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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道)라고 하는 것은 만물의 시초인 것입니다.

만물은 도의 일원에서 생기는 것인데, 이것은 노자가 한 말입니다.

그 자연의 도를 세우는 것이므로 군주 된 자에게는

단순히 정치를 해나가는 것뿐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을 지도해야 할 막중한 책임이 있는 것입니다.

 

또한 도라는 것을 잘 분간할 수 있으면

시비, 곧 모든 선과 악의 구별을 명백히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밝은 군주는 도를 지켜야 합니다.

도를 지킴으로써 만물의 근원을 알고, 기준을 다스려서

인간의 선악의 단서를 알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군주는 마음을 비우고 고요한 채로 신하를 대하고,

신하가 스스로 말하게 하며, 그 책임을 지우고 일이 자연스럽게

실행되기를 기다립니다.

 

허(虛)하면 상대의 마음을 알게 되고, 고요하면 상대의 움직임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게 됩니다.

말하고자 하는 자는 스스로 말하게 하고,

일하고자 하는 자는 스스로 일하도록 합니다.

 

그 언행이 일치하게 되면 군주는 하는 일 없이 가만히 있어도

만사는 실정을 드러내는 법입니다.

그러므로 말하기를, 군주 된 사람은 자기의 바라는 바를

나타내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즉, 이렇게 하고 싶다든지 이런 것을 좋아한다든지 하는 마음을

신하에게 알려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만약 군주가 그의 바라는 바를 나타내고 자기의 좋고 싫은 것을 밝히면,

신하 된 자는 마음에 있는 그대로 말하지 않고

군주의 마음에 영합하도록 꾸미게 됩니다.

 

또 군주된 자는 자기의 의사를 말해서는 안 됩니다.

처음에는 여러 의견을 귀담아 듣도록 합니다.

만약 군주가 자기의 의사를 말해버리면, 신하 된 자는

군주의 뜻에 반대한다는 것은 자기에게 불리하다고 생각하여

그 뜻에 영합한 것만을 보여주게 됩니다.

 

그러므로 군주는 좋다든가 싫다든가 하는 말을 하지 말고

다만 여러 사람의 의견을 구하고 좋은 점이 있으면

반드시 이를 채택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리하면 신하들은 군주에게 이견이 없다고 생각하여

비로소 참된 생각을 말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군주가 좋아하는 것도 버리고, 싫어하는 것도 버린다면

신하는 비로소 그 소질의 전부를 보여주게 됩니다.

 

또 군주가 교묘함도 버리고 지혜도 버린다면

신하는 군주의 의향을 알 길이 없어 스스로 경계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비록 군주에게 지혜가 있다 하더라도

홀로 계획을 세우지 않고, 신하로 하여금 스스로 제 직분을 알게 하고,

현명하다 하더라도 과시하지 않고 신하의 하는 바를 보며,

용기가 있다 하더라도 그것을 나타내지 않고, 군신들로 하여금

그 무용을 발휘하게 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군주가 지혜를 버리고 나면, 

신하의 실정을 관찰할 수 있는 밝음을 얻게 되고, 현명함을 버리고 나면

신하들이 저마다 힘써 노력하게 되므로 공을 얻게 되고,

용기를 버리고 나면 신하들이 저마다 용기를 발휘하게 되므로

국가가 강대해지는 것입니다.

 

군신은 모두 그 직책을 지키고 백관은 각기 정도에 의하여

그 직분을 다하며, 그 능력에 따라 일하게 될 것입니다.

이것은 정해진 관습으로서 길이 지켜나가야 할 도입니다.

 

그러므로 위에 있는 자는 아무 하는 일이 없는 듯이 있고

사람 위에 군림하는 높은 지위에 있다는 태도를 나타내지 않고도

아랫사람의 의견을 자유롭게 채용한다면 그 지위를 보전할 수 있는 것입니다.

 

밝은 군주는 위에서 하는 일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신하들은 아래에서 그 의향을 알 수가 없어 겁내고 두려워합니다.

밝은 군주의 도는 신하 가운데 지혜로운 자로 하여금

그 지혜를 모두 짜내도록 합니다.

그리고 나서 일을 결단하기 때문에 군주의 지혜에 궁함이 없습니다.

 

또 신하 가운데 현명한 자로 하여금 그 재능을 다 발휘하게 합니다.

그러고 나서 그것에 따라 임용하기 때문에 군주의 재능에 궁함이 없습니다.

공이 있으면 군주가 그 현명함을 차지하게 되고,

허물이 있으면 신하가 그 죄를 책임지게 됩니다.

그러므로 군주의 명예는 언제까지나 손상되는 법이 없습니다.

 

따라서 현명하지 않으면서도 현자의 위에 서고,

지혜롭지 않으면서도 현자의 위에 서게 됩니다.

신하 된 자가 노력하여 일하면 군주 된 사람은 그 성공을 소유하고,

백성은 이를 군주의 덕이며 군주의 힘이라고 우러러봅니다.

이것이 군주 된 사람의 항상 지켜야할 도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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