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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가 지혜 없는 자를 미워한다고 하면 신하는 군주의 뜻에 맞추기 위하여

힘써서 자기 결점을 숨기게 되고, 또 군주가 재능 있는 선비를 좋아한다고 하면

없는 재능도 있는 듯이 보이려고 가장하는 것입니다.

군주가 자신이 바라는 바를 밝히면 신하들은 군주의 뜻에 영합하고자

갖가지 자세를 취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자지는 청렴결백하다는 현인을 빙자하여 군주의 신임을 얻고

나라를 빼앗았으며, 도한 수조와 역아는 군주인 환공의 욕심을 좇아

군주의 뜻에 영합하고 끝내 군주를 침범했던 것입니다.

 

그 결과 연나라 자쾌는 내란으로 죽었고, 환공은 죽은 후에 장사 지내지 못하여

그 시체에서 벌레가 기어나왔습니다.

(환공이 죽은 후 자식들 간에 자리다툼이 일어나 장례조차 치르지 않고

67일간이나 시체를 방치하여 두었으므로 벌레가 방 밖에까지 기어 다녔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군주가 자기의 본심을 신하에게 내보임으로써

신하들이 군주를 파고들 수 있는 틈을 열어주었기 때문입니다.

대체로 신하 된 자는 반드시 그 군주를 사랑하는 것만은 아닙니다.

대부분은 출세하여 신분이 높아지고 생활이 안락해지는 등의

군주에게서 받게 될 이익 때문에 섬기는 것입니다.

 

이제 군주가 그 본심을 감추지 않고 그 단서를 덮어두지 않아 신하로 하여금

군주를 침범할 수 있는 빌미를 준다면,

여러 신하가 자지나 전상과 같이 된다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입니다.

 

군주 된 사람이 저것이 좋다든가 이것이 싫다든가 하는 태도를 나타내지 않고

조용히 살핀다면 신하의 본심을 명백히 간파할 수가 있습니다.

그리하면 임금은 신하에게 속는 일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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