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챙김, 명상, 마음공부] 히말라야를 넘어서 3장(7)
'제가 영어를 할 줄 알아 다행입니다. 덕분에 우리 승원을 안내해 드릴 수 있으니 영광이지요.'
'나야말로 당신과 함께 견학을 할 수 있으니 기쁘군요.'
사실 영어가 능숙한 안내자를 얻을 수 있었음은 고마운 일이었습니다.
먼저 서열이 높은 라마승들이 차를 들고 있는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분들은 나에게도 차를 내어주었습니다. 그것은 매우 큰 영광이었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의 방에는 보통으로는 들어가기도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내가 린포체 대사의 제자라는 말을 듣고 기꺼이 맞이해주었던 것입니다.
티벳의 차에 대해서는 말을 들어서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그때까지 나는 실지로 맛본 일은 없었습니다. 그들이 마시는 차는 중국에서 수입됩니다.
수입된 차는 붉은 벽돌모양의 굳은 덩어리입니다.
그것을 깨뜨려 끓는 가마솥에 넣고 거기다 썩은 기름 냄새가 나는 야크 버터와 소금을 넣어
몇 시간씩 끓인 것이 그들이 상용하는 차입니다.
그 맛은 내게는 아주까리기름보다 더 역했습니다.
어릴 때 나는 한 달에 한두 번씩 어른들이
아주까리기름을 먹이곤 했었기 때문에 나는 아주 질색이었습니다.
라마승들은 대개 찻잔을 앞에 놓고 승원의 일이나
그 밖의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장황하게 나눕니다.
그러면서 이따금씩 생각난 듯 차를 한 모금씩 마시는 것입니다.
그런 시간이 몇 시간씩 계속됩니다.
그 차를 처음 맛본 것인데 하마터면 토할 뻔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다시없이 귀한 차를 싫어하는 눈치를 보일 수야 없는 노릇입니다.
나는 맛이고 뭐고 느낄 겨를이 없도록 단숨에 차를 입에 넣고 꿀꺽 삼켜버렸습니다.
겨우 고역을 면했구나 하고 찻잔을 내려놓았더니 재빨리 다시 잔을 채워주는 것입니다.
결국 아주 조금씩 홀짝거려 잔에 차가 조금 남아있게 했습니다.
그러면 다시 차를 따라주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시작한 내가 그 뒤 얼마 안 가서 그 차에 인이 박히고 말았습니다.
그것은 자극적인 효과가 있고 추위를 덜어주기도 하는 귀중한 음료였습니다.
높은 승려들의 거실을 나와 다시 승원의 다른 곳들을 안내받았습니다.
첸센은 흥미 있는 이야기를 생각나는 대로 이것저것 들려주었습니다.
'곧 아시게 되겠지만 승원 건물의 입구는 언제나 아침 해가 뜨는 쪽으로 나 있게 되어 있습니다.
정면은 동쪽을 향하고 뒤는 산을 업어 감싸여지도록 세우게 되어 있는 것입니다.
승원을 지을 때는 점성가(占星家)들로 하여금 부지를 잡게 하고 주춧돌을 놓는 날을 잡아야 하며,
승원을 지은 뒤에는 언제까지든 매년 그 정초일을 기념하는 의식을 갖습니다.
승원 가운데는 천년이 넘은 것도 있지요.
주춧돌 속에는 부적, 성전(聖典), 굉장한 값어치의 금은제 불상등을 묻습니다.'
'그런 관례가 사라지는 날에는 언젠가는 누군가가 굉장한 횡재를 할 수도 있겠군요.'
하고 내가 말했더니 그는 놀란 듯 나를 빤히 쳐다보았습니다.
영어교육을 받았지만 태어나서부터 굳어온 사고방식은 쉽사리 변하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도서실을 보게 되었습니다. '이 도서실은 가장 유명한 서고의 하나랍니다.
아주 오래되고 희귀한 원고들(직접 손으로 쓴 것이지요)의 소장으로서는
간덴 도서관과 비교할 정도예요.
그런 고문서의 인쇄는 커다란 목판으로 투박한 긴종이에 찍는데,
그렇게 찍은 목판본을 보관하기 위해 큰 방이 있는 것입니다.'
과연 아주 큰 방에는 그런 대형의 인쇄물이 그득그득 쌓인 선반이 몇백이나 늘어서 있고
여러 명의 라마승들이 보살피고 있었습니다.
도서실 안에는 여기저기서 우리들이 돌아보는데도 아랑곳 없이
열심히 책을 읽고 있는 라마승이 여럿 있었습니다.
도서실 전체의 넓이는 웬만한 공회당만큼이나 되었습니다.
법당 큰방 입구에는 금실로 짠 현란한 비단띠와 명주스카프가 여러 장 걸린,
높이가 12자도 넘을 것 같은 불상들이 여러개 서 있었습니다.
그의 말에 따르면 그 상들은 악령의 침범을 막는 수호신이라는 것입니다.
'설마 그걸 믿는 것은 아니겠지요?' 하고 물었더니 대답이 없습니다.
법당의 내실에는 유리상자 안에 든 금과 은의 불상들이 있고
계단 앞에는 역시 금이나 은으로 만든 등잔들이 즐비했습니다.
