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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가 신하의 간악한 행위를 막으려고 생각한다면

형(사실)과 명(신하가 제안한 의견)을 자세히 살펴야 합니다.

즉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지 늘 심사해야 하는 것입니다.

 

신하가 어떤 일을 계획하고 의견을 말하면 군주는 그 일을 실행하게 하여

그 의견대로 성과를 내면 그 지위를 격상시키고,

의견과 실천이 다를 때에는 벌해야 합니다.

이와 같이 제안과 결과적인 공이 다르지 않게 하며,

신하로서 일단 의견을 말하고 나면 그 성과를 책임지도록 합니다.

 

그리하여 일을 실행한 뒤 그 성과가 일의 과정과 같고

그 과정이 신하의 진언과 일치하면 상을 주고,

만일 일의 과정과 그 성과가 다르고 결과 역시

진언과 일치하지 않으면 벌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많은 신하 가운데 그 말만 훌륭하고 실제의 공이 작은 자는 벌을 줍니다.

이는 결코 공이 작다고 해서 벌하는 것이 아니라,

그 실행의 결과가 의견에 따르지 못했기 때문에 벌하는 것입니다.

 

또 반대로 신하가 제안한 의견 가운데 그 말은 적으나 실행했을 때의

성과가 큰 경우에도 역시 벌해야 합니다.

이는 큰 공을 즐겨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언행이 일치하지 않는 해독이

성과가 크다는 이익보다 더 심하기 때문에 벌을 주는 것입니다.

 

옛날 한나라 소후가 술에 취해 누워 있었습니다.

그때 전관이 군주가 잠든 것을 보고는 추워서 감기라도 들까 염려하여

군주의 몸 위에 옷을 덮어주었습니다. 소후는 잠에서 깨어나자 대단히 기뻐하며

좌우 신하들에게 누가 옷을 덮어주었느냐고 물었습니다.

 

이에 신하들이 답하기를, 관모에 관한 일을 맡고 있는 전관이 덮어주었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소후는 군주의 옷에 대한 일을 맡고 있는 전의와,

옷을 덮어준 전관 두 사람 모두를 벌주었습니다.

 

전의를 벌준 것은, 군주가 낮잠을 자고 있다면 옷을 맡고 있는 내관으로서

덮어줌이 마땅한데도 방심하여 다른 사람의 손을 빌렸으므로

결국 직무를 태만히 했기 때문입니다. 또 전관을 벌한 것은,

직무 이외의 밀에 대하여 관여했기 때문입니다.

즉 자기의 직무의 범위를 넘어섰던 것입니다.

 

소후는 추위로 병에 걸리는 것을 즐겼던 것이 아니라, 직무의 권한을 범하는 것이

감기보다도 더 큰 해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그러므로 명군은 신하를 기르는 데 있어, 신하가 자기의 직분을 넘어 

남의 직분까지 침범하여 공을 세우려는 것을 금했고,

진언한 이상 반드시 실천하도록 하였습니다.

 

만약 직무의 범위를 넘어서면 사형에 처하고,

말과 공이 일치하지 않으면 처벌했습니다.

신하가 그 맡은 직분을 다하고 진언을 잘 생각한 뒤에 책임질 만한 말만 하도록 하면,

여러 신하들이 파당을 형성하여 국법을 무시하고

화를 도모하는 일은 없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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