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챙김, 명상, 마음공부] 히말라야를 넘어서 10장(9)
자, 버돈에 닿기는 닿았지만 참포 강을 건널 방법 따윈 어디에서도 찾아지지 않았습니다.
아무튼 강 넓이가 거의 1 킬로미터나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스승은, "여기에 잠시 앉아 있게나"하고는 그이 자신은 잠시 말없이 침묵 속에 잠겨 있더니,
잠시 후에, "곧 가죽배가 여기로 온다."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어디서 나타났는지 티벳 사람 하나가 가죽배를 머리에 이고 왔습니다.
가죽배란 간단히 말하면, 대나무로 엮은 뼈대 겉에 야크의 가죽을 씌운 일종의 보트입니다.
깊이 약 1미터, 폭은 약 1.5미터, 길이가 대개 2미터쯤의 사각형 배입니다.
이 부근의 강은 유리처럼 맑고 잔잔하여 이따금 스쳐가는 산들 바람이
보일까 말까한 잔물결을 이룰 뿐이었습니다.
스승은 가죽배를 이고 오는 사내에게로 가서 "강을 건너줄 수 있겠는가?"하고 물었습니다.
"건너드리고 말고요, 린시라 은자님께서 두 분이 오늘 여기로 오신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제가 가죽배를 가지고 오는 길에 두 분을 만난 것이지요. 저는 피드돈이라고 합니다."
스승은 그 이상 아무 말도 묻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가죽배를 타고 기슭을 떠났습니다.
물은 잔잔하여 소리도 나지 않지만, 흐름이 굉장히 빠르기 때문에 피드돈은 힘껏 노를 저었습니다.
가죽배는 10킬로미터 이상을 떠내려가서야 건너편에 닿았습니다.
이런 가죽배는 매우 가볍고 크기도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길이가 어떤 것은 3미터나 되는 것도 있으나 워낙 무게가 가볍기 때문에
머리에 이거나 등에 지고 운반을 합니다. 무게라고 해 보았자 그저 40 킬로그램 정도에 불과합니다.
이제 우리는 전혀 인적이 닿지 않는, 그저 얼마간의 야크나 산양만이 있는
티벳의 처녀지에 들어선 것입니다. 거기에는 밤이 되면 깊은 산속에서 나와
닥치는 대로 잡아먹으려는 설표나 승냥이로부터 가축을 지키기 위하여
사나운 맹견들을 데리고 다니는 유목민들이 이따금 오갈 뿐입니다.
그 사나운 개들은 야수가 습격을 해도 과감하게 맞서 끝내 물어 죽이고 만다고 합니다.
더구나 그 맹견들은 낯선 사람에게도 가차 없이 덤벼들기도 합니다.
그 때문에 우리는 말하자면 한쪽 눈만은 언제나 열고 있으면서 조심을 해야 했습니다.
겨우 우리는 높은 고개에 이르는 골목까지 다다랐습니다.
피드돈의 말로는 그 고개는 해발 8천 5백미터나 되며,
연중 끊임없이 불어닥치는 바람이 너무나 사나워,
골짜기(티벳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골짜기라고 합니다.) 속 깊이에 살고 계시는
은자님 한 분을 제외하고는 살아있는 사람으로 그 고개를 넘는 일은 없었다고 합니다.
언제나처럼 , 그러나 이번에는 퍽이나 엄숙한 표정으로 스승이 앞서 나갑니다.
전도가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스승은 알고 있는 것입니다. 스승은 나를 돌아보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런 곳에는 흔히 여러가지 전설이 있는데, 그중에는 사실도 있거니와
그저 이야기로 꾸며낸 것도 있다네. 그러나 이 고개의 전설에는 몇 가지 실화로 여겨지는 것이 있다네"
그러면서 "자 저기를 보게"하고 스승이 손짓을 했습니다.
가리키는 쪽을 보니 사납기 그지없는 돌풍이 칼날처럼 쑤시고 들어갈 때마다
찢겨져 나온 눈덩이들이 소용돌이치면서 공중으로 날아오르고 있지 않은가요!
만약 나 혼자였다면 도저히 이런 여행을 해내지 못했을 것입니다.
고맙게도 스승이 동행하여 주었기 때문에 모든 장애를 스승의 신념으로 극복해 나갔던 것입니다.
한걸음 한걸음 단단히 밟고 나가면서 강한 의지로 끊임없이 채찍질하여
말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어려움을 이기면서 우리는 그저 힘을 다하여 위로 기어 올라갔습니다.
이미 수풀 띠는 넘어섰고, 빈 땅으로 들어서면서 땅의 표면이 얼어붙은 눈이기 때문에
바람은 더더욱 사납게 몰아붙이는 것이었습니다.
"대체 이 고개 꼭대기에 살아서 가 닿을 수가 있을까?"하고 문득문득 나는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길도 없고 그저 여기저기 산양이 지나간 흔적이 있을 뿐이니
우리는 스스로 신중하게 진로를 잡아야만 했습니다.
그러나 스승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언제나 바른 방향을 잡아 나갔습니다.
눈은 얼마나 깊은지 짐작도 안되지만, 표면이 단단히 얼어붙어 있기 때문에 무너지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자칫 그 얼어붙은 표층이 무너지는 날에는
대체 어느 만큼 눈 속으로 가라앉아 버릴까? 하는 생각이 들 때마다,
마치 호수에서 베드로가 느꼈던 것 같은 불안이 솟곤 했습니다.
스승은 나의 그런 불안을 그대로 느끼는 듯, "지금 이곳의 눈은 바위처럼 단단해"하고 말해 주었습니다.
간신히 기어오를수록 바람은 더더욱 맹렬해졌습니다.
까마득히 솟은 거대한 설산들을 겨우 좌우로 갈라놓은 듯한 틈새로
마치 어떤 거대한 힘이 마구 밀어 넣는 듯 차례차례로 사나운 바람이 밀려듭니다.
밀려드는 바람은 세력이 엄청나게 커지면서 위로 물러나가는 것입니다.
그저 압도적인 두려움만을 불러일으키는 광경이었습니다.
한편 엄청난 빙하들이 산허리를 밀고 내려오면서 바위를 깎으며 계곡 바닥으로 내리 꽂힙니다.
우리는 도중에서 발견한 동굴 같은 바위틈 속에 들어가 잠시 숨을 돌리면서
그 엄청난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바로 그 때 굉음이 들렸습니다.
올려다보니 눈과 얼음의 거대한 사태입니다.
수백만 톤의 눈과 얼음이 천둥 같은 소리를 울려대면서,
앞에 있는 모든 것을 산산히 찢어발겨 휩쓸어 가지고 깊은 계곡 속으로 내리 꽂힙니다.
"이건 신들이나 즐길 풍경이다. 사람이 여기를 통과할 수는 없다."
이런 말이 내 입에서 새어 나갔지만 스승은 아무 대답도 없었습니다.
스승이 불안을 느끼고 있다고는 여겨지지 않았습니다.
그런 분이 아니라는 것을 이미 안 일입니다. 한참만에 스승은 입을 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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