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도를 터득한 군주는 마음을 비우고 일의 진전을 고요히 관망하는 가운데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서, 마치 암실에서 밖을 바라보듯이
신하들의 결점을 찾아냅니다. 그러나 보고도 보지 않고, 듣고도 듣지 않고,
알아도 안다고 말하지 않으며 가슴속에 간직해 둔 채, 신하의 말과 실지의 결과를
비교, 검토하여 그것이 일치하는가를 살핍니다.
군주가 필요에 의하여 특별히 총애하는 한 관권에게 국가의 기밀을 말했을 경우에는,
그가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누설하지 못하도록 다짐해 두어야 합니다.
이렇게 하면 곧 국가의 모든 사정이 거울에 비쳐지듯, 명백하게 드러날 것입니다.
군주가 자기 행적의 흔적을 덮어버리면 신하들은 그 근원을 찾아내지 못합니다.
군주가 그 지혜와 재능을 버리면 신하는 군주의 의중을 헤아리지 못합니다.
군주는 신하의 말의 실정을 파악하고 그대로 진행시킨다는 방침을 견지하면서
신하의 언행을 비교, 참조하고, 권병을 장악하여 결코 타인에게 빌려주지 않습니다.
그리하여 군주의 세력을 침범하려는 신하의 야망을 끊고,
군주의 뜻을 헤아리려는 신하의 뜻을 깨뜨림으로써,
신하로 하여금 권력을 바라지 못하도록 해야 합니다.
위에 있는 자가 방심하면 아래에 있는 자 가운데 비밀리에 그 세력을 기르며
군주를 밀어내려는 자가 나타나게 되지만, 지금 말한 대로만 한다면
군주를 대신하여 국정을 천단하려는 자는 없어질 것입니다.
이 금기를 삼가 지키지 않는 것은(군주의 이목이 가리어지고 있으면)
마치 문단속을 엄중히 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여서, 간신은 호랑이가 되어
그 허점을 노리고 침입하게 될 것입니다.
군주된 사람이 나날의 행위를 삼가지 않으면 도적,
곧 간신을 도우려는 무리가 발생하여
그 군주를 시해하고 그 지위를 빼앗게 됩니다.
그리하여 모든 사람이 간신을 편들고 그에 동조하게 될 것입니다.
간신을 호랑이라 함은, 군주를 죽이고 대신 그 지위를 차지하며,
사람들이 그를 두려워하여 복종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또 신하를 도둑이라 함은, 군주 곁에 있으면서 간신을 위하여
군주의 과실을 살피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간신의 무리를 해산시키고 간신을 편들지 않는 자를 수용한 뒤에
간신이 침범할 수 있는 문을 닫고 그들을 보좌하는 자가 나오지 않도록 한다면
국가에 호랑이와 같은 신하는 없어질 것입니다.
군주의 의중이 커서 아래에서 헤아릴 수가 없고, 깊어서 측량할 수가 없도록 한 뒤에
수시로 신하의 말과 그 실적을 맞추어 보고 심의법식을 소상히 조사하여,
법을 어기고 제멋대로 행하는 자를 엄벌한다면
국가에 도둑 같은 신하가 없어질 것입니다.
그런 까닭에 군주에게는 나라를 다스리는데 장해가 되는 다섯 가지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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