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주 된 자는 항상 변화해 나가는 상황을 밝게 판단하여
일을 새로이 일으키기도 하고, 하던 일을 중단하기도 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명분을 바르게 하면 저마다 일을 분담하게 되어,
비록 하는 일은 다르더라도 결국은 하나로 통하며 나라는 번창하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만물은 모두 도에 의하여 지배되지만,
그러나 개개인에게 알맞는 도가 있게 마련이므로
필연적으로 획일화될 수는 없는 것입니다.
또, 덕에 있어서도 음양은 혼동될 수가 없는 것입니다.
저울에 물건을 달아보면 무거운 것과 가벼운 것은 같지 않습니다.
먹줄을 놓으면 나무의 요철을 알 수 있으며, 악기도 습기가 있을 때와
건조할 때에는 그 소리에 차이가 있게 마련이니,
하물며 군주와 신하를 어찌 같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이상 말한 여섯 가지 도의 부동을 밝히는 일이 도가 행해지는 근본입니다.
따라서 도의 본질은 두 가지가 있을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이르기를 도는 하나라 했습니다.
도를 터득한 명군은 신하보다 절대적인 위치에 독립해 있습니다.
이것이 곧 도의 형식인 것입니다.
따라서 군주와 신하는 각각 갈 길이 다르게 마련입니다.
그것은 군주는 군주대로 직분이 있고, 신하는 신하대로의 직분이 있기 때문입니다.
신하는 의견을 제출하되, 이것이 채택되어 실행될 것을 구합니다.
군주는 그 언설을 듣고 파악합니다. 그리고서 신하 된 자가 채택된 바를 실행하여
실질적인 성과를 내어 군주의 마음에 따르도록 하는 것이 형명참동입니다.
이렇듯 형명참동이 바르게 행해지면 상하는 조화되고 나라는 잘 다스려집니다.
무릇 군주가 신하의 말을 드는 도는 신하의 언설을 통해서
그에 상당한 일을 신하에게 주어 진력하도록 하는 데 있습니다.
그러므로 명분을 바르게 살펴 군신의 지위를 고정시키고 혼란하지 않도록
그 한계를 밝게 지키며, 신하의 직무를 분류하고
월권하지 않는가를 유심히 살펴야 합니다.
무릇 군주 된 사람이 신하의 말을 듣는 태도는 크게 술 취한 것처럼
스스로의 정체를 모호하게 하여 신하로 하여금
심중에 있는 말을 남김없이 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군주가 먼저 입을 열지 않으면 신하는 스스로 먼저 말을 할 것입니다.
그때 군주가 무지하여 어리석은 듯 가장하면 신하는 안심하고 자랑삼아
그 의견과 지혜를 모두 펼쳐놓을 것입니다.
따라서 그 말에는 시비할 점이 있을 것이지만 군주는 모르는 척하고 있다가
뒤에 조용히 생각하여 좋은 의견은 실행케 합니다.
이것이 곧 도의 정태인 것입니다.
신하의 진술을 참작하고 사물을 예로 들어 비교하는 것은 그 형상을 아는 소이입니다.
이와 같이 진술의 효과 여부를 냉정하게 판단해 나가면
귀점은 곧 자연의 도에 합치되게 마련입니다.
근간불혁이라는 것은 곧 군주의 마음가짐이 동요하지 않아야만
나뭇가지와 잎이 그 뿌리와 줄기에 의하여 번성한다는 뜻입니다.
즉 줄기와 뿌리가 동요하지 않으면 움직임과 정지함이 적의함을 얻어
실패를 하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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