조성에서 떨어져 있을 수가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우주에는 오직 하나의 의식이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둘의 의식이란 있을 수가 없으며 나아가 둘의 창조주라는 것 또한 있을 수가 없다.

그러므로 그대의 의식은 바로 그대로 위대한 창조성이 그 역사를 펼치는 수단인 '점'이며,

동시에 또 그대 자신이 그 크나큰 창조성을 실현하는 수단인 '점'이다.

 

자 만약 그대의 의식이 온갖 잡다한 생각으로 뒤얽혀 있는 마음에 사로잡혀 있다면

의식은 그저 그 혼란 상태를 실현시킬 뿐이며,

그러다 보면 무엇이 진짜이고 무엇이 가짜인지는 끝내 알지 못하고 만다.

자아의 마음 속에 있는 것에는 창조성은 없다.

창조성은 마음을 넘어선 곳에 있으며 혼란된 온갖 생각에서 해탈한 의식 속에만 있는 것이다."

 

"네, 더욱 뚜렷해집니다." 나의 스승도 귀를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이 또한 은자님의 예지에 휩싸여 있는 듯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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