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반드시 군주의 몸을 위태롭게 하고, 좌우의 대신이 지나치게 존귀해지면
그의 세력은 반드시 군주의 지위를 바꿔 스스로 군위를 탈취하여 버립니다.
(대신 한 사람의 의견으로 모든 것이 결정되면
곧 나라의 중추라는 것이 없어지고 만다.)
또 정실과 첩 사이에 상하의 구별이 없어지면
끝내는 적자의 지위가 위태로워지며,
형제불복(군주의 지위를 계승할 장자로서 위엄이 없으면
형제간에 세력 다툼이 일어나서 나라를 위태롭게 한다.)하면
반드시 국가가 위태롭게 됩니다.
신이 들은 바에 의하면 천승지군(큰 나라의 제후라는 뜻.
주나라의 제도에 의하면 천자는 전시에 병거 만 승을 내놓을 수 있고,
제후는 병거 천 승을 낼 수 있도록 되어 있다.
1승에는 감사 3명, 보병 72명, 거사 25명이 배치된다.)이
신하에 대하여 방비가 없으면 그 측근에 있는 백승의 신하가
반드시 민심을 자기에게로 돌려 그 나라를 기울게 하며,
또 만승지군, 곧 나라의 임금 된 사람이 신하에 대하여 방비가 없으면 반드시
그 신하인 천승의 군주가 옆에 있다가 임금의 위세를 자기에게로 옮기고
그 나라를 기울게 한다고 합니다.
(방비가 없다는 것은 자기의 몸을 지킬 만한 준비가 없다는 뜻으로,
신하를 지나치게 믿어 모든 정사를 떠맡겨선 안 된다고 경계한 글이다.)
그리하여 간신은 더욱 번영하고 군주의 도는 쇠망합니다.
그러므로 제후의 영토가 지나치게 넓다든가 세력이 크면 천자에게 해가 되며,
또한 신하들이 지나치게 부유해지는 것은 군주의 실패가 되는 것입니다.
장군이나 재상이 군주의 일을 뒤로 돌리고 제집만을 융성하게 함을 발견했을 때,
군주는 그러한 자를 배제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러한 자는 삭탈관직하여 그 세력을 빼앗아야 한다.)
만물 중에 귀중한 것도 적지 않지만, 한 나라를 다스리고 백성을 다스리는
군주의 몸은 귀중한 것입니다. (따라서 일거일동이라도 가벼이 할 수 없다.
위에 있는 자가 한번 움직이면 밑에 있는 자는 시종 주의하고 있다가
곧장 그를 위하여 움직이게 마련이므로,
자기 일신의 존귀함을 평소 명심하고 있어야 한다.)
또 지위는 지극히 높은 것입니다. (왕자라면 왕위를 계승하고, 제후라면
부모의 영지를 계승하는 것이니 어찌 존귀하지 않겠는가.)
또 군주 된 자의 위엄 또한 매우 중요한 것입니다.
(군주의 명령이 있을 때 모든 신하가 복종하게 되므로
그만큼 군주의 위엄은 중한 것이다.)
또 군주의 세력은 대단히 융성한 것입니다.
(군주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어떠한 신하라도 배척할 수 있고,
또 마음에 들면 선택하여 등용할 수 있으니 군주의 세력은 참으로 대단한 것이다.)
이 네가지를 생각할 때 군주에게 비교할 만한 세력은 달리 없는 것입니다.
(군주의 지위를 지키기 위해 평소 충분한 주의를 반드시 기울여야 한다.)
이 네가지는 달리 다른 곳에서는 구할 수 없으며, 이를 타인에게 의뢰하여
어떻게 할 수도 없는 것입니다.
따라서 스스로 잘 생각해서 바른 분별이 정해지면
곧 군주로서의 지위를 지킬 수 있고, 나라를 편안하게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옛말에 '군주가 이상의 네 가지를 이용하지 못하고 도둑을 맞으면
마침내 신하에 의하여 쫓겨나 타국에서 일생을 마치게 된다'고 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군주 된 자는 이 점에 반드시 유의하여야 할 것입니다.
