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의 재능을 버리고 법술에 의하여 상벌을 밝혔던 것입니다.
선왕의 지킨 바는 간략했으므로 법문이 생략되더라도(세칙은 세우지 않더라도)
아무도 이를 범하는 자가 없었던 것입니다.
그러므로 위에 있는 자가 홀로 사해 안을 지배하니 총명하고 지혜있는 자도
군주를 속이지 못했고, 간신도 그 아첨하는 재주를 부리지 못했습니다.
멀리 천 리 밖에 있는 자도 감히 말을 바꾸어 거짓 보고를 하지 못했고,
측근들도 남의 선함을 가리거나 과실을 좋게 꾸미지 못했습니다.
그리하여 위로는 조정의 대신들로부터 아래로는 백성에 이르기까지
서로가 자기의 직분을 지키며 월권을 행하지 않았던 까닭에
다스리는 일은 적고, 정치는 여유롭게 행해졌던 것입니다.
이렇게 될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위에 있는 자가 사심을 버리고
법에 의하여 만사를 처리했기 때문입니다.
대체로 신하가 그 군주를 침범하는 것은 비유컨대 지형과 같습니다.
즉, 간교한 지혜를 구사하여 지형의 변화처럼 서서히 침식함으로써
이윽고 군주로 하여금 어느 뜸에 어떻게 되는지 단서를 잃어
자기 방향이 동쪽에서 서쪽으로 바뀌어도 알지 못하도록 만듭니다.
그렇기 때문에 선왕은 방향을 지시하는 나침반에 비유될 나라의 정법을 세워
아침저녁의 일을 경계하고 정과 사의 표준으로 삼았던 것입니다.
그러므로 밝은 군주는 여러 신하로 하여금 뜻을 법 밖으로 달리지 못하게 하고,
사사로운 은혜를 법 안에서 베풀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그런 까닭에 모든 움직임은 법에서 벗어난 바가 없었습니다.
법이란 것은 분수를 넘어선, 규율을 어긋난 것을 바르게 하고
사행을 배척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형벌을 엄하게 하는 것은
명령을 철저히 이행하도록 하여 아랫사람을 징계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 모든 법의 근본이 되는 권위는 군주 된 자가 홀로 장악해야 하며
신하에게 빌려주어서는 안 됩니다.
또 정령을 낼 때에는 반드시 군주의 이름으로써 해야 하며,
군주와 신하의 구별이 서지 않으면 안 됩니다.
정령을 내리는 것을 신하와 함께 하면 온갖 간사한 일이 나타나고,
법이 세상에서 불신되면 군주의 지위가 위태로워지며,
형벌을 엄중히 하지 않으면 사악을 금지시킬 수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말하기를 '뛰어난 목수는 눈짐작만으로도 먹줄을 퉁긴 것같이
바르게 맞출 수 있지만, 그러나 반드시 라를 쓰는 것을 법도로 하며,
또 지혜가 뛰어난 사람은 자기 생각대로 실행해도
일을 사리에 맞게 처리할 수 있지만,
그러나 반드시 선왕의 법을 표준으로 한다.'고 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먹줄은 반듯해서 굽은 나무도 바로잡을 수 있으며,
수준기는 평평해서 높은 곳도 깍아내는 것입니다.
저울이 정확하다면 무거운 것에 사소한 가벼운 것이 더해지더라도
단번에 표가 나게 되고, 곡식을 측량하는 말(도구)을 사용하면
많은 것을 덜어 적은 것에 보탤 수 있으니 같게 되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법으로써 나라를 다스리게 된다면 일의 처리가 바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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