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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누구나 세력 있는 자는 자주 찾아가지만 조정에 나와 군주에게

진언하려 하지 않으며, 세력 있는 일가의 편리만을 도모할 뿐

군주의 이익이 되는 일에는 힘쓰지 않습니다.

 

그리하여 관리의 수가 비록 많다 하더라도 군주의 존엄은 보존되지 않으며,

백관이 잘 갖추어져 있어도 국가의 대사를 맡길 만한 사람은 없습니다.

이렇게 되면 군주는 오직 이름만을 갖고 있을 뿐,

실은 여러 신하의 집에 붙어 있는 꼴이 되고 맙니다.

 

그래서 신이 항상 주장하기를, 망국의 조정에는 사람이 없다고 한 것입니다.

물론 조정에 사람이 없다는 말은 정말 사람이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조정에는 많은 사람이 있지만 그들이 모두 사리만을 추구하고

나라를 위해서는 힘을 다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대신들은 모두 파당을 더욱 확장하여 자기들의 세력을 기를 것만 생각하고,

군주를 섬기는 일에는 힘쓰지 않습니다.

대신이 그 지경이라면 그 밑에 있는 작은 신하들도 권문과의 교제에만 힘쓰며

관의 직무에는 태만하기 마련입니다.

 

이와 같이 되는 까닭은 군주 된 자가 위에서 모든 것을 법에 의하여

친히 결단하지 않고 아랫사람에게만 맡겨버리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밝은 군주는 법에 따라 사람을 택하지, 

자기의 기분에 따라 사람을 쓰는 법이 없습니다.

 

또 법에 의하여 공을 저울질 하게 하고, 군주 혼자만의 생각으로

사람의 능력을 저울질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하면 재능이 있는 자를 덮어 숨길 수 없고, 실패한 자를 꾸밀 수도 없으며,

남이 비난하는 자라 하여 물리칠 수도 없습니다.

 

따라서 군신의 관계는 분명하여 복잡한 문제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므로

다스리기가 쉽습니다.

그러므로 군주는 법에 따라 가부를 정하는 것만으로 충분한 것입니다.

어진 사람이 신하가 되어 북면위질(북면이란 신하가 앉는 자리로서,

곧 신하가 된다는 뜻이다. 위질은 처음 벼슬하는 사람이 임금에게

예물을 바치는 것으로서, 곧 자기 몸을 임금에게 맡긴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북면위질은 군주를 일심으로 섬긴다는 뜻)하면

두 마음이 있을 수 없고, 조정에서는 비록 비천한 직무라도 마다하는 일이 없으며,

전쟁에 임하여서는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피하는 일이 없습니다.

 

위에서 지시하는대로 따르고, 군주의 법을 좇아 스스로를 희생하며

비평을 가하는 일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훌륭한 신하는 입이 있어도 사사로운 말을 하지 않으며,

눈이 있어도 사사로운 것을 보지 않습니다.

그리하여 군주는 신하를 법에 의해서만 쓰는 것입니다.

 

신하는 비유컨대 손과 같은 존재입니다.

즉 위로는 머리를 다듬고 아래로는 발을 닦아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싸늘한 것도 따뜻한 것도 차가운 것도 뜨거운 것도

구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신하 된 자의 의무인 것입니다.

 

신하가 법으로써 만사를 결정하는 것은 마치 좋은 검을

허리에 차고 있는 것과 같아서, 적이 오면 반드시 그 검으로써 막아야 하는 것입니다.

현철한 신하라고 해서 사사로이 대하는 일이 없고,

지혜롭고 재능 있는 자라고 해서 사사로이 대하는 일이 없습니다.

 

이와 같이 만사를 법으로써 처리한다면 백성은 고을을 벗어나서

서로 사귀는 일이 없고, 백리 밖의 근심은 없을 것입니다.

(군주에게 두 마음을 품어 나라를 팔아먹는 일은 없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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