옛날 은나라 주왕이 망한 것도, 주나라가 점점 세력을 잃게 된 것도
모두 제후가 지나치게 커져 그 세력을 꺾지 못한 데 원인이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진나라는 분할되어 한, 위, 조의 3국이 되었고,
제나라 역시 나라는 있어도 그 주권은 다른 사람에게 빼앗겼습니다.
이 모두가 신하의 세력이 지나치게 성대했기 때문입니다.
저 연나라와 송나라의 군주가 신하에게 죽임을 당한 것도
모두 그러한 까닭입니다.
그러므로 고대로 거슬러 올라가 은, 주에 비추어 보고,
아래로 연, 송에 비추어 보더라도, 대체로 신하의 세력이 강대하면
군주가 죽임을 당했던 것입니다.
(아랫사람이 점점 세력을 길러 결국 윗사람의 지위를 가로채는 것은
고금을 통하여 다를 바가 없다. 그러므로 군주 된 사람이 주의하지 않는 틈에
변혁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지혜로운 밝은 군주는 그 신하를 기르는 데 있어
반드시 법으로써 통제하는 것입니다. (정사는 법에 따라 할 일을 다해야 하는 것이다.
법에 따라 직분을 맡기면 그 직분에서 벗어난 간섭은 있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리고 신하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예를 들면 백성을 감독하는 자가 그 책임을 다했는가, 혹은 법률을 관장하는 자가
맡은 바를 바르게 행하고 있는가를 조목조목 따져 점검해야 한다.
직책을 완수하지 못했거나 배신한 자는 즉시 그 직에서 물러나게 하고
다른 사람으로 대체해야 한다.)
그러므로 제 아무리 어질고 높은 평판을 받는 자라 할지라도,
죄가 있을 경우에는 단연코 그 위법을 용서해서는 안 되며,
큰 과실은 사형에 처하고, 가벼운 죄라도 벌해야 하는 것입니다.
(큰 과실이 있을 때에는 대신이라 할지라도 사형에 처해야 하며,
이러한 경우 지금까지 많은 공로를 쌓았다 하더라도
죄를 용서해선 안 되는 것이다.)
만약 과실이 있어 형벌에 처하는 경우, 죽을 죄를 사면하거나
형벌을 용서하게 되면 군주 된 사람의 세력이 그만큼 약화되고 따라서 이렇게 되면
나라도 위태롭게 되며, 나라 안의 한쪽으로 세력을 잡는 자가 나타나게 됩니다.
(예컨대 신하 가운데 한 사람의 세력이 강해지면
다른 신하들은 그이 말에 거역하지 못하고 편들게 되니,
결국 그 사람의 세력은 점점 더 확장되고
결국 나라의 법이 바르게 행해지지 못하게 된다.)
대신 된 자는 그 녹이 아무리 많다 할지라도 주군이 있는 수도에서
권위를 세워서는 안 됩니다. 또한 그 당파가 많다 할지라도
주군의 사졸을 자기의 신하로 착각해서는 안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신하 된 자는 왕의 영토에 있을 때에는
비록 높은 지위에 있을지라도 많은 사람을 자기의 신하로 복종시켜서는 안 됩니다.
또 군대에 있어서도 장군 된 자는 그 직분에 따라 많은 군병을 지휘할 수는 있으나
사적인 교제는 용서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부하가 장군과 특별히 친하다든지,
혹은 장군의 마음에 들어 항상 그 집에 출입하여 친숙해져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군대 가운데 있어서 장군의 위령이 행해지지 않게 됩니다.
또 나라의 재물을 관장하는 자가 그 재물을 사사로이 유용하거나
그것으로 선심을 베풀도록 해서는 안 됩니다.
이상은 밝은 군주가 신하의 간사함을 금지하기 위하 수단입니다.
그런 까닭에 중신이라 하더라도 평소 외출할 때
네 필의 말이 끄는 수레를 타고 다니는 일을 금하도록 하고,
수레로 무기를 실어 나르는 일을 금합니다.
군주의 전령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병사와 무기를 싣고 다니는 자는
반드시 사형에 처하는데, 이것은 밝은 임금이 불의의 재난에 대비하기 위해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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