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챙김, 명상, 마음공부] 히말라야를 넘어서 10장(7)
다음날 우리는 둘레가 깊은 산인 건체의 부락에 닿았습니다. 부락 저 편에는 역시 큰 산이고,
그 산허리에는 주변을 높은 담으로 에워싼 승원이 서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승원 바른쪽 꼭대기에는 한층 높은 벽인데,
매년 한 번씩 몇 시간 동안 거기에 신성한 융단이 내 걸립니다.
그 융단을 만드는 데는 10년 이상이나 걸린다고 합니다.
가로 세로가 거의 30미터 쯤이나 되고 한가운데는 거대한 불상이 수놓아져 있습니다.
나의 스승을 이 건체 승원의 승원장이 잘 알고 있어서
우리가 하룻밤 머무는 것을 기꺼이 허락해 주었습니다.
그 승원은 다른 티벳 승원과 흡사하기는 하지만 다만 한 가지,
승원 한 가운데에 지, 수, 화, 풍, 에텔의 오대(五大)가 그려져 있는
거대한 촐텐 즉 묘(廟)가 있는 점만이 다릅니다.
묘의 높이는 20미터도 넘는 것 같습니다.
그 촐텐의 꼭대기 부분은 금박으로 씌워져 있었습니다.
새벽 해뜨는 시각에 승원의 라마승들이 '옴 마니 받메 흠'을 일제히 외우기 시작하고,
우리는 여로의 안전을 빌어주는 축복을 그들에게서 받았습니다.
이 세계의 문명을 잠시 완전히 떠난 우리의 특별한 여행이
실은 여기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입니다.
바른쪽으로 가면 라사에 이르고 왼쪽 길은 시가체에 이릅니다. 그 둘은 다 교역로입니다.
우리가 가려는 길은 해발 약 6천미터인 융고개보다 더 올라가는 길이며
그 일대는 거의가 무인지경입니다. 그런 까닭에 우리는 더 많은 축복을 받았고,
또한 그들은 기도 깃발까지 하나씩 주었습니다.
골짜기를 내려가면서도 계속 라마승들의 제창소리, 거대한 징의 깊은 울림,
나팔 소리가 한참을 뒤따라 마치 2천명도 넘는 그 라마승들의
간곡한 작별인사를 받는 느낌이었습니다.
한낮이 되어서야 융 고개를 넘었는데, 고개 위는 눈섞인 폭풍이 광란하고 있었습니다.
눈의 깊이가 2미터도 넘는 곳이 있었으며,
어떤 지점에서는 가슴에까지 이르는 눈 속을 헤치고 나가야 했습니다.
그런 가혹한 고갯길에서 많은 사람들이 덧없이 목숨을 잃는 것도 차라리 당연했습니다.
겨우 고개를 넘어서 야크피오라는 조그만 마을에 닿았습니다.
그 마을에서 가장 깨끗하다는 농가로 안내되어 극진한 대접을 받았습니다.
집안은 2층으로 되어 있는데, 문을 들어서면 집안이 그대로 흙바닥입니다.
그 흙바닥 아래층은 당나귀, 닭 따위 가축우리인 것입니다.
위층이 사람이 사는 곳이고 우리도 거기로 안내되었습니다. 한가운데 난로가 하나 있었습니다.
아무튼 뭐라 말할 수 없는 기묘한 체험이었습니다.
남자도 여자도 모두가 그 이층 마루 바닥에 그대로 뒹굴어 자며,
당나귀는 밤새도록 울고, 야크는 야크대로 밤새 되새김을 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이층 마루 바닥 한 구석에 네모난 구멍이 하나 뚫려 있고,
거기에 이집 식구들이 쭈그리고 앉아 용변을 보는 것입니다.
아래로 떨어진 오물은 그대로 야크나 당나귀들이 밟고 다닙니다.
그 냄새와 소리를 막아줄 코마개와 귀마개가 얼마나 아쉽던지,
앞으로는 차라리 밖에서 자련다고 나는 스승에게 말했습니다.
부락 사람들 이외에는 이곳을 지나다니는 사람도 거의 없기 때문에,
다음 날 다시 길을 떠나게 되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웠는지 모릅니다.
도중에 여러 개의 물줄기를 건넜습니다. 모두가 눈과 얼음이 뒤섞인 물줄기이고
곧바로 참포 강을 향하여 돌진해 가는 급류들이었습니다.
우리는 얕은 곳을 찾아 그 물줄기들을 건너서 건넜습니다.
그 무렵에는 나는 이미 습기와 추위에 익숙해져 있었습니다.
이 땅에서 습기와 추위는 당연한 것이어서 가장 끈질기고 굳센 사람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것입니다.
아무튼 린시라 대성자를 만나 그이와 함께 지내게 된다는 기대가
나에게는 밝은 용기를 주며 앞으로 떠밀어 주는 것이었습니다.
다음 날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거룩하며 거대한 참포강,
일명 대브라마프트라 강에 닿았습니다.
오래전부터 한 번 보았으면 하던 참포강이 우리가 서 있는 가파른 산 허리에서
아득히 저 밑으로 내려다 보였습니다.
참포강은 헤아릴 수 없는 세월을 꿰뚫어 히말라야 산맥에서
쏟아져 내려오는 얼음과 눈을 품고 하염없이 흘러갑니다.
강 폭은 6백 미터가 넘고, 계곡을 돌진하는 그 사나운 물소리는 소름이 끼칠 정도입니다.
그로부터의 앞길은 그야말로 위험한 고비였습니다.
한발 헛디디면 그대로 벼랑 아래서 울부짖는 얼음물속으로 곤두박질칩니다.
겨우 우리는 계곡 바닥에 닿았습니다. 강의 양 기슭은 온통 야생의 꽃들로 뒤덮여 있었습니다.
장미, 민들레, 양귀비 같은 꽃들이 문명사회의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모습으로 피어나
현란하게 어우러져 있고 더구나 이 꽃들은 여태껏 사람의 눈에 뜨인 적도 별로 없었던 것입니다.
나는 스승에게 말했습니다. "이것만으로도 보러 올 가치가 있겠군요."
우리는 이 지점까지 오는 몇 시간 동안을 서로 말 한 마디 나누지 못했었습니다.
말을 나눌 기회가 없었던 것입니다. 왜냐하면 여기까지의 행정이 너무나 아슬아슬하고 위험해서
줄곧 스승은 앞에서 걷고 나는 뒤를 따라갔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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