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릇 모든 사물은 나름대로 쓸모가 있게 마련이며, 이와 마찬가지로 사람도
그 재능은 반드시 적용할 곳이 따로 있게 마련입니다.
그 재능에 적합한 것을 맡김으로써 상하가 무리하지 않고도 성과를 올릴 수 있으며,
예컨대 닭으로 하여금 새벽을 알리게 하고 고양이로 하여금 쥐를 잡게 하는 것과 같이
모든 신하에게 저마다 타고난 재능을 발휘하게 한다면
위에 있는 자는 일일이 간섭하지 않더라도 근심할 일이 없을 것입니다.
만약 위에 있는 자가 뛰어난 면이 있어 자기의 재능을 발휘하면
만사는 번잡하게만 되는 것입니다. 또 위에 있는 자가 명예심이 강하여
자기의 재능을 자랑한다면 아랫사람은 이 약점을 이용하여 속이게 됩니다.
(윗사람이 자기의 재능을 지나치게 자랑하면 아랫사람은
자기들끼리 모의를 하게 되고 허의 보고를 하게 되는 것이다.)
또 윗사람이 변설에 능하고 작은 은혜를 베푸는 것을 좋아한다면
아랫사람은 그 성질을 이용하여 자기의 이익을 도모하려고 합니다.
이렇게 되면 상하의 지위가 전도되어 도리어 아랫사람에게 좌우당하게 되므로
나라는 결코 잘 다스려지지 않습니다.
군주로서 천하를 통일하여 다스리는 길은 명분을 세우는 것을 으뜸으로 합니다.
명분이 정당하면 모든 일은 길을 얻어 본질이 정해지게 됩니다.
그러나 명분이 한쪽으로 치우쳐 바르지 못하면 사물은 혼란해집니다.
그러므로 군주 된 사람은 도를 지키며 조용히 백관 위에 앉아 있으면 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 신하들은 명분에 따라 자진해서 직책을 다하게 되므로
일의 능률이 올라 세상은 저절로 질서 정연하게 다스려지게 됩니다.
군주가 능히 맡길 만한 것은 그 신하에게 맡기고 자기의 재능을 보여주지 않으면
신하는 겉치례를 하지 않아 속이지 못할 것이며,
각자 자기의 직분을 지켜나갈 것이니다.
모름지기 신하를 씀에 있어서는 그 사람의 능력에 따라 임명하고
그 힘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게 하여 주면 신하 된 자는 보람을 느껴
스스로 성실하게 그 책임을 다할 것입니다.
또한 그 능력에 의하여 그에 상당한 권한을 주면
스스로 노력하여 성과를 올리려고 할 것입니다.
그리고 신하들의 권한을 바르게 하고 서로 다른 신하의 권한을 침범하지 않게 하면
사람들은 모두 그 지위에 안정되어 그 책임을 다할 것입니다.
군주는 아랫사람의 의견을 들을 줄 알아야 하고,
좋은 의견은 채택하여 실행에 옮겨야 합니다.
또 신하들의 수많은 진언 가운데 과연 어느 것을 택해야 할지
그 명분을 분간하지 못할 때에는 진언한 자의 평소의 실무 태도를 잘 살펴
가장 큰 성과를 올린 자의 의견에 따라 실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신하의 진언과 실제의 형편을 고려하여
과연 그 말대로 성과를 올릴 수 있을지를 검토하고
그 결과에 따라 실행하여 최고의 성과를 올릴 수 있도록 배력해야 합니다.
상과 벌이 공정히 행해지면 신하는 그 성심을 다하여 직무를 행할 것입니다.
이와 같이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을 다한 후에는 자연의 법칙에 맡기는 것입니다.
이렇듯 도를 잃지 않고 천하를 다스리는 사람을 일컬어 성인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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