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는 신폐기주, 즉 신하가 군주의 이목을 가려
듣지도 보지도 못하게 하는 것입니다.
둘째는 신제재리, 즉 신하가 국가의 재정을 제어하는 것입니다.
셋째는 신단행령, 즉 군주의 승인이 없이
신하가 마음대로 명령을 내리는 것입니다.
넷째는 신득행의, 즉 신하가 사람들에게 사사로운 은혜를 베푸는 것입니다.
다섯째는 신득수인, 즉 신하가 파당을 결성하는 것입니다.
신하가 군주의 눈과 귀를 가리면 군주는 나라 사정을 알 수 없게 되므로,
있음에도 불구하고 없는 듯이 되고, 신하가 국가의 재정을 지배하면
군주는 백성에게 덕을 잃게 되며, 신하가 함부로 명령을 내리게 되면
아무도 군주를 두려워하지 않게 되므로 그 위엄을 잃고,
신하가 도의를 행하여 멋대로 은혜를 베풀게 되면 군주는 명성을 잃고,
신하가 파당을 결성하면 군주는 세력을 잃어 고립되고 말 것이니,
군주는 이름뿐 실제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됩니다.
이상의 다섯 가지는 군주 된 자가 홀로 행해야 할 것이고,
신하 된 자가 종종 하도록 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군주의 도는 정퇴, 즉 자기의 재능과 힘을 표면에 나타내지 않고,
좋아하고 미워하는 바를 말하지 않는 것을 보배로 합니다.
군주는 스스로 국사를 행하지 않고 신하로 하여금 그 일의 교묘함과 졸렬함을
살피게 하며, 스스로 생각하거나 계획하지 않고 신하로 하여금
그 결과의 공과 허물을 간파하도록 해야 합니다.
그리하여 군주가 말하지 않아도 잘 호응하여 일이 실행되고,
약속하지 않아도 일이 점점 진척되어 사업이 번창하는 것입니다.
신하가 건의한 바를 그대로 실행하되, 말과 실적이 일치할 경우에는 이를 포상하고,
실적과 말이 다를 경우에는 이를 처벌합니다.
이렇듯 밝은 군주의 도는 신하가 진언한 이상 반드시 말과 공이 일치되도록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밝은 군주가 상주는 모습은 마치 마른땅에
단비가 내리는 것과 같아서, 아래에 있는 자는 모두가 그 은혜를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벌주는 모습은 두렵기가 벼락과 같아서, 어떠한 성인이 변명한다 하더라도
그 노여움을 풀 수가 없습니다.
그러므로 밝은 군주는 상을 함부로 주지 않으며, 또 일단 벌주기로 결정한 이상
죄를 용서하는 일이 없습니다. 공이 없는 자가 상을 받는 일이 있게 되면
정작 공을 세운 자는 보람이 없으므로 그 일을 게을리하게 마련입니다.
또 벌해야 할 자를 용서할 경우, 간신은 그것을 이용하여 부정을 저지를 것입니다.
그러므로 공이 있다면 아무리 천한 자라도,
또 평소 군주와 친분이 없는 자라 할지라도
반드시 이를 상주어야 하며, 또 과실이 있다면 비록 군주의 근신이나
총애하는 자일 지라도 반드시 처벌해야 하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상벌을 분명히 하여 근신과 총애하는 자라 할지라도
죄에 대해서는 벌한다면, 군주와 친분이 없고 비천한 자는 열심히 일할 것이며,
측근에 있는 자는 교만하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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