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비자] 4. 유도(2)

 

그러므로 지금과 같이 나라가 쇠약한 경우에 있어서

나라를 번창하게 하기 위해서는 각자가 사리사욕을 버리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그리고 공법을 근원으로 하여 정실 등을 배척하고

바른 법에 의하여 만사를 처리해 나간다면 백성은 저마다 그 생업에 편안할 수 있으며

나라는 잘 다스려지게 됩니다.

 

또 군신이 모두 나라만을 생각하고 사사로운 행위를 버리도록

노력하여야만 할 것입니다.

그리고 나라의 득실을 자세히 살필 줄 알고 법도를 바르게 지키며

법도로써 아래를 지도할 만한 힘 있는 자를 군신의 윗자리에 둔다면

그 군주 된 자는 저절로 강해져 아랫사람이 거짓으로써 속이려 해도

속일 수가 없게 되는 것입니다.

 

또 득실을 잘 살피고 권형으로 저울질하듯이 일의 경중에 능한 자로 하여금

외국과 관계되는 국제문제 같은 중요정책을 주관하게 한다면,

천하의 가볍고 무거운 것으로써 군주를 속이려는 자들이

발붙일 곳이 없게 될 것입니다.

 

만약 지금 평판이 좋다 하여 능력이 있다고 판단하고 등용한다면,

신하된 자는 오히려 위로 군주를 떠나 아랫사람들과 어울려 친하고 

파당을 결성합니다. 또 당의 추천만을 믿어

그 사람의 실력을 조사해 보지도 않고 등용한다면 신하들은 무리와 교제하여

당을 만드는 데에만 힘쓰고, 법에 따라 자기의 책임을 바르게 다하는 데에는

힘쓰지 않게 됩니다.

그렇게 때문에 관의 기능을 잃고 나라가 위태로워지는 것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그를 칭찬한다고 해서 이를 상주고, 또 세상이 비난한다고 해서

벌을 준다면, 상을 좋아하고 벌을 싫어하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므로,

결국 국법을 어기고 사사로운 술책을 사용하여 파당을 결성하는 일에만 힘쓰고

서로 칭찬하여 등용되기를 도모할 것입니다.

 

군주를 잊고 다른 사람과 사귀어 연고에 의하여 그들의 당파 사람만을 추천하고

등용케 하면 아랫사람의 위를 섬기는 마음은 박해질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 사귀고 파당을 만들어 안팎으로 세력을 떨치게 되면,

비록 큰 과실이 있다 하더라도 덮어 숨기는 일이 많아질 것입니다.

 

그리하여 참된 충신이 있어 이러한 폐단을 걱정하고 군주에게 간하려고 해도

중간에서 가로막고 있는 자가 많은 까닭에 뜻을 이루지 못하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오히려 모함을 받아 죄 없이 화를 입어 그 몸이 위태롭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간사한 신하는 공도 없으면서 그 지위는 평안하고

많은 이로움을 누리게 됩니다.

충신이 죄 아닌 죄로 죽임을 당하면, 충량한 신하는 숨어버릴 것이고,

간사한 신하가 공도 없이 편안히 이를 누리게 되면 간신들이 모여들 것입니다.

이것은 곧 망국의 근원입니다.

 

이러한 상태에 이르면 여러 신하들은 국법을 지키지 않고 저마다 사리만을

도모하여 사사로운 은혜를 베풀어 그 파당을 결성하는 데 힘쓰고,

공법을 경시하여 두려워하지 않으므로 나라를 잘 다스릴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