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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챙김, 명상, 마음공부] 히말라야를 넘어서 4장(4)

 

잠시 사이를 두시고 대사는 다시 말씀을 이으셨습니다.

"혹은 또, 레가토의 멜로디를 통하여 살며시 주저하는 듯 수줍은 듯 살랑거리듯

아름다움의 순간을 끌어나가 듣는 사람의 기대가 부풀게 해도 좋다.

그렇게 하면 절정의 소리가 귀를 때리는 순간 미묘한 안도감이 솟아 나와

기대하던 미감(美感)이 충족된다. 그리하여 다시 클라이막스에 이르고 애무하듯

그 절정감 속을 거닐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법칙 곧 리듬의 흐름의 실현, 악구와 악구와의 조화,

전체로서의 완전한 통일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어야 한다.

그것은 마치 완전한 사랑의 지복(至福) 속에서의 두 얼,

저 완전하고 끝없는 황홀경에서 하나된 두 얼의 어우러짐과도 같은 것이다.

 

쇼팽은 대기처럼 날렵한 우아함을 갖추고 그 날렵한 우아함을 지니고

그의 손가락은 건반 위를 미끄러지듯 날으듯 오가며

그리하여 우단처럼 보드라운 음색, 살짝 안개가 드리웠지만

그러면서도 그지없이 해맑은 은빛같은 소리를 냈던 것이다.

 

쇼팽이 지상으로 삼았던 것은 미묘한 터치, 관념의 슬기, 청순한 느낌이었다.

쇼팽에게 있어 최악의 죄는 거칠고 윤기 없는 기계적 기교의 숙련이었던 것이다."

 

이 끝말을 깊숙이 마음 속에 가라앉혀 뿌리 박히게 하려는 듯

대사는 잠시 입을 다무시고 나서 다시 말씀을 이으셨습니다.

"쇼팽은 그의 연주 전체를 통해 언제나 그 어떤 살랑거림의 순간들을 살려

청중을 극도로 매료하는 효과를 자아냈다.

그것은 밀어덮치는 파도의 안 가슴에서 떠도는 날씬한 보트 같은 멜로디의 굽이침이다.

 

이 독특한 진행이 그의 독창적인 표현법이고, 그래서 그의 작품은 모두가 그의 자필 서명과 같았다.

그에게 있어 곡의 진행의 속도는 그때 그때의 느낌에 따라 늘릴 수도 줄일 수도 있는 유연한 것이다.

얼핏 보기에 이것은 사람을 무시하는 것처럼도 여겨지지만

그에게 있어서는 그것이 매력있는 독창적 수법이며, 신축자재, 변화무쌍한 독특한 운용이고,

그러면서도 리듬의 밸런스와 변화가 곱게 다듬어져 있어

그가 뜻한 바는 동족으로서 직관적으로 파악해 주는 그의 나라 사람들에게는 잘 이해되었으며,

작품들을 통해 그 자신의 환상적이고 영적인 변화 과정을 능히 더듬어 볼 수도 있는 것이다.

 

나는 쇼팽에 대해 그와 같은 평을 언젠가 읽은 적이 있다.

평한 사람은 머시레스였을 것이다. 표현의 맑음은 자기 자신에게 충실할 때에만,

다시 말해 자신의 분명한 생각과 해석에 따라

보다 깊은 속에 들어있는 것을 표현했을 때에 저절로 생겨나온다.

 

그때 청중은 연주자가 전달하려는 의미 내용을 느낌으로 받는다.

그리고 그 의미 내용은 안에서 흐르고 있는 무한한 슬기의 흐름에 자기 자신을 개방하는 정도,

곧 우리 모두를 연결하는 한 생명에는 단절도 분리도 없음을 깨달은 정도에 비례하는 것이다."

 

이때 나는 '악기를 연주할 때는 그 악기와 하나로 어우러져야 합니다.

악기와 더불어 연주할 줄 모르는 사람은 바탕이 연주를 하지 못할 사람'이라는

슈만의 말을 소리쳐보고 싶은 충동을 느꼈습니다.

 

"장래를 크게 촉망받고도 실패한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 까닭은 창조자와 그 피조물은 일체이며

그 사이에는 어떠한 단절도 없다는 진리를 깨닫지 못한 데 있다.

한얼인 신에게만 성음(聲音)은 있으며 신은 성음을 통해, 조화를 통해,

빛과 소리와 색깔과 모양을 통해 신 스스로를 드러내 보이신다는 사실을

단지 생각 곧 관념으로서만이 아니라 사실로서 체험함으로써 깨달았을 때 여러 차이가 생기는 것이다.

 

신은 조화이며 사랑이며 지혜이며 힘이다.

바로 여기에 사람의 안에 있는 신의 힘이 있는 것이다. 신은 곧 사람이기 때문이다.

'나와 아버지이신 하나님은 하나이다.'

'말씀이 하나님과 함께 계셨으니 말씀은 곧 하나님이었다. 그리하여 말씀이 육신이 되었다.'

그러나 육신 그것은 이 사실에 대해 아무 말도 할 수가 없다. 때문에 말씀은 불멸하다.

우리는 육신의 의지나 피에서 태어난 것이 아니고, 사람의 의지에 의해 태어난 것도 아니며

참으로 신의 의지에 의하여 태어난 것이다."

 

대사는 그이의 말씀을 내가 완전히 이해했는지 어떤지를 확인이라도 하시려는지

나를 지그시 응시하시는 것이었습니다.

고맙게도 나는 대사의 말씀을 완전히 이해한 것 같은 느낌이 우러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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