속에는 야크버터가 그득히 담겨 있고 등잔들은 버터가 있는 한
언제까지라도 심지가 타고 있는 것입니다.
몇백년을 계속 밝혀진 채로인 등잔도 있다고 합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티벳의 종교에서는 갖가지 무서운 고문이 계속되는
지옥에 대하여 설교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각종의 사람마다 각기 다른 종류의 지옥이 있다는 것입니다.
환자를 죽게 한 의사들에게는 그들에게 걸맞은 지옥이 있어
거기에서는 그런 죄를 저지른 의사들이 거듭거듭 몸이 조각조각 잘리고는 다시 맞추어지고
그리고는 또 잘리고는 하는데, 몸에 검은 줄이 그어지고
그 줄에 따라 귀신이 벌겋게 달군 톱으로 썰어 나간다는 것입니다.
입이 가벼운 사람이 가는 지옥도 있어서 혀의 뿌리에서부터 끝까지 여러 가닥으로 찢기 우고
그것을 불에 달군 쇠꼬챙이로 지진다고 합니다.
투덜대고 푸념하는 자는 목에 납을 녹여서 붓는다고 합니다.
또 어떤 지옥에는 빙산들이 있고 그 틈에 몸이 내던져지면
거대한 빙산들이 양쪽에서 다가와서 가루가 되게 으깨버립니다.
'그런 설교를 하니 가엽게도 사람들이 겁을 먹을 수밖에 없겠군.
그러나 당신은 설마 그런 것을 믿지는 않겠지요?'
'글쎄요.......' 정말 알 수 없는 태도로, '아무튼 우리는 사람들에게 그렇게 가르치도록 되어 있어요.'
'이거야 원! 당신들은 모두 위선자가 아닌가! 왜 진실을 대중들에게 알리지 않는가요?'
나도 모르게 큰 소리가 나왔습니다.
'그렇게 하면 우리는 이 나라에서 아무 힘도 없게 되지요.'
'그렇다면 당신들이 갈 지옥도 있겠군!' 그는 정말 놀란 모양이었습니다.
나는 말을 이었습니다. '승원에 시주하지 않는 사람이 가는 지옥도 있는 것으로 되어 있겠군.
그러니까 사람들은 무서워서 헌금을 하게 되는 것이지.'
'그야 그렇지요.' '그런 일이 언젠가는 거꾸로 뒤집히게 된다고 생각되지 않나요?
티벳은 언제까지나 지금처럼 고립한 나라로 남아 있을 수는 없지요.
물론 훌륭한 학승(學僧)들은 그런 터무니없는 것을 믿지는 않겠지만.......'
'높은 라마승들, 큰 학자들, 치료가들, 예언자들, 과학자, 원자 과학자들 가운데는
신비가들이 있고 그들은 원자력에 대해서는 서양의 학자들보다 더 잘 알지요.
선생님이 간덴에 가시면 그런 분들을 만나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분들이 외부세계에 대해 가지고 있는 지식에는 선생님도 깜짝 놀라실 겁니다.'
'난그런 말은 들은 적이 있어요. 당신도 알고 있겠지만 나는 린포체 대사의 제자이지요.'
'네. 알고 말고요. ‘린포체’란 ‘존엄한 이’란 뜻입니다. 그분은 대사의 대사님이시지요.'
'왜 당신은 대사님에게 사사하지 않는가요?'
'유감스럽게도 대사님은 이제 제자를 더 받지 않으신답니다.
대신 저는 스르두 대사님의 제자가 되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스르두란 예지의 스승이란 뜻이지요.
지금 간덴 승원에서 가르치고 계십니다.'
'그 분과도 곧 만나게 되어 있지.' 하고 나는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어쨌든 당신은 대중들에 대한 자신들의 설교가 옳지 않음을 알면서도
무지한 사람들을 미신으로 얽어매어 놓기 위해 그런 설교를 계속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요?'
'그건 그렇지만 그러나 선생들도 서양에서 마찬가지의 일을 하고 있지 않은가요?
서양의 그 굉장한 교회 건물은 뭔가요? 많은 가난한 사람들을 구제할 수 있는 돈을 걷어서는
돌이나 벽돌에 쓰고 장식에 써버리고 있지 않나요?'
나는 조금 태도를 바꾸어 보았습니다. '그러나 당신들은 먼저 대중을 바르게 교육해야지요.
티벳 사람에게 욕실이 달린 집을 주니까 욕실을 창고로 쓰고 있는 사람이 있는 것을 나는 보았소.
하기야 서양에서도 아직 희생을 바치는 것을 믿는 사람도 있지. 모두 형식만 다른 착취지요.
본질은 마찬가지이지. 당신들 쪽이 조금 더 잔혹하기는 하지만 결국은 마찬가지지요.'
내가 태도를 누그러뜨린 것이 효과가 있었던 것 같았습니다.
'네 유감스럽게도 그렇습니다. 대개의 티벳 사람들은 아직 미신과 공포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것도 이젠 자꾸자꾸 무너져가고 있지.'
대화가 흘러 우리는 '태어남', '죽음', '다시 태어남'이 끝없이 이어진다는
'생명의 윤회' 문제에 이르렀습니다. 내가 적당히 맞장구를 쳐주니 그는 기다렸다는 듯이
인간의 환생 과정과 이유 따위를 도도히 풀어놓기 시작하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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