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챙김, 명상, 마음공부] 히말라야를 넘어서 4장(3)
대사는 계속 설해 나가셨습니다.
"영원한 이(신)는 인간을 거쳐 밖으로 눈길을 돌리신다.
그리고 인류를 거쳐 '영원자'는 베를 짜신다. 생명의 리듬을 짜 나가시는 것이다.
결코 남의 흉내를 내지 말라. 그대는 자기 자신의 개성을 발휘해야 한다.
그럼으로써 비로소 언젠가는 놀라운 독창성이 제 것이 될 것이다.
소리(樂音)와 조(調)의 배합이 매우 중요한데, 특히 악구(樂句)의 첫머리가 중요하며
또 마디(小節)의 첫소리는 더욱 중요하다.
배음(倍音)들을 주의 깊게 듣고 그것들을 잘 섞어 완전한 악구가 되게 해야 한다.
레가토(Legato, 매끄럽게)의 선율일 경우에는 다음의 소리가 오기 전에 탁 끊기게 해서는 안된다.
배음들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앞으로 나가는 다음 진행의 시점에 이르기까지
음색과 음질이 고르게 유지되며 울려 나가도록 한다.
그렇게 하면서 소리들의 흐름에 단절이 생기지 않도록 하면
어디서 시작되고 어디서 끝나는지 분간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
이렇게 하여 배음들이 완전히 섞어 나가면 곡 전체가 조화로운 리듬 속에서 시종하게 된다."
이것이야 말로 말로 표현된 가장 귀한 작곡, 연주법의 가르침이라고 나는 속으로 탄성을 울렸습니다.
정말 나의 몸속을 매끄럽게 흐르는 가락이 느껴졌습니다.
나는 전에 처음에는 바이올린을, 그리고는 백파이프를 몇 해 만진 일이 있습니다.
1911년 스코틀랜드에서 대관 기념식이 열렸을 때 스텐포드 브릿지에서
뜻밖에도 백파이프 챔피언에 뽑힌 일이 있었으니 어지간한 수준에는 이르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나는 린포체 대사의 말씀을 쉽게 이해할 수가 있었습니다.
대사가 말씀하시는 그 목소리 그것이 이미 음악이었고
세상에 다시없는 아름다운 곡의 연주를 듣는 느낌이었습니다.
"곡의 진행 상태를 주의하면서 클라이막스에 이르고 나서는
부드럽고 가볍게 다음 악구로 넘어가도록 배합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대가들의 작품에서나 나오는 리듬감이 생겨난다."
여기서 대사는 눈을 뜨시더니 "좀 더 이야기를 계속할까?"하고 물으셨습니다.
그때까지 나는 한 마디도 말을 하지 않았었습니다.
대사의 물음에 나는 지체 없이,
"네, 더 가르쳐 주십시오. 제가 음악 공부를 시작한 이래 이런 가르침을 정말 고대해 왔습니다."
나는 대사의 말씀을 한마디인들 놓칠세라 상당히 긴장해서 귀를 기울이고 있었습니다.
대사께서도 그것을 알고 계셨을 것입니다. "그래, 그럼 좀 더 말해보지"하고 말을 이으셨습니다.
"클라이막스의 시점은 작곡자 또는 연주자의 내적 느낌과 해석에 따라
여러 가지로 다루는 방법이 달라진다.
예를 들면, 아파시오나토(appassionato, 정열적으로)의 악절(樂節)에서는
차츰 템포를 가속하고 톤을 세게 해 가서 그 뒤에 이어지는 엠파시스(emphasis)를
뚜렷이 살리면서 클라이막스로 옮겨가든지, 화음을 차례차례 넓혀가다가 끝으로 세게 강조하여
한순간 숨이 막힐 정도의 긴장감을 주든가 하는 것이다.
베토벤이 연구한 방식은 힘에 힘을 더하여 악센트를 강화하면서 화음의 악절들을 쌓아나가고
그러면서도 최고의 강세가 올 곳에서 청중이 저절로 기대하게 되는 폭발이 나오지 않고
도리어 갑자기 피아니시모(pianissimo)로 연주되는 화음이 나오는 것으로
예기치 못한 아름다움과 짙은 신비감이 듣는 사람의 가슴으로 스며들게 한다.
모차르트는 '음악 효과를 올리는 데 있어 무엇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음악의 기교를 쓰지 않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예술적 기교를 다한 음악 속에서의 하나의 쉼(休止)의 완전한 침묵,
한 악구의 정점에서의 일순의 고요, 거기에 깊은 속내와 미감(美感)을 담을 수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청중을 분방하게 하늘을 나는 악구들의 나래에 실어 높이 올려놓고는
한순간의 고요 속에서 얼의 절대, 무한, 영원성을 열어 보이고,
이어서 자연스럽게 아래로 내려가는 악구와 더불어 다시 평범한 현상 세계의 차원으로 돌아오고,
그리하여 이 현상의 차원에서도 빛을 발견하게 할 수도 있는 것이다."
한숨이 저절로 나왔습니다. 음악을 하는 사람 그리고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이보다 더 큰 선물이 어디 있을까요?
최고의 수준에 이른 음악가라도 이 가르침에서 얻는 바가 반드시 있을 것입니다.
이런 생각이 나의 머리를 스치는 사이에도 대사의 말씀은 진행되고 있었고
나는 그 한마디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얼른 다시 주의를 집중해야만 했습니다.
다행하게도 나는 흥미가 쏠리는 것은 자연스럽게 고스란히 기억이 되는 능력이 있어
대사의 가르침은 별로 놓친 것이 없습니다.
또 중요한 대목은 얼마간 필기도 해 놓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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