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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챙김, 명상, 마음공부] 히말라야를 넘어서 4장(1)

 

잠에서 깨어보니 이른 새벽이었습니다.

어제저녁의 음악의 여운이 아직도 나의 몸에서 감돌고 있었습니다.

린포체 대사가 골라주신 멘델스존의 부드럽게 흐르는 선율은

아직도 안에 살아있어 한층 깊은 해탈감이 느껴지는 것이었습니다.

 

대사가 이미 일어나 계셨습니다.

대사의 말씀으로는 아침해가 솟는 모습을 보지 않는 날이 거의 없었다는 것입니다.

이때는 바로 여름철, 너무 이른 새벽이어서 잠시 후에야

만년설에 덮인 겹겹의 산봉우리로부터 어스레한 빛이 번지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둘이 다 앉아서 어두운 적색에서부터 차츰 밝은 적색

그리고 황금색......으로 바뀌어가는 현란한 빛의 무도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세계 어느 곳에서 여기 티벳의 해 뜸과 그리고 위대한 히말라야의 백설을 이고 있는

봉우리들 너머로 가라앉는 해짐보다 더 황홀한 광경을 볼 수 있을까요!

 

해가 솟아오르면서 밤이면 영하로 급강하하는 대기로

야무지게 결정이 다져진 백설에서 빛살이 날카롭게 반사됩니다.

배경의 짙은 남색 하늘에는 무지개의 색색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오래지 않아 태양은 밝은 주황색이 됩니다.

 

하늘에서는 이미 남색이 가셨고 반짝이던 별들도 빛이 바래면서 파란 하늘이 나타났습니다.

그 말 못할 아름다움에 나는 정말 넋을 잃은 것 같았습니다.

이윽고 린포체 대사가 이 매혹을 끊어버렸습니다.

 

'소리에는 색깔이 있지. 만약 우리가 이 색깔이 조화를 이룬 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완전한 교향곡일 것이야. 우주의 음악이라고나 해야겠지.'

'그렇겠군요. 창조주는 그이 자신의 반영으로서 음악의 거장들만을 만드신 것이로군요.'

사실 우주공간을 달리는 천체들은 미묘한 소리를 낸다고 하는데

나는 음악 곧 소리의 신비에 대하여 대사의 말씀을 꼭 듣고 싶었습니다.

 

나의 그런 심정을 읽으신 듯 그이는 말씀을 이으셨습니다.

'그래, 그럼 오늘 아침에는 음악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지. 음악은 자네가 공부해야 할 분야라네.

그러나 그것은 작곡이 아니라 음악이 지니는 창조적인 가치, 특히 병을 다스리는 힘에 대해서야.'

'고맙습니다.' 대사는 생명의 깊은 원리를 말씀하실 때는 언제나 눈을 감으십니다.

이때도 그이는 지그시 눈을 감으시고 마치 그이 자신이 음악의 근원 그것에 닿은 양,

부드러우면서도 맑고 아름다운 목소리로 설하기 시작하셨습니다.

 

'신의 본성은 무한이니 신 밖에 존재할 수 있는 것이란 없다.

이 지구, 지구 속, 지구 위에 있는 것도 모두 그렇다.

만물의 얼은 빛, 소리, 색, 아름다운 리듬으로 그 창조적 표현을 비춰낸다.

아름다운 음악은 곧 우주의 음악의 반영일 따름이다.

그것은 신 스스로가 스스로의 안에 일체를 창조하신 가없는 지혜의 표현이다.

 

음악이란 일체의 피조물에서 스스로를 표현하고 있는 무한자의 영원한 선율의 물결이다.

그리고 그것을 가장 잘 나타낼 수 있는 가장 완전한 틀이 인간인 것이다.

무한자의 빛과 소리와 색의 선율의 물결은 언제나 완전한 조화를 이루면서 흐르고 있다.

조화롭지 않은 소리는 창조의 본원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이미 있는 완전한 조화의 소리와 리듬을 완전히 반영하지 못하는데서 나오는 것일 뿐이다.'

 

 

 

그 순간 나는 나 자신이 온누리의 완전한 리듬과 어우러짐을 느꼈습니다.

아득히 이 세계의 것이 아닌 미묘한 악음(樂音)을 가늘게 그러나 또렷이 들을 수 있었습니다.

나는 스승의 옷자락에 닿은 것입니다.

대사가 들으시는 것을 나도 들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대사는 정말 인간의 마음의 영역을 초월한 빛과 소리와 색이 완전히 하나로 어우러진 파동에

귀를 기울이시는 듯 말을 멈추었습니다.

사람의 마음은 그에게 동조될 때에만 그것을 반영할 수 있습니다.

사람의 마음이 그것을 낳을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이미 있어 영원히 한결같이 울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고 말고. 새들의 지저귐, 숲의 나무들, 산들, 강들의 노래에는

모두 완전히 조화된 리듬이 깃들어 있다.

나는 그 영묘한 화음에 젖어 그 속에서 떠나기 어려우면서

동시에 나 스스로의 안에도 그와 똑같은 창조의 리듬이 느껴지는 때가 자주 있지.

 

그렇게 해서 나는 자연 속에 두루 있는 다양한 힘들이 지니는 리듬에 어우러들고

그것들을 부리는 법을 배운 것이다.

내가 거기에 어울림으로써 그것들이 나의 존재의 일부가 된 것이다.

그리하여 나는 이 거대한 뫼들의 가없는 고요 속에서 온갖 자연력의 오묘한 짜임새와 작용을,

거의 모든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것을 터득했다.

 

필요하다면 나는 그대들의 자연과학자가 아직 겨우 한구석밖에 모르는

원자의 짜임새를 거쳐 작용하고 있는 보편력에 대하여

그대들이 한계를 뚫고 보다 큰 발견을 할 수 있는 지식을 말해줄 수도 있다.

 

내가 이 리듬과 어우려졌을 때 나는 새들과 함께 노래할 수가 있고

사나운 들짐승도 사나움을 거두며 산들도 말을 걸어주게 되었다.

또 내가 좋아하는 바이올린을 켜면 듣는 이들이 모두 황홀감에 젖어들었다.

그로부터 나는 어떤 일이 닥쳐도 이 자연의 리듬의 흐름을 거스를 수가 없어졌다.

그것은 이미 나의 몸과 마음에 완전히 배어있는 것이다.'

 

대사께서 바이올린을 켜시다니 그것은 초문이었습니다.

그렇다면 한번 들려주시도록 청해야겠습니다.

실지로 그 후 부탁을 드렸는데 일찍이 그와 같은 영묘한 연주를 나는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그것은 사람이 지은 곡일 수가 없었습니다.

그때 이전에도 그 때 이후에도 결코 들어보지 못한 완전한 선율과 기교의 흐름이었습니다.

그것은 대사 자신의 작곡